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잤다 껬다. 여명의 빛이 내리고 잇다. 금새 밖은 검은 빛을 거두고 있다. 겨울나무는 여전히 앙상하니 하늘을 향해 가지들을 올리고 있다. 건물의 색도 이제 제 빛을 찾을 것이다. 서재에서보면 아직도 보일러실 건너편 향나무는 짙은 초록을 과시하고 있다. 이제 차츰 자연의 향과 빛을 뿜을 게다.
휴대폰소리에 잠이 깼다. 그이는 요란하게 울리는 폰을 내게 건넨다. 언뜻 스치는 번호가 055-- 여보세요. 아직 잠이 덜 깬 목소리다. 오빠다. 달아나는 잠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반가운 기운의 목소리 물론 술냄새가 전선을 타고 흘러들어온다. 에번 고향방문으로 지쳐있었나보다. 지친맘을 달래는 건 역시 알콜.. 그이도 그랬다. 바로 엊저녁 그이 어머니 죽 나의 시어머님께 다 고해 바친다. 사고 날뻔했어요. 찬거리를 갖고 오신 시어머니에게 며느리의 말은 과히 반가운 말은 아닐게다. 며느리입장은 그래도 어머님이 아셔야 잔소리라도 들어야 조금의 각성이라도 하지 안겠냐는 판단이다. 가슴이 아프다고 연발하시는 시어머니께 괜히 말씀드렸나싶기도 하다. 기왕에 뺕은 말. 이참에 함께 사고 현장을 확인할 참이다. 아파트 벽은 흔적이 없다. 아침에 베란다에서 내려다 봤을땐 분명히 시멘트덩어리가 하나 예의 자리에 있던데... 잘못밨는지.. 벽은 거의 정상인듯하다. 한쪽 아래에 살짝 벗겨진 곳이 있긴 하지만 아침에 봤던 시멘트덩이리의 짝이라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정도다. 차는 진의 말처럼 건물 공터에 덩그러니 홀로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녀의 말이 맞다는 걸 확인하려는 단서라도 하나 잡았는지 잽싸게 어머님을 부른다. 보세요. 제 말이 맞죠. 거짓이 아니죠. 바로 당신아들이 어린 손주들을 셋씩이나 태우고 그밤에 .. 이것 보세요. 기어코 일을 저질렀구나. 시어머닌 그새 가슴이 정말로 철렁 내려 앚은 겔까. 표정이 일그러진다. 뒷밤바가 역시나 찌그러졌다. 오센치이상 금도 갔다. 외관상으로봐선 그외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 같다. 상황을 재연이라도 하려는듯 그녀는 몸을 앞으로 당기고 보란듯이 진이 그 상황에서 어땠는지 연기를 해보였다. 차 측면의 긁힌자국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희야 라면.. 물끓는다.. 재촉하는 소리. 대답과 동시에 달음질하는소리..
실아 그자식 죽여버리고 싶다. 나쁜자식, 지가 보내주지도 못할거면서.. 잘해서 가는걸 못가게 해 아니, 그날 근무하고 있는데 세상에 이혼하겠다고 전화왔어. 그래서 나 너한테 가지말라고 하려고 해신디... 차안이라고 하길래 오히려 안심했다. 그 나쁜놈이 우리 집안을 무시해서 그런기라. 가만 안둘끼라. 절대 제주도엔 델;고 오지마. 알았제.. 오빠의 동생사랑하는 마음이 절로 배어든 말이란걸 모르는 바아니나 알콜 기운이란게 횡설수설 거리게 한다. 희야는 희야대로 그런 아빠가 정말 싫을게다. 이제 어엿한 대학생이된다. 교대를 합격해둔셈이다. 희야에 대해서는 오빠의 말이 진심을 내포한거다. 우선 우리 집안에 교육대에 합격했다는건 우리집안을 빛낼 선생이 나온다는 걸 예고하는 게다. 선생은 돌아가신 아버지때의 꿈이기도 하다. 아버진 그녀에게 4년 내내 교대 안갔다고 그렇게 원망하셨다. 지금은 그녀 입에서도 여자직업중에 초등학교 선생만큼좋은 직업이 없다고 단정해버릇하지만 어쩐지 당시는 왜 그랬는지... 우선 교대 건물이 왜따로 떨어져 있는게 망에 안들고. 성적도 문제가 됀것 사실이다. 이제화 생각하니 차라리 재수라도 해버릴걸 하는 생각을 안한건 아니지만 그땐 왜 한가지를 선택하면 옆으로 생각을 달리 하거나 선생말을 거역하는걸 생각해보질 못햇다. 임선생은 국문과를 권한것도 아니고 일문과를 권했다. 왜 그랬을까. 분명 희망사항에는 변함없이 국어교육과, 한문교육과 뭐 선생이 되기위한 걸 목적으로 한데서야 상업교육과를 거론하지 않은건 아지지만 그녀에게 상업은 생소했다. 또 나름대로 실업계학교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고해서... 얼마간은 임선생을 원망하기도 했다. 차라리 국문과가 일문과보다 약하니 그럴 권할것이지 왜 일본에 관심을 둬 본적도 없는 그녀에게 그걸 권했는지 또 그녀는 두말없이 그걸 승락했고 아마 한번이라도 입시에 관해서 아버지가 임선생에게 상담이라도 요청했더라면 뭔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입시는 집안에서야 그럭그럭 했다손치더라도 첫째도 아니고 네째에 딸이 어디를 어떻게 가든 신경쓸겨를이 없을수도 있다. 농사일로 항상 바쁘고 시내로 유학 보낸 딸까지 신경쓰기는 -어쩜 늘 모범생으로 믿고 있기에 혼자서 잘 알아서 결정하겠거니 지레짐작해버렸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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