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어제 온다더니 왜 인제서 왔니? 데이브가 너 찾아서 몇번을 왔었는지 아니? 그리고 데이브가 너에게 월급도 맡겼다면서?"
복녀가 들어 오는 소리에 명희엄마가 황급히 뛰어 나오며 복녀를 다그친다.
"네"
"그런데도 망설이면 어떡해? 너 그러는것 아니다. 그래도 소개 해준 내 체면을 봐서라도 그러면 안된다."
말없이 고개를 숙이는 복녀...
"에이구 내가 너와 한방에서 살면서 남자를 소개 해 줄때는 이런것 저런것 다 생각해서 소개 해 준거야. 더군다나 너는 다른여자들처럼 몸파는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내가 얼마나 강조했는지 알아? 내가 오래동안 거래 해 온 사람한테 특별히 부탁해서 골른 남자야. 그런데 내가 실지로 보니까 사람은 괜찮은것 같으니까 아무말 말고 잘 생각 해. 결혼해서 같이 미국에 간다잖아. 그리고 서류걱정은 말아라. 철호가 영어를 아니까 다 도와줄거야."
조용히 고개 숙이며 명희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복녀는 눈물 한방울을 떨어뜨리며 밖으로 나간다.
"에구 불쌍한것..."
명희 엄마는 복녀의 뒷모습을 보고 마음 아파한다. 그러나 한번 살림을 차렸다가 구박하는 시어머니와 남자의 폭력을 이기지 못하고 도망나온 적이 있는 여자가 어디로 시집을 가겠는가 하는 생각에 그래도 미국가면 잘 먹고 잘살지 않겠나 생각으로 소개시켜 준것이기는 하지만 사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 말도 잘 안통하는 남자하나 믿고 쫒아 간다는것이 쉬운일은 아니지 않는가.
"다 지 팔자지. 잘 되어야 하는데...."
밖으로 나가서 동네를 한바퀴 돌고 돌아 온 복녀는 집앞에서 커다란 봉투를 들고 서성거리고 있는 데이브를 발견한다.
복녀를 보자마자 포옹을 하려고 하는 데이브가 오늘따라 징그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어쩌랴 내인생을 맡겨야 할 사람인데, 가난이 싫으면 이사람을 따라가야 할텐데....
"복녀, 보고 싶었어.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나 얼마나 복녀가 보고 싶었는지 알아?"
"잘 계셨어요?"
이 남자는 요새 한국말도 열심히 배울려고 하다 보니 한두 단어는 한국말로 하고 있다. 남자가 커피등이 들어 있는 커다란 봉투를 주더니 그녀를 이끌고는 빵집으로 간다.
"여기 빵 주세요."
어눌하게 한국말로 하고 있다.
주인여자가 알아서 갖다 놓은 빵을 손에 쥐어 주면서
"하니, 많이 먹어." 한다.
비록 며칠 안 되지만 시골에서 보리밥만 먹다 올라온 복녀로서는 그 빵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그래 바로 이거야. 사람이 살면 얼마나 살다 죽겠어. 그래 미국에 가면 미국은 거지도 잘살고 다 자가용도 있고 텔레비젼도 있다잖아.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차별이 없다잖아. 나도 한번 그렇게 살아 보는거야. 가면 내가 좋아 하는 커피랑 케잌 그리고 닭다리도 싫컷 먹을수 있을거야. 그리고 매일 저녁마다 예쁜 옷을 입고 자가용타고서 파티를.....'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 복녀는 데이브를 향해 웃음을 날리자 순진한 데이브는 좋아서 어쩔줄 모른다. 데이브로서는 한국여자들이 다 날씬하여서 이뻐 보인다. 그런데 특히 다른 여자와 달리 복녀는 키도 커서 더 마음에 든다. 자신이 미국에 가도 날씬하고 이쁜여자들은 자신과 만나려고 하지를 않는다. 어려서 부모가 이혼한 뒤로 새 엄마밑에서 눈치밥을 먹고 자라다 보니 학교도 다 졸업을 못한데다가 가진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자신에게 여자들은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결혼하려면 돈이 많이 드는데 여기서 결혼을 하는 다른 돌료들을 보니 돈도 안들어 보이고 얼마나 좋은가,
물론 가족들이 놀라겠지만 이미 자신은 아버지가 돌아 가셨고 어머니는 새 아버지와 살고 있으니 큰문제가 될 것이 없다. 이여자를 데리고 가서 둘이 열심히 일하면 잘 살수 있을것 같다. 보통의 한국여자들은 알뜰해서 돈도 많이 안 쓰니까 저축하기에는 더 좋을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부대 에 있는 나이 먹은 군무원에게 결혼할 여자 하나 소개 해 달라고 부탁을 한 것인데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나서 정말 좋다. 그러나 복녀를 데리고 미국에 가려면 빨리 서둘러야 한다. 서류를 준비하는 기간이 있으므로 빨리 해야만이 둘이 같이 미국에를 갈수가 있다. 그렇지 않고 자신이 먼저 미국에 가고 난 후 나중에 오라고 하면 복녀가 혼자 올수 있을지 또 무엇보다 복녀의 마음이 바뀔까 걱정이었다.
결국 서둘르는 데이브를 따라서 복녀는 데이브와 방을 얻어서 살게 되었는데 미국갈 서류 준비를 위해 결혼 신고를 하려고 고향집에를 갔다. 같이 가서 인사를 하겠다는 데이브를 겨우 떼어 놓고서 혼자 호적등본을 떼러 갔더니 엄마는 초상난 것처럼 울음을 그치지를 아니하고 오빠들은 그녀를 흠씬 두들겨 패면서 창피하다고 호적 파가라고 야단이었다. 결국 울면서 도망치듯이 고향집을 나오면서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던것이다.
이제는 이런 지긋지긋한 가난과는 끝이다 나는 미국에서 잘먹고 잘살 것이다. 하면서 마음으로 가족에 대한 정을 다 정리 했는줄 알았는데...
데이브의 근무지인 철원에 가서 6개월정도 살은 후에 미국으로 가서 10년을 살면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너무나 절절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