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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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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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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BY 유 진 2006-09-14

첫아이 임신 소식을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은 화를 냈다.

"뭐?  나참 기가 막혀서...  우리가 얼마나 잤다고?  묻지도 않고 함부로..."

그것은 아기 아빠가 될 사람이 하는 말이 아니였다.

우경은 처음으로 그에게 소리 쳤다.

보름씩 일을 핑계로 안 들어 왔을 때도,  사랑도 없이 아프게 무너뜨려도...

한번도 소리치지 않고 참고 견뎠다.

 

우경의 마음속에 간직된 준서의 눈빛과 손짓은  몇천년을 견딘 화석과 같았다.

누군가 깊이 파고 들지 않고 서는 찾을 수 없지만...

깊은 곳에 뭔가가 있을 것 이라고 확신 할 수 있을 만큼  퇴적의 흔적은 뚜렸했다.

퇴적된 한숨을 나누어 쉴 때마다, 남편은 차갑게 노려 보곤 했다.

그래서...그래서 참았다.

사랑하지 않음은 마찬가지 이므로 참았다.

 

그러나,  임신에 대하여 그렇게 말 하는 남편은 참을 수가 없었다.

"얼마나 잤냐구요?  그건 당신이 더 잘 알테지요. 

 결혼은?  내가 당신에게 당신과 결혼해도 될까요? 라고 묻고 했나요?  

 당신은 내게 결혼 해 줄 수 있냐고 물은 적 있나요?

우리가 지금까지 함부로 하지 않은게 뭐가 있나요?

당신 내게 함부로 하지 않았어요?    기가 막혀요?

난?   난 당신이 기가 막히네요.     아기가 싫다면  당신과 살 수 없어요. "

남편은 우경의 큰소리에도 끄덕없어 보였다.

우경은 그자리에 주저앉았다.

뭔가 더 말하고 고함치려 했지만...   그것도 사랑이 먼지만큼이라도 있어야 가능하다.

남편도 담배를 입에 물었다, 빼었다 하기에만 신경쓰는 듯 말이 없었다.

우경은 스스륵 잠이 왔다.    임신해서 그런지,  화가 잠을 부른건지  알 수 없다.

쏘파에 누워 잠을 청 했다.    그런 우경을 남편은 곁눈질 하지도 않는 듯 했다.

잠들며 어렴풋이 '어디로 가야하나?' 생각했던 것 같다.

잠결에 우경은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남편이 자는 우경을 보고 나즈막히 말했다.

"당신 보내려고 했어.     나도  내가 무섭다..."

우경이 잠에서 깬 것을 아는 듯 했으나,  남편 역시 하던 말을 움직이지 않았다.

"나도 내가 무섭다.    나 닯은 자식 낳기도 무섭고... 

 너를 힘들게 하는 내가 무섭다.

 결혼은 하지 말았어야 해.   

  난...   난...   여자를 믿지 않지...  네가 남자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그래서, 너를 보내려고 했어.   괴롭히기 싫다.

 내가 너를 좋아 하는 것 같아서 싫다.    그럼 넌 더 힘들어 지지.

 난...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렸거든..."

남편은 아예 우경의 발끝에 앉아 계속 했다.    나즈막한 말을  차분히 계속 했다.

"난...여자를 믿지 않지.    알고 있겠고 느꼈겠지만, 

어머니와 사업하시는 김아저씨......" 

남편은 더 말 하기가 힘겨운 듯 했지만,

"김아저씨와  동업자 이상의 관계지...  아버지도 물론,  알고  있고......

아버진 보았듯이  당뇨가 심하잖아...  아니,  아니다.    그것은 변명이고,

아버지는 어머니를 사람으로 보지 않을 뿐이지.    그뿐이야...

어머닌  자식들이 언제까지나 코흘리게 어린애로 보이는지...

모를거라 굳게 믿지.    아니,  아니다.  우리가 말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굳게 믿지.

그런 어머니를 20년을 보아 왔어.    어떤여자를 만났지.

날 미치게 했지.    어머니랑 똑 같이 사랑에 미친여자...

당신은 그러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했지.   

세상 누구도 당신 가슴속의 그 누군가를 밀쳐 낼 수 없으니까...

당신이 나를 보듯,   나도 당신을 보는데  온전히 살아 갈 수 있나?

아.........  나는 이제 끝내려 했는데,  담배꽁추를 현관문에 끼워두는 미친짓......

당신?   알았나?   밖으로 나가는지 보려고 현관문에 담배를 끼워둔거...

하하하하하하...내가 그런 미친놈이지... 

당신이 언젠가 거짓말로 '집에 있었어요...'라고 말하길 기다리는 미친놈이지...

당신이 집에 있었다고 거짓말 하는 날엔 내가 어떻게 폭발 했을지 모르지...

하지만,  날 건들지 않더군.    왠지알아?

당신은  애쓰고 있는 거야...  내게  거짓말 하지 않으려고...

왜그럴까?   나를 좋아해서...  흠...그건 아니지, 

당신은 내게 작은거짓말도 못할만큼 큰 미안함을 가슴에 담고 있겠지.

당신이 최선을 다하는 걸 느껴.    한끼의 식사 마저도  최선을 다하지...

하지만,  따뜻하지 않지.   왠지알아?   그저 최선을 다할 뿐 이니까...

나는 당신을 잘 본거야...  당신은 그저 최선을 다 할 뿐 이고, 

어머니처럼 사랑에 미칠힘도 없는 여자라는 걸 내가 본거야... 

사랑에 깊이 상처받은 마른눈빛을 내가 잘 본거지..."

그의 말은 우경을 나즈막하게 울부짖게 했다.

움직이지도 못한채 그의 말을 다 들어야 했다.

남편은 일어서며 말했다.

"생각해봐......나는 미친놈이고,  당신을 잡을 생각 없다고...내가 너를 좋아하면

넌 피가 마르는 힘겨움과 싸워야 하니까...  생각해봐...가도돼...가도록해..."

우경은 잠들며 어렴풋이 스쳐간 생각을 다시 했다.

'어디로 가야 하나?'

 

창밖엔 비가 매일 내렸다.

우경은 매일 생각했다.     '어디로 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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