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purplish blue.
보라색이 감도는 어두운 청색 바다.
그 숨막히는 바다가 한없이 펼쳐 있는...
방파제 위로 거대한 삼발이 들이 솟아 있고.
삼발이 위에 연우와 수민이 앉아 있었다.
연우의 어깨에 비스듬히 기대고 수민은 눈을 감고 있었다.
" 수민아... "
불어오는 바다 바람에 연우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 응? "
"우리... 그만, 헤어지자... "
수민이 눈을 떴다.
" 뭐라... 했어요? 지금... "
연우가 수민의 시선을 애써 피해 멀리 바다를 바라 보았다.
그의 어깨가 떨렸다.
"우리... 지금. 헤어지자고 말하는거야. "
"한달을 넘게 연락도 안하고...
어딜 다녀 왔는지 말도 안해주고.
내가 얼마나 가슴 아파하며 기다렸는데...
이제 와서 헤어지자구?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왜, 그래야 되는데요? 왜!!
무슨일인데!! 도대체 이유가 뭔데?? "
수민은 숨도 쉬지 않고 내 뱉었다.
" 나를 위하고 너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야. 미안하다... "
" 누구를 위한 거라고? 뭐가 최선이고 !!
그게 우리 헤어지자는 이유야? 그게!!!! 알아듣게 말해요. "
연우가 수민의 팔을 거세게 잡아 당기며 그녀를 품에 안았다.
" 나중에... 나중에. 말해줄께... 나, 그냥 버려라... 그냥... "
수민은 숨이 막혀 왔다.
가슴이 터질것 같이 사랑하는데 이유를 알지도 못한체 그가 헤어지자고 한다.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말도 안되는 말을 하면서...
말도 안돼!! 말도 ...
그의 가슴에서 부드러운 센달 우드향 냄새가 났다.
" 왜? 왜? 왜 그러는데... 나 한테 왜그러냐구!!!! "
연우의 팔이 더욱 세게 그녀를 안았다.
그가 울고 있었다.
수민은 눈을 감았다.
연우의 반짝이는 눈물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의 입술이 수민의 이마에 와 닿았다.
가볍게... 부드럽게...
그의 입술은 수민의 흐르는 눈물을 적시며 오똑한 콧등을 타고 내려와
그녀의 떨리는 입술위로 와 닿았다.
수민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연우가 수민의 연분홍색 아래 입술을 베어 물었다.
"아!... "
수민은 짧은 한숨을 내 뱉었다.
벌어진 수민의 입술 사이로 기다렸다는 듯, 연우의 혀가 입안으로 들어왔다.
보드랍고 뜨거운 혀의 움직임이 입천장을 차례 차례 훑고 지나갔다.
연우는 목이 타는 듯 수민의 입술을 탐하고 또 탐했다.
축축하게 젖은 입술을 강하게 빨고 혀를 깊숙히 밀어 넣어 입안 구석을
제멋데로 돌아 다녔다.
점점 하얗게 비워지는 그녀의 머리속으로 현기증이 찾아 들었다.
숨을 제대로 쉴수가 없었다.
그의 뜨거운 입술을 통해 느껴지는 감각들이 한풀 한풀 살아서
그녀의 온 몸 구석 구석 을 아프게 훝고 지나갔다.
" 연우, 연우씨...
날 떠나지 말아요... 제발.... "
눈을 떴다.
연 보라색 천장의 작은 꽃 무늬들이 너울 너울 어지럽게 춤을 추고 있었다.
" 수민아!!! 내 말 들려? "
머리 맡으로 화경의 모습이 보였다.
" 어... 떻. 해.... "
"기집애... 너, 어떻해 되는 줄 알고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아니?
너 한테 전화한걸 후회 하고 후회 하면서...
내가 미친년 이라고, 가슴을 쥐어 뜯으며 달려 왔어. 너 뭔일 난 줄 알고. "
" 그래... 너가 말도 안되는 말을 했었지... 말도 안되는... "
말라 버린 입술을 달싹이며 수민은 힘겹게 말했다.
" 내가 제 정신이 아니었나봐.
술이 엄청 취했거든. 윤희에게 그 소식 듣고. 마셔도 마셔도 가슴이
자꾸만 먹먹해 져서... 내가 미쳤다. 뭐 좋은 소식이라고 잠자는 널 깨워가며.
