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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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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찾습니다


BY 정자 2011-09-27

 

내 다리라고 해도 내 마음대로 내 발을 꿈적 못하는 사람들이 꽉 찬 기차안에서 송화를 찾아서 다시 여기로 데려온다는 것은 어려웠다. 꼼작못하게 오도가도 못한

뭐 이런 난리 나버린  기차를 다 타가지고 생전 듣도 보도 못하는 밥애기나  요즘 어떻게 사는 애기들이었다.

 

" 내가 그 때 개팔았잖아?"

" 근디"

" 에이! 글쎄 하룻밤차이로 근에 육 백원이 오른 거여 산피로 사십 근 인디 사십 근이면 얼마여? 그게 고스란히 하루밤새 날아갔당께!"

 

잔잔한 꽃무뉘치마를 입고 바닥에 신문지깔고 퍼질러 앉은 자리를  도저히 넘어 갈 수없는 복도에서 여기저기 나오는 대화들이 더 기막히다. 이거 분명히 쌀수입 못하게 한다고 데모를 하러 가는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가 개 한 마리 밑지고 팔았다는 이야기부터 작년에 이맘때 잘 말려 둔 옥수수 말린 거 씨를
쓰려구 했더니 어떤 놈의 생쥐가 파먹었는지 깡텡이만 굴러 다닌다구 옥수수 종자가 남으면 좀 달라는 등 서로 주고받는 대화를 하는  두 촌노가 나를 흘깃 보더니 다시 내용을 바꾸었다.

" 애기엄마는 뭐하려구 여기 서 있는 겨?

 

이거 참 구구절절한 우리 사연이야 단 한마디로 요약도 안되지만 여기에 뭐할려구 서 있냐구 하시는 데. 대답이 도무지 한 마디로 압축이 될 리가 있을까. 머리통이 크면 생각도 쓰 잘데 없이 넓어 벼 라별 이유를 댈 수도 있지만 이런 황당한 상황에 덥석 꺼낸다는 말이 서울에 갈려구요 이 말이었다.

' 어 우덜도 서울 가는 거 알어? 뭐 할려구 가냐구 묻는 거지?

나 원 참 기막혀서 당신들은 그럼 뭐할려구 이 기차안에 앉아서  개파는 애길 하고 계시냐고 묻고 싶은데, 우선은 모두 데모를 하러 가는 것은 확실한데, 아무리 봐도 내 얼굴은 낯설은 타관 사람일거 같아 그렇게 묻는 것 같았다.

 

그게유..우덜은 둘리아줌니를 만나러 갈라구 그러는 디유 힘이 빠진 대답 때문에 어르신들은 난 가는 귀먹어서 잘 안들린다고 목소리가 작다고 짜증내신다. 나는 더 이상 말도 못하고 앉지도 못하고 울상이 된 얼굴이 되버렸다. 배 아프다고 핑계를 대어서 아직도 화장실에 안 나온 떠벌이 아줌니 때문에

요실금 걸린 할머니들이 화장실문을 연신 두둘기는 소리가 났다.

 

" 아 왜이리 안 나오는 겨? 바지에 싸게 생겼네? 안에 들은 게 누구여?

"  아! 후딱 깡통이라도 찾아 봐 봐?"

" 뭐 할려구?

" 들이대서 눠야지..오매 죽겄네..."

 

오금을 못 피고 허리를 수구려 종종대는 할머니도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시는 통에 모두 화장실문에 시선집중이다.

 

그럴 수록 떠벌이아줌니가  있는 화장실문은 더욱 굳은 것처럼 열리지 않았다.

어이구 나 싸겄다아  도채 누군 겨? 왜 안나오는 겨? 문짝이 떨어져나가라고 몇 명의 할머니들이 발로차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안에서 묵묵부답이었다. 안절부절하는 사람들 틈으로 겨우 비집고 나는 저여유 문 좀 열어봐요? 문을 탕탕 두둘기니 그제야 빼곰히 떠벌이 아줌니 얼굴반쪽만 보이게 문이 살짝 열렸다.

" 막자언니 안 델고 오면 문 그때까지 안 연다아!"

안에서 철컥 또 잠기는 소리가 너무 냉정하다.

 

화장실 문앞에서 서로 웅성대니 바지춤에 치마를 부여잡고 있는 분들이 도시 막자가 누구여? 이름이 무신 데모 쟁이 대장이여 뭐여? 근디 그것이 뭐땀시 화장실에서 데모를 하냐구? 이거 기차를 세우던가 말던가 해야지 아이그 이거 어디 다른데 칸에 화장실없어 후딱 가자구?

 

기차가  긴데 가다가  어중간에서 싸 질르면 누가 책임을 질겨? 이렇게 콱 막혀버렸는 디? 어이 애기엄마 도대체 막자가 누군 겨? 누군 디 화장실로 델고 오라는 겨? 엉? 아 말 좀 혀 봐?

 

이젠 아예 두 발이 동동대고 엉거주춤하신 분은 신문지를 찾는 눈치시다.

방송을 하던 가 큰 소리로 막자! 이리로 오라던가 혀 봐?

급한 볼일을 두고 있는 분들이 대 여섯이나 되니 그 기차칸은 온통 막자언니 이름만 울려 대었다.

