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한 거리 풍경이 가게 창문으로 그려진다.
여유있게 시작했으면 참 아름다운 모습인데, 아둥바둥 시작한 장사라
그저 답답할 뿐이다.
띠리리링..
-안녕하세요? 호야네 분식집입니다.
=한가해? 전화를 빨리받네?
남편의 전화다.
처음부터 남편이 반대한 장사를 무리하게 시작한탓에
사소한 빈정에도 맘이 상할뿐이다.
-용건만 말해. 나도 바쁘다구!
=오늘 저녁에 친구 성룡이가 올거야.
-뭐?!! 여기 제주도에 여행온거야?
=뭐 그런셈이야. 우리집에서 며칠 묵을거야.
-어.. 무슨소리야? 펜션이 지천이고 비수기라 값도 저렴한데, 불편하게
우리집에서 지내다니?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그래? 내방에서 같이 지낼거니깐 당신 신경쓸일 없어.
-아니지.. 그래도..
=바쁘다며? 그렇게 알고 끊어.
딸깍 뚜 뚜 뚜..
우리 부부의 통화시간은 길어야 1분이다. 정확하게는 56초, 그 짧은 시간에
엄청난 폭격을 맞아 버렸다.
남편의 친구와 그것도 며칠씩 같이 지내야 한다니, 좀 찜찜한 기분이 든다.
고작 18평 2룸 아파트인데.. 변기는 어쩌고.. 하는 생각이 슬쩍 지나가는데,
=자기 무슨 생각하는거야?
옆집 승호엄마가 들이닥친다.
-어.. 왔어? 김밥 여기 준비했어.
=왜 그래? 무슨 일 생겼어?
-아니.. 아니.. 아, 있잖아. 남편 친구가 서울서 내려온다는데, 우리집에서
며칠 있겠다고 하네?
=아유.. 왠 궁상?!! 우리 시댁에 전화 넣어줄까?
그러고 보니, 승호엄마네 시댁에서 제법 큰 펜션을 한다고 했다.
-아, 자기가 있었구나.. 저녁에 그렇게 해야겠네.. 히히.. 잘됐다.
=어이구.. 별것도 아닌걸 가지고 걱정 붙들고 있었구만? 전화해.. 나 간다.
승호엄마 말 듣고 보니 별일도 아닌데, 쓸데없이 걱정을 하고 있었다.
띠 띠 띠...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승호엄마네 전화해서 방하나 잡아둘게.
=무슨소리야! 쓸데없는 짓 하지말고 우리 신경 꺼.
딸깍 뚜 뚜 뚜..
우리라는 단어가 커다란 간판처럼 머리속에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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