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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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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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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2007-01-30

한산한 거리 풍경이 가게 창문으로 그려진다.

여유있게 시작했으면 참 아름다운 모습인데, 아둥바둥 시작한 장사라

그저 답답할 뿐이다.

 

띠리리링..

 

-안녕하세요? 호야네 분식집입니다.

 

=한가해? 전화를 빨리받네?

 

남편의 전화다.

처음부터 남편이 반대한 장사를 무리하게 시작한탓에

사소한 빈정에도 맘이 상할뿐이다.

 

-용건만 말해. 나도 바쁘다구!

 

=오늘 저녁에 친구 성룡이가 올거야.

 

-뭐?!! 여기 제주도에 여행온거야?

 

=뭐 그런셈이야. 우리집에서 며칠 묵을거야.

 

-어.. 무슨소리야? 펜션이 지천이고 비수기라 값도 저렴한데, 불편하게

우리집에서 지내다니?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그래? 내방에서 같이 지낼거니깐 당신 신경쓸일 없어.

 

-아니지.. 그래도..

 

=바쁘다며? 그렇게 알고 끊어.

 

딸깍 뚜 뚜 뚜..

 

우리 부부의 통화시간은 길어야 1분이다. 정확하게는 56초, 그 짧은 시간에

엄청난 폭격을 맞아 버렸다.

남편의 친구와 그것도 며칠씩 같이 지내야 한다니, 좀 찜찜한 기분이 든다.

고작 18평 2룸 아파트인데.. 변기는 어쩌고.. 하는 생각이 슬쩍 지나가는데,

 

=자기 무슨 생각하는거야?

 

옆집 승호엄마가 들이닥친다.

 

-어.. 왔어? 김밥 여기 준비했어.

 

=왜 그래? 무슨 일 생겼어?

 

-아니.. 아니.. 아, 있잖아. 남편 친구가 서울서 내려온다는데, 우리집에서

며칠 있겠다고 하네?

 

=아유.. 왠 궁상?!! 우리 시댁에 전화 넣어줄까?

 

그러고 보니, 승호엄마네 시댁에서 제법 큰 펜션을 한다고 했다.

 

-아, 자기가 있었구나.. 저녁에 그렇게 해야겠네.. 히히.. 잘됐다.

 

=어이구.. 별것도 아닌걸 가지고 걱정 붙들고 있었구만? 전화해.. 나 간다.

 

승호엄마 말 듣고 보니 별일도 아닌데, 쓸데없이 걱정을 하고 있었다.

 

띠 띠 띠...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승호엄마네 전화해서 방하나 잡아둘게.

 

=무슨소리야! 쓸데없는 짓 하지말고 우리 신경 꺼.

 

딸깍 뚜 뚜 뚜..

 

우리라는 단어가 커다란 간판처럼 머리속에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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