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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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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BY 주연 2006-10-24

 이렇게 늦도록 집에 안들어 가본적이 없었다.

오늘은 많이 늦을 거라는 말에 부모님들께선 이해를 해주셨다.

세현과 함께이기 때문이다.

늦게 들어올 지원이를 위해 현관에 희미한 불빛만을 남겨놓고 부모님께선 이미 잠자리에

들었다.

그래도 혹여 부모님께서 깨실까봐 조심조심 들어오는 지원이었다.

 

연말연시라 사건 사고가 많은 달이었다.

지운은 늦도록 시달리다 지원이 들어오기 얼마전에 들어왔다.

시원한 캔맥주를 하나따서 먹는 찰라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지원이 들어왔다.

" 이제오냐?"

캔맥주를 입안가득 따라서 마시려던 지운은 지원의 몰골에 급히 넘기려다 사례가 들었다.

" 켁, 콜록 콜록,너...너....너........"

아무도 없을 거라 여겼는데 지운과 마주치자 지원역시 그자리에서 꼼짝하질 못했다.

자신의 몰골이 가관이리라.

지운은 지원의 멍든 얼굴도 얼굴이려니와, 그녀의 달뜬 모습이 마음에 안들었다.

" 너, 지금 대체........... 세현인 어딨어?"

" 오빠,세현씬............."

" 나  여기 있다."

지원은 돌아간줄 알았던 세현이 자신의 등뒤에서 나타나자 깜짝 놀랐다.

원래는 지원이 들어간 뒤 지원의 방에 불이 켜지면 돌아가려고 했다.

같이 들어가서 자초지정을 설명하려 했으나, 지원이 부모님은 이미 주무실거라고, 괜히

깨워서 걱정끼쳐드리고 싶지 않다고 해서 돌아가기로 했던 것이었으나, 아무리 기다려도

지원의 방에 불이 켜지질 않자 혹시라도 부모님께 들킨건 아닌가 싶어서 지원의 집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지운은 지원이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그리곤, 지원일 옆으로 비켜세우더니, 세현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 헉, 오빠!"

" 조용히해, 부모님 깨우고 싶지 않으면."

지운은 세현을 쳐다보면서도 지원에게 차가운 말을 날렸다.

" 훗, 주먹이 꽤 쎄군그래. 지원아 난 괜찮아."

지운에게 맞아서 얼굴이 돌아간 상황에서도 지원을 위한다.

" 서지원, 넌 올라가 있어. 그리고, 강세현 넌 나좀 봐."

걱정스런 지원을 뒤로하고 세현은 지운과 함께 지운의 방으로 갔다.

지원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서 화장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정말이지 가관이 아니다.

이미 멍이든 뺨은 이유도 아니다.

예쁘게 셋팅되어 가늘게 내려온 머리는 헝클어지고, 입술은 부풀어 올랐다.

더욱더 가관인 것은 자신의 달뜬 모습이었다.

눈동자는 까맣게 반짝거렸다.

지운이 화낼만도 하였다.

자신들이 무엇을 하였는지는 삼척동자도 다 알아차리겠으니 말이다.

참으로 민망하였다.

이런 모습을 오빠에게 보이다니.

지원은 욕실로 가서 자신의 모습을 정돈하고, 간편한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었다.

주방으로 내려가 간단한 상을 차려 지운의 방으로 갔다.

'똑,똑,똑'

" 네."

지원은 과일과 녹차가 담긴 쟁반을 둘의 사이에 놓곤 두사람의 눈치를 살폈다.

" 왜?"

지원의 걱정이 뭔지 알면서 지운은 딴청이다.

" 아니, 그냥.........."

지원이 사과한쪽을 포크로 집어 지운을 향해 내밀었다.

그리곤, 세현에게도 포크를 내민다.

" 그러니까,서일건설의 허은채 였단 말이지."

지운의 낮게 깔린 음성.

그건 지운이 지금 굉장히 화가 나있다는 증거다.

지운은 화가나면 평소보다 음색이 깔린다.

" 아무래도 낌새가 이상해. 앞에서는 갖은 감언이설로 사람을 안심시켜놓곤, 뒤에서 뒤통수

치는 게 서일건설의 스타일이지. 지금 너무 조용한게 수상해. 분명히 무슨 일인가 꾸미고

있는거야."

" 말이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지금 조심스럽게 서일건설을 조사중이야. 주식조작 의혹이

제기되고 있거든."

" 그래?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위인이지."

" 그나저나, 그 허은채라는 여자말야. 혹시 니가 그여자가 그런생각이 들도록 행동한건

  아냐?"

" 뭐라고? 나원참.............."

" 그나저나, 우리 지원인 어떻게 할거야?"

지원을 앞에두고 마치 지원인 없는 듯 말들을 건넨다.

" 결혼.......해야지."

" 결혼?"

" 응, 그런데 지금당장은 좀 그렇네. 연말이라 회사에서 결재 해야 할일도 많고,

지원이도 방학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서."

" 흠........."

" 그래서 말인데, 가까운 시일안에 조촐하게 약혼식만이라도 올리고 내년쯤 결혼식하면

어떨가 싶은데 말이야."

" 연말엔 모두 바쁜사람 투성이군 그래, 나도 그렇지만, 그래야 하지 않을까 싶군."

" 그래서 말인데............"

세현이 하려는 다음말을 알 수 있을 듯 싶다.

지운역시 부모님께 먼저 괜한 걱정거리를 안겨드리고 싶진 않다.

" 내 부모님께 잘 말씀드려 볼께. 그나저나 우리 오래간만에 만났는데, 차가 아니라 한잔해야

 되는거 아냐?"

" 그렇지."

지원은 간단하게 양주와 과일안주를 챙겨선 지운의 방으로 갔다

" 자, 둘의 약혼식을 축하하며........"

" 고마워."

" 어 허, 두사람이 결혼하면 어떻게 불러야 되는 지 알지? 자 한번 해봐 형님."

" 어, 그게 그렇게 되나"

" 이사람이 알면서 시치미 뚝 떼기는, 안그러냐 지원아?"

" 나도 두사람의 약혼을 축하해."

" 뭐라고?"

" 지원아~~~"

" 그럼 그게 아니었어? 두사람이 약혼 어쩌고 하던데...... 난 당연히 당사자인 두사람이

 상의 하는 줄 알았지."

" 하 하 하 ....... 우리 지원이가 삐졌구나?"

" 풋, 지원아  너랑나랑의 약혼식 얘기였어."

" 칫.........."

자신의 약혼식 얘기를 당사자말은 하나도 듣지 않고 둘이서 결정하는데에 대한

반발이었던 것이다.

짐 짓 삐친척 하는 지원이 귀여운 듯 세현은 지원의 머리칼을 흐뜨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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