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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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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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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BY 유 진 2006-09-16

친구는 수시로 친정엄마에게 맡겨 둔 딸아이에게 전화를 했다.

19개월 된 딸아이에게 전화를 했다.

혼자 묻고 대답하고,  웃고 그렇게 즐거워 할 수 가 없다.

그리고, 남편에게서 수시로 전화가 왔다.

너무 작은일,  어쩌면 필요없는 대화가 웃음을 가득 머금고 오갔다.

커피 몇잔 먹고, 화장실 몇번 갔다 왔고,  멸치를 2000원어치 사 퇴근할 거라는 것까지...

" 나, 우리남편이 첫사랑이다.     싸우기도 하두 싸워서...지금은 노년을 보내는 기분이다.

  너, 아니?  남자가 노년기에 들어서면 여자에게 꼼짝 못하는거...호호호호"

늘 걷는 길을 큰 어려움 없이 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부러운지...

그리고,  문득 우경은  자신의 가슴에 깊이 자리한 준서가 

점점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기가 태어 나면 자신도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남편과도 좀 다르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우경의 남편은 병원에 처음 나가는 날에만 집에 있었다.

"저 오늘부터 병원에 가요... 한 삼일정도요.   별일은 아니고..."

남편은 우경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 별일 아니라고?   생각은 해 봤어?"

돌아서서 말을 툭 던지는 남편에게 우경은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오전의 시간이 너무 가볍게 고맙게 지나쳐 줬다.

10시부터 오육인분의 점심을 준비 하면서, 시간은 참  잘 갔다.

이틀째 되던 날,  의사가 점심을 먹으며  "참...맛있네요.    정성들이지 말고 대충 하세요..."

친구는  "그래... 집에서도 이리 먹니?  호박전에 꽃모양을 만들어서,  이렇게?"

우경은 그냥 웃었다.    "야,  우리 엄마도 이렇게는 안 해줘... 편하게 해."

그냥 웃었다.     "너무 힘들게 최선을 다한게 한눈에 보이니 미안하다 얘...호호호호"

남편의 식탁도 다를 바 없다.

하얀접시에  김치도 흐트러짐이 없게 네모난 두부처럼 놓여지고,

생선구이엔 깻잎을 깔고,  피망을 한켠에 썰어 모양을 낸다.

계란말이는 김발로 한번더 눌러 네모 반듯하게 모양을 내서...

조림은 반짝반짝 윤기가 흐르고,  찌게는 보기가 좋다.   너무 보기가 좋다.

모든 음식이 두번세번 손이 가야 식탁에 놓여 졌다.

'최선을 다 하지만 따뜻하지 않다는 말은...... 친구의 느낌같은 것일까?'

친구는 우경에게 설겆이를 못하게 했다.

항상 유쾌한 친구가 흥얼거리며 노래까지 하며 설겆이를 했다.

"있지...  출산한 삼모가 없어서 그렇지만,  넌 미역국도 맛있게 끓일 거 같어.

 사랑 받겠다.    요리 잘해서.   우리집은 남편이 더 잘한다. 호호호호...

 물론,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하지만...오무라이스, 김치볶음밥...좋겠다.  요리 잘해서..."

우경도 왠지 하루가 다르게 몸이 피곤해 친구 뒤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친구의 경쾌한 종알 거림이 참 듣기 좋았다.    오랜만에 듣는 좋은 말소리다.

 

병원엔 사일 나갔다.   곧, 식당일 하실 분이 오셨다.

출산한 산모는 한명 있었다.    미역국을 직접 갖다 주고 싶었다.

너무 작은 아기가 조용히 자고 있어,  우경의 목소리도 작아 졌다.

"몇시에 낳으셨어요?"  왠만해서는 먼저 말을 걸지 않는 우경이 산모에게 물었다.

"열시 십이분요..."   퉁퉁부은 얼굴엔 그래도, 웃음이 돌았다.

부은 얼굴만큼 가득...   "축하해요..."  우경도 잠시 뿌듯해져 오는 마음이 좋았다.

"미역국 참 맛있네요.   "   산모는 푸짐한 미역국을 푸짐하게 먹었다.

곧,  남편과 시어머니로 보이는 사람들이 왔고.  웃고 떠들썩 해졌다.

듣기 좋은소리 였다.   

입원병실은 세개 였다.

또다른 방에도 미역국을 줘야 하기에 들어갔다.

아직 볼에 애기살이 붙어 있는 듯한 어린 아가씨(?)가 누워 있었다.