 

먼 나라에서 쌀 수입하는 것을 막으러 가는 데 하필 우리의 언니이름이 막자가 여기저기서 불려 대니 나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누가 둘리 아줌니 만나러 간다고 아무리 말을 해도 언니 이름은 그것보다 데모하러 갈 때 따로 쓰는 이름을 예명으로 지은 것처럼 착각도 할 법하다.

 

" 아! 빨리 막자언닌가 누군가 얼른 찾아 오랑께?"

" 저기유? 그게유..언니가 어디 칸에 있는 지 잘 모르겠는 디.."

" 그러지말고 한 번에 이름을 크게 불러 봐? 어떻게 혀? 사람 찾는 다고 방송은 안 혀 줄테고 아이그 환장하겄네 개밥 주다가 놀러가자고 해서 따라 왔더니 이게 무신 봉변이여?"

" 그럼 관광하러 가는 거예유? 지금 서울로?" 나는 엉겁결에 그렇게 물었다.

" 그게 그거지? 원제 우리가 서울로 갈 핑계가 따로 있남?"

 

모두들 입에 손을 마이크처럼 모으더니 막자가 누구여? 얼른 여기 화장실로 오랑 께? 사람을 찾는다고 이름은 막자! 안 오면 우덜 화장실 못 간다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시니 나는 창피해서 아예 구석진 모퉁이에 꿩처럼 머리를 아예 쳐박고 숨어 버렸다.

 

막자언니도 혹시 어디서 숨어 있을 것이다. 막상 나타나라면 못 나오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일이 이렇게 돌아간다는 것을 상상이나 했으면 무슨 대책이라도 세울텐데, 누구처럼 관광차 서울 가는 핑계가 따로 있다고 해도 꿈 한 번 잘못 꿔서 잘못 탄 기차 탓을 오부지게 했다. 나도 이런데 떠벌이 아줌니는 오죽 했으랴

 

누가 내 엉덩이를 툭친다.

" 야야..나다 막자다.." 살살 내 귀밑에서 소근 거리는 목소리는 영낙 없이 막자언니 목소리다. 나는 다시 얼굴을 들고 쳐다보니 막자언니도 겁에 질린 얼굴로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 언니! 이거 어떡해유? 떠벌이 아줌니가 화장실에서 안 나와유? 막자언니 찾아오라는 디?" 나도 말 해놓고보니 황망하다. 

송화찾아 오라고 했는 데 일이 이렇게 커졌다고 우린 또 한 걱정먼저 했었다.

" 안내 방송합니다. 사람을 찾습니다. 지금 제 3호 칸에 막자언니를 찾습니다. 삼호  칸에 있는 화장실에서 찾습니다. 또  한 번 거듭 안내 말씀 드립니다. 막자언니는 급히 화장실로 오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이젠 방송까지 연달아 두 번 한다. 그 방송을 들은 막자언니는 눈이 더 커졌다.

겁이 많은 나는 털썩 주저앉았고 막자언니는 아예 발이 얼어붙은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느닷없이 내가 막자언니라고 얼른 화장실문을 열라고 또 쾅쾅대었다.

나를 왜 찾어? 누기여?

근디 왜 화장실에서 나를 찾는 거여?

키도 작달막하니 작고 연세도 지긋하신 것 같은데 막자언니란다.

볼 일 보는 사람들이 또 몰려서 화장실 앞에 줄을 섰다.

 

다른 분들은 서로 물어 대었다. 관계가 어떻게 되냐고 호구 조사하는 것처럼 콩콩히 따진다.

" 아니 내 이름이 한 막자인디? 누가 내 이름을 불러대면서 찾아 댕기는 거여? 안에 있는 사람 얼굴 봐야 누군 줄 알 것 아녀라?"

어쩌다가 막자언니가 둘이 되었다,

세상에 동명이인이라고 하더니 하필 이런 때 나타나다니.

 

흔하지도 않고 도시 불릴 것 같지 않은 이름이 한 기차에 두 명이나 되다니.

아무리 화장실문을 두둘겨도 떠벌이 아줌니는 막자언니 목소리가 아니라고 가짜라며 문은 더욱 굳은 것처럼 막무가내였다. 그러더니 뻘줌 얼굴 반쪽을 내놓더니

진짜 막자언니를 데려 오라고 나는 인제 서울 안 간다고 하더니 또 문이 찰칵 잠겼다.

순식간에 가짜 막자언니가 된 한 막자언니라는 사람은 떠벌이 아줌니 얼굴 보니 일면식 없는 사람이라고 별사람 다 봤다고 다른 칸으로 넘어 가버렸다. 

 

줄을 선 사람들은 세상에 뭔 가짜가 있고 진짜가 또 뭐냐고 화장실에 독채로 전세든 것도 아니면서 배짱 좋게 버티느냐고 법석이다.

그러는 상황을 우린 뒤에서 보니 나서지도 못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어설프게 내가 진짜 막자 인디유 했다간 곤역을 치룰 일이 아득했다.

 

역무원이 나타났다.

" 사정이야 어떻든 간에 얼른 화장실에서 나오세요? 어르신들이 불편합니다!"

또 화장실문을 두두렸다. 감감하다. 아예 말이 없다. 애가 타는 막자언니나 나나 멀찌감치 서서 감시만 하는 꼴이니 섣불리 나서지도 못하는 데.

 

" 야야 떠벌아? 들리냐? 엉?"

멀대 아줌니였다. 그 옆에 하얗게 얼굴이 질려버린 송화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