한편 에이미가 생각하기에,
20대의 데이브는 그야말로 별 볼일이 없었던 남자였다. 남들처럼 학벓이 좋은 것도 아니고 잘 생긴 것도 아니었다. 더우기 어느날 군대를 간다고 해서 그런가보다 했더니 2년이 지난후에 얼굴이 누렇고 눈이 쬐끄만, 아주 깡마른 여자를 와이프라고 한국에서 데리고 왔을때 주변 사람들이 그를 얼마나 비웃었던가?
데이브의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이 그럴줄은 몰랐었다고 하며 며칠을 울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미국안에서 국제결혼은 불법이었다. 백인이 흑인피가 조금이라도 섞여 있는(8분의 1) 사람과 결혼을 하는 것은 불법이었다. 걸릴경우에는 당시로서는 거금인 1000불이하의 벌금과 15년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일이었다. 다만 예외조항으로 전쟁에 파병된 군인들이 현지에서 결혼한 신부를 데리고 오는것만 허락이 되었기에 미국내에서는 다른 인종과 혼인신고도 하지를 못하였던 것이다. 그런던 것이 1967년에 버지니아 에 사는 러빙이라는 백인이 흑인여자와 결혼을 하여 처벌을 받은 후에 대법원에 항소를 하여 이긴 덕분에 미국전체에서 인종간의 결혼이 합법화가 되었다. 데이브가 복녀를 데리고 미국에 온지 7년만의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사람들의 고정관념은 인종간의 결혼이 금기시 되어 있었다. 하물며 이런 씨족사회같은 시골마을에서야 말해 무엇하랴. 모두들 데이브와 복녀를 수근거리면 쳐다 보며 무시하였다. 에이미 자신도 복녀를 보면 입을 삐죽거리면서 인사도 잘 하지를 않았던 것이다. 동네 아이들도 그녀를 보면 슬슬 피하면서 쳐다 보기만 하였다.
그런데 30대에 들어 선 지금보니 그동안 에이미가 사귀어 왔었던 멋있고 남자다왔다고 생각했던 남자들은 다 성실하지를 못하고 가정적이지를 못해 돈만 있으면 술과 담배가 심하고 책임감이 없는데 바보같다고 생각해 왔던 데이브는 성실하게 10년이 넘도록 한 직장을 다니면서 열심히 사는 것이다. 어디가서 빨래나 아니면 남의 집 식모살이나 해야 마땅하다고 생각되는 복녀는 애도 없는데 집에서 살림만 하고 있게 하면서 말이다. 같은 모빌홈 단지에 살기에 주변에서 보면 여자도 꽤나 위하면서 자신은 굉장히 알뜰하게 사는 데이브다. 그때서야 에이미는 데이브가 몹시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좋은 기회가 생겼다.
복녀가 한국엘 간 것이다.
에이미는 미리 작정을 하고서 데이브를 유인했고 다행히도 데이브는 에이미의 작전에 넘어가 한번 몸을 섞는데 성공한 것이다. 한번이 어렵지 그 다음은 쉬운 것이다. 거기다가 아무렴 그까짖 얼굴이 노랗고 눈이 쬐끄만 복녀정도야 우습다고 생각한 에이미는 거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브가 자신의 마음을 알기만 하면 복녀와 이혼을 하고서 자신에게 매달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복녀가 돌아 오고 데이브는 에이미에게 먼저 연락해 오는 일이 없는 것이다.
지난번에도 자신이 먼저 데이브의 직장으로 달려 갔었다. 그러면 에이미의 생각에 데이브도 에이미에게로 한번쯤 먼저 신호를 보내 주어야 예의 일것 같은데 전혀 소식이 없다.
착한 데이브라서 일가친척하나 없는 타국에 있는 복녀에게 이혼 하자는 소리를 쉽게 못할것이라는 예상은 했었지만 어떻게 이렇게도 반응이 없을 줄은 몰랐다. 어제보니 데이브는 복녀와 다정하게 햄버거를 구워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지켜 보니 아깝고 분한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애를 챙기면서 다 식은 밥을 먹는데 말이다. 저렇게 못난여자가 저런 대접을 받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