우경은 순간  얼어죽은 참새를 보았던 어린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국 먹어요......"  그 말에도  그 어린여자는 누워 있을 뿐였다.

우경은 그냥 조용히 나오려 일어 섰다.

"아줌마......저,  그냥 가면 안될까요?"  울음이 고여서 잘 들리지 않았다.

"전,  잘 몰라요...  아직, 수액도 남았는데... 전,  잘 몰라요."

어린여자는  혼자 중얼 거렸다.   "오빠는 뭐 하는거야... 가버렸겠지?"

아기도 없는 방에 너무 추워 보이는 어린여자에 대해서 우경은 모르고 싶었다.

왠지 뱃속의 아기에게 못 보일 거 보였다 싶은 생각에 빨리 나왔다.

그리고,  자신이 이미 아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가슴이 뜨거워 지는 기분였다.   열이 오르는 것이 뜨겁고, 따뜻했다.

 

친구가 돈을 주는데 받지 않으니,  상품권을 주었다.

상품권도 안 받으면 시간이 부족한 자신이 선물 사러 다녀야 한다면서...

상품권의 액수가 과 하다 싶었지만,  막무가내 였다.

우경은 상품권을 받아들고 옆의 꽃집에 가서 큰 화분을 사 병원에 배달 시키고 돌아섰다.

 

돌아오는 길에서 자신이 자신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준서의 마지막 모습에 자신을 포기한듯 노력하지 않고 살아온 것을...

자신을 위해 사는 결혼생활이 아닌, 결혼을 위해 사는 빈 자신을 후회 했다.

친구처럼 병원에서 일했더라면...  아니,  보잘것 없는 직장이라도 놓지 말걸...

그래서,  사람은 자기 일이 있어야 한다고 하나 보다.

물론, 자신이 집에서 하는 일도 우습게 볼일은 아니지만...

직장생활을 그만하고 남들처럼 결혼해서 그냥 살자 싶었던 자신이 참 한심했다.

그래서,  이렇게  혹독하게 후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도착하니 전화가 왔다.

"야, 아니?   화분은 왜? 보내?  힘들었을 텐데...뭐 맛있는거 사 먹고 하지 그랬어.

 나,  너 또 만나란다.   의사샘이 너한테 상품권 또 주래...나 바쁘다니까 말  안듣고......"

우경은 웃으면서  "나 재미있었어...... 느끼것도 있고...괜찮아."

"몰라...나도 몰라.  잘 지내고...  참!  내가 말한다는게... 

 있지,  어떤차가 너 따라 다닌데...

 이간호가 말 한거니까 귀담아 듣지 않았지만, 

 조심해...  이간호 말로는  너 오면 그차도 병원뒤에 주차 됐다나? 

 네가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걔가 어려서 저 혼자 드라마 쓴다...

 이간호 말로는  분명히 너를 주시 했단다.  

 참...어이 없지?   차안에서 뚫어지게 병원을 보더래.   

 미친놈 이겠지?   너를 따라 다니겠어?   하긴 네가 좀 예쁘니까,  다음에 보자...

 꼭 연락 하란다.   의사샘이 꼭 연락 하래요.   안녕,  다음에 꼭 보자.  "

그 병원엔 가지 않을 거다.     진료 받지 못 할 거 같다.

 

'미친놈...... '  우경은 남편 생각이 났다.

남편일테지 싶었다.    '그는 아픈거다.   병이다.'  생각하니 측은 했다.

아기를 위해서,  이제는 나를 위해서 살고 싶다고...

미친놈이라고 해도  아기를 위해서 온전한 엄마로, 

남편이 있는 엄마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녁 일찍 남편이 들어 왔다.

"저 그냥 살래요...우리  잘 살 수 있을 거예요.    아기가 태어나면..."

남편은 말이 없었다.

"살아요...그냥 살아요...제가 잘 할께요.    느낀게 있어요. "우경은 어렵게 말했다.

"그냥 살아?   그럴까?  지금은 그냥 사는게 아니고?  

 병원에서 무슨짓을 한거야?  뭘?  느끼셨나?   의사가 같이 지내면서

 잘 하는 방법 가르쳐 준다든?  뭘 느껴?   나랑은 그냥 살고?

 의사랑은 느끼고?  "

 

너무 기뻐도 세상이 환 해지지만,  

기가 다 빠져 나가는 말을 들어도 세상이 하얗게 된다.

우경은 바닥에 그대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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