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생각 한다 해도 어디로 갈지 알 수 있을까?
우경은 생각을 접고, 모처럼 비 개인 하늘을 모았다.
눅눅한 이불를 널어 두고, 거실에 앉아 있으려니...
유리창이 참 깨끗하다.
몇일을 멍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에게 깨끗한 유리가 미소짓게 한다.
문득, 직장생활이 그리웠다.
아침을 준비하며 살짝 화장하던 자신이 그리웠다.
우경은 화장을 하기 시작 했다.
참 간사한 사람 마음... 직장생활 내내 똑같은 사람들 속에서 마음 열지 않고
그저 일을 하면서, 즐거움도 그저...고단함도 그저... 일 뿐였는데,
직장생활이 하고 싶어 졌다. 화장을 하며 '나가보면 내가 할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기분이 맑게 개인 하늘처럼 좋아졌다.
아무생각없는 여자처럼 흥얼거리며 노래를 하다 우경은 웃었다.
"휴...배가 점점 불러 올텐데......무슨 직장? "
우경은 화장도 했으니, 병원에 가기로 맘 먹고 모처럼 외출을 했다.
병원에서 뜻밖의 만남이 있었다.
그녀의 중학교 동창을 만났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임신 했음을 얘기 할때
우경은 너무 자랑스러웠다. 자신이 남편과 어떤 상황인지 모두 잊을 만큼
세상이 편했다. 자랑스럽고,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밥은 먹었니?" 친구는 다정하게 물었다.
"응? 아! 아직이지..점심시간이야?" 우경은 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아직 멀었다. 점심먹기엔...
친구는 좀 짜증난 투로 조용히 말했다.
"식당아줌마가 그만 두셨는데... 처음엔 나도 나가기 귀찮아서
친정엄마가 반찬 마련해서 챙겨주시면 먹고 그랬거든...
그런데, 요즘애들 왜? 그러니? 계속 먹기만 한다. 벌써 사흘째다.
급할땐 산모 미역국도 끓여요...아히...싸울수도 없고, 선생님은 위에서 드시니까...
모르지...밥을 먹는 건지, 빵을 먹는 건지... 사흘동안 어떻게 버텨봤는데...
내가 끓인 미역국 산모가 먹고 맛없다고 하더라? 호호호호호...내가 먹어도 맛은 없지."
우경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간호원이래야 네사람이고, 병원도 이층건물에 아담했다.
"응......내가 밥 해 줄까?" 우경은 웃으며 농담을 했다.
친구는 "정말? 사실 점심하고, 산모들 밥만 하면 되거든... 몇일만 해주라..."
우경은 당황스러웠다.
"아니...아냐......내가 해 본 일이 아니라..."
친구는 우경을 툭툭 치며 "너 지금 이시간에 이렇게 입고 온 거 보면 집에 있잖아?"
우경은 고개만 끄덕이면서 웃었다.
친구는 진심인듯 부탁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몇일만... 나 오랜만에 만나서 이런 부탁 하기 싫지만, 힘들어서 그래..."
우경은 어떨결에 "생각해 보자... 전화할께"
우경은 진료실에 들어 갔다. 의사는 표정이 없었다. "네...앉으세요."
우경은 "임신을 해서요"
의사는 그제야 웃으며 " 좋으시겠네요? 일단 누워 보세요. 초음파 보고, 얘기 합시다."
우경은 누웠다. 의사는 "저기 보세요. 한 5주? 5주 됐군요... 됐습니다."
알고는 있었지만 누군가 말로 해주니 가슴이 약하게 뛰었다.
"5주 됐구요...일주일후에 봅시다." 그말이 끝나자 마자 친구가 들어 오더니
"선생님 이분이 제 친구거든요..."
의사는 우경을 다시 보며 "그러세요?"
친구는 "이 친구가 몇일 점심준비랑...산모식 해 줄 수도 있다고..."
우경은 깜짝 놀라서 "아냐... 아냐... 나 안 해봤어."
친구는 "집에서 밥 해봤잖아? 일주일이면 아줌마 올거거든...아니 사흘만..."
의사는 껄껄 웃으며 "강간호, 지겨웠나봐요?"
친구는 "네... 미역국 정말 못해요. 아시잖아요? 겁나네요..."
우경은 그렇게 병원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남편은 반대 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 없었다.
오전 10시 즈음 해서 병원에 가 점심을 준비 하면 됐다.
우경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친구를 보면서,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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