널 이렇게 기절까지 시키고... "
" 화경아... 그 사람.... "
" 그 사람. 간암 말기 였단다.
그 끔찍한 사실을 알고 받아 드리지 못해 무지 방황을 했단다.
아마... 너에게 헤어지자고 했을때 이미 체념을 한 상태였었나 보다.
널 너무도 사랑했었으니까 너가 받을 충격을 알고 있기에 너를 떠날수
밖에... 그래도 일년을 버텼으니... "
화경은 연신 눈물을 닦고 또 닦았다.
" 거. 짓. 말... "
" 연우, 그 사람 동생. 윤희 알지?
윤희가 너 만나게 해 달라고 하더라. 널 만나 꼭 해야 할 말이 있다고... "
" 아냐... 그럴리가 없어.
그 사람. 나 떠나면서 잘 살겠다고 웃었는데...
그러니까 자기 용서하지 말고 씩씩하게 잘 살라고 그러라고 했는데... "
수민은 입술을 깨어 물었다
찢어 진듯, 비릿한 피 냄새가 났다.
" 바보야, 잊어라. 이제 정말 잊어.
이세상 사람 아냐, 그 사람... "
수민은 거칠게 화경의 팔을 뿌리 쳤다.
" 아냐!!!
너가 뭔데, 너가 뭔데, 그 사람 죽었다는 거야?
왜 그 사람 죽었다는 건데!!! 왜!!! 왜!!! "
수민의 어깨가 심하게 요동을 치며 흔들렸다.
연우의 죽음을 전해 들은 수민은 절망하고 절망해서 일주일을 내내
회사도 못 간체 죽은 듯 누워 있었다.
카페안은 진한 모카향에 덮혀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 윤희야... 힘들면 말 하지 않아도 돼... "
한시간 째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그저 머그잔 속 커피를 내려다 보고 있는
윤희가 안쓰러워 보여 수민은 그녀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 언니... "
"괜찮니? "
오랜 침묵을 깨고 윤희가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 우리 식구 아무도 몰랐어요. 오빠가 이십년을 넘게 일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일본 친구 에게 건너가 일한다고 했을 때도 일년 동안 한번도 들어 오지 않아도
누구 하나 이상하게 생각 하지 않았어요.
워낙 그 직업이 밤 낮 없이 바쁜 직업이었으니까요... "
" 그래... 참 대책없는 직업이지... "
" 오빠가 떠날때 얼굴의 반쪽이 되어 어느날 왔는데...우린 힘들어서
그런줄만 알았어요. 얼마나 우릴 원망 했을까...
오빠가 새벾에 자고 있는 날 깨워 커피가 마시고 싶다는 거에요.
그 누가 미치게 보고 싶어 꼭 불루 마운틴을 마시고 싶다고... "
수민은 숨이 막혔다.
그 누구 보다 수민, 자신이 불루 마운틴만을 고집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연우였다.
" 언니... 맞죠? 나중에 사다 준다고 하고 모카커피를 타 줬는데...
자기의 가슴속에 깊히 박혀 빼 낼수 없는 그 사랑이 이 커피에 녹아
내렸으면 좋겠다고 좋겠다고... 한없이 울더라고요. "
" 윤희야... 난.... "
" 고통을 끝내고 싶다고 모두에게 미안하다고 편지 한장 써 놓고
그 바닷가.... 바위위에서 약을 먹었나 봐요.
오빠가 원한다고 했어요. 자길 바다로 보내달라고... "
윤희를 잡은 손등위로 눈물이 대책없이 떨어져 내렸다.
" 이거... 화장 하면서 오빠 주머니속에 있던 편지에요.
바보 같이... 보고 싶으면 미치게 보고 싶으면 죽기 전에 언니를 찾던가.... "
수민은 고개를 저어 댔다.
이건 꿈이다.
지독한 악몽....
연우, 그가 왜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는지 그가 왜 자신을 사랑하면서
내가 그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면서 한마디 말도 없이...
그랬는지, 수민은 자꾸만 고개를 저어댔다.
깊이를 알수 없는 미로속에 갇혀 꼼짝도 못하고
어둡고 질척이는 늪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