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을 쓰기위해 일어났다. 실은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어쩔수없이 눈이 떠질 상황에 맞닥드렸다. 아기가 앵 울것처럼 뒤척이더니 울컥 먹은 것을 게워냈다. 목구멍에 뭔가 걸렸었나보지. 어미의 직감으로 못먹을 거라도 삼킨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등을 토닥이고 ㅇ불과 바닥에 게워낸 오물을 닦고 아이 옷을 갈아입히고... 부산을 떨다보니 오던잠이 확 달아나버렸다. 이내 아이는 다시 잠을 청한다. 시간은 새벽,, 잘된셈이다. 늘 이시간에만 눈이 떠진다면 내 계획도 착착 진행되리라. 계획이래야 별거아니다. 그냥 쓰고 싶은 욕망을 최대한 맑은 정신으로 이성이 살아있을때 하고 싶은거다. 난 뭔가를 써야한다. 뭐가뭔지 모를 뭔가를. 인생이 흘러가버린다는 걸 직감적으로 인식한건 얼마안됐다. 실은 폐부깊은 곳에서 슬픔과 허무와 시간이라는 굴레가 한꺼번에 느껴졌다는 편이 더 설득력이 있겠다. 채 일년도 안 된 시간을 보내면서 내 인생의 길이를 셈해보는 버릇이 생겼다. 부모의 일을 닥치고 보니 나도 똑같이 맓아야할 전철. 얼마남지 않았구나. 유한한 인생길에 내가 남기고 가야할것은 없다. 아무것도 쥐지 않고 빈손으로 떠나던 아버지들 처럼. 그저 앙상한 몸도 어느새 녹아들것처럼 서서히 악취를 풍길 게다. 빈 껍데기에 불과한 몸뚱이 하나 남겼다지만 약간의 세월만 지나고나면 그마저도 썩어문드러져 흙으로 변해버릴게다. 기억조차 잊혀져버릴것. 세월은 허망한 것, 그걸 난 연이은 부모상을 치르면서 폐부깊숙이 느꼈기때문에 인생이 길지 않다ㅏ고 자꾸 되뇌이는 버릇이 생겼다. 그간 난 무얼 할건가. 이름조차 잊혀질 인생. 남은 건 흔적같은 가는 바람 한줄기뿐일 걸. 나의 흔적은 뭐가 될까. 아버지의 기억들이 되살아나다 멈추고 또 잊혀지고 있다. 헉헉거리는 소를 앞세워 밭갈이하시는 모습, 탈탈거리는 경운기를 운전하시며 포장된 시멘트길을 달려오시는 모습, 앞서간 막내를 차마 눈뜨고 보시게 될줄이야. 장의차 안에서 막내의 관을 부둥켜안고 우시는 모습. 대입을 앞둔 딸에게 그리 호되게 하시던 냉정한 모습. 이른새벽 신문이나 책을 펼쳐들고 읽으시는 모습, 눈을 땔수 없을 정도의 무수한 모습들이 스쳐지나가지만 고정된시선으로 내 감각을 사로잡는 건 역시 마음아픈 순간들인가보다. 기쁘고 행복한 순간들도 많았지만 그것들은 어느새 얼굴을 감추고 벌써 먼 무석으로 뒤쳐지고 아프고 아린 기억들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난 글을 써야하는 이유 중 하나를 부모에 대한 기억회상하기로 한다. 가족들과 지내는 과정은 내 성장배경이기도하다. 내가 자라온 과정으로 바로 내가족의 역사는 곧 나의 역사이다. 난 역사를 쓰고 싶은 게다. 나의 응축된 기억의 편린들을 엮어서 하나의 에머랄드목걸이는 아니더라도 그런 장신구하나쯤 만들생각이었다. 치장의 필수요건인 장신구 목걸이 귀고리 반지 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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