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고향은 아니지만 말이 통하는 내나라땅에서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 복녀가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왔다.
걱정했었던 오빠들도 세월이 약인지 아니면 사회적 분위기탓인지 많이 누구러 들어 있었다.
복녀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날 명절은 아니지만 복녀가 준돈으로 시장을 봐서 상을 차리는 복녀의 큰올케는 마음이 착잡하기만 하다. 그래도 시누이라고 미국에서 잘 산다니 좋기는 하지만 이렇게 왔다갔다 하다가 나중에 영숙이가 시집 갈때 무슨 흠이라도 될까봐 걱정도 되는데 또 자신의 아들 중 하나를 양자로다가 미국에 데려가고 싶다 는 복녀의 말에 걱정이다.
일단은 생각해 보자고 했지만 어찌 아이를 보낼수 있단 말인가?
일단 남편과 상의를 한 후에 서류를 준비하겠다고 하는데 부디 시누이 남편이 싫다고 해 주기만을 바랄뿐이다.
미국이 아무리 좋다고는 하지만 어린 것을 떼어 보낼 생각을 하면 끔찍하기만 하다. 비록 자신이 늙어서도 남의 집일을 하러 다닐지라도 옆에 끼고 살고 싶다.
이때 두부를 부치던 둘째올케가 말한다.
“형님, 우리는 고모가 미국에 있으니까 나중에 우리 아이들 미국에 유학보낼수 있겠어요.”
“뭐? 유학?”
“네~”
“무슨 유학이여?”
“아, 고모가 미국에서 잘 산다는데 까짖거 조카들 데려다 공부좀 시켜 주겠지요.”
“아니 미국에서 누가 오래?”
“누가 알아요? 고모한테 아이도 없으니까... 그리고요. 유학만 갔다 오면 출세 하는거여요. 호호호...”
“뱁새가 황새 쫒아 가다가 가랭이 찢어져, 어여 밥이나 퍼.”
“무슨 뱁새여요? 혹시 알아요? 미국은 그나라 사람이면 공부도 공짜라는데...히히히 형님, 듣자니 어떤집은 시누이가 미국에서 초청을 해서 미국으로 식구가 다 갔어요. 누가 알아요? 우리도 미국 갈지.....”
“누가 그래? 자네나 가, 나는 안가.”
“오빠 이거 애들 뭐 사주세요.”
“이게 왠 돈이야,흠흠...”
밥을 먹은 후에 복녀는 오빠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골고루 돈을 건넨다.
오빠들과 큰 올케는 염치없어 하나 둘째 올케는 반색을 하면서 좋아 한다.
“어머, 우리아가씨는 역시 미국 사니까 다르다.아가씨 그런데요. 그 루즈 하나만 더 없어요? 우리 옆집 여자가 제걸 보고 너무 부러워 하면서 하나 사면 안되냐는데요?”
복녀는 가방속에서 루즈를 꺼내어서 건넨다.
"이건 새거구요. 이건 내가 좀 쓴건데 이건 언니가 더 쓰세요."
수더분한 큰올케와 달리 둘째 올케는 화장도 많이 하는편이다.
루즈를 받아 든 둘째 올케는 신이나서 죽겠다.
'이미 하나 팔았는데 또 팔것이 생겼기 때문이다. 까짖거 쓰던것도 보니까 거의 새것이다. ‘이것도 팔아야지. 그리고 나는 국산 싼것을 사서 쓰지 뭐....’
둘째오빠식구들이 가고 난후에
복녀는 큰 올케에게 묻는다.
“언니, 남의 집 일 다닐려면 힘들지 않아요?”
“아유 힘들어도 어떡해요. 먹구 살아야지요. 애들 학교도 보내야 하구요.. 벌써 영숙이가 중학교 갈 나이가 되어 가요.”
“그래서 말인데요. 내가 화장품등을 싸게 사서 부쳐 줄테니까 언니가 그것 팔아서 생활비에 보태쓰면 어때요?”
“아니 미국에서 어떻게?”
“미국에서 세일이라고 물건을 싸게 팔때가 있어요. 그때 사서 부쳐 주기도 하고 또 내가 양키물건 장사 하는 사람을 소개시켜 줄테니까 한번 해 봐요.”
“아이구, 아가씨 여기 이 촌에서 누가 미제 화장품을 써요? 아까 동서는 그래도 대전이니까 그렇지요. 그리구요 저는 그저 밭에 나가서 호미질하고 그러는 것이 마음이 편하지 그렇게 남의 비위 살살 맞춰가며 물건 파는 것 못해요.”
속으로는 '아니 미군이랑 결혼 한 시누이 있다고 누가 알까 두려운데 무슨~~'하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생활비에 보태 쓰면 좀 좋아요. 할수 없지 뭐.”
시키는대로 안하는 큰 올케에 대해 뾰로통 해지는 복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