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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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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그리고 그녀


BY 삐에로 2006-06-06

새벽 두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던 같았어.

서머셋 몸의 인간의 굴레에 대해 생각을 했던 것 같아.

대학을 졸업하던해에 우연히 들렀던 서점에서 제목의 낯설음에 이끌려

손에 들고왔던 책이었지.

그 이후로 몇번을 읽어도 도대체 이해가 되지않던 책이었는데....

여기까지 생각을 마치고 무심코 시계를 올려다봤어.

어느새 12시가 훌쩍 넘어가고 있었어.

갑자기 몸이 바빠지기 시작했지.

마음은 아직도 인간의 굴레에 대해 머릿속을 정리해야 할 것만 같았지만

이미 몸은 침대를 정리하고 창문을 열어젖히고 있었어.

바람이 상쾌하다.

풀어헤쳐진 머리를 하나로 올려묶고 청소를 시작했지.

얼마나 지났을까.

요란스레 눌러대는 벨소리와 함께 민주의 외침이 시작되었어.

"엄마!빨리 문열어!"

지금 당장 열지않으면 문을 걷어차기라도 할 기세였어.

피식..웃음이 새어나왔지.

"그래,알았어"

문을 열자마자 헐레벌떡 화장실로 달려가는 나의 사랑하는 딸 민주.

그리고..소란스런 민주의 뒤를 묵묵히 따라들어오는 그녀.

"잘지내셨어요?민주가 힘들게는 안해요?"

소리없이 외투를 벗어 소파에 걸쳐놓으며 한숨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여자.

하늘아래 갈 곳 없던 나와 민주를 가슴으로 따뜻하게 안아주었던 엄마.

"조금 야윈것같구나?"

머쓱하게 얼굴을 매만지는데 민주의 요란한 발걸음이 나를 안았어.

"너무너무 보고싶었어,엄마"

"우리딸,뭐해줄까?"

"음~엄마표 떡볶이!"

"그래,알았어요..공주님"

민주의 볼을 살짝 꼬집어주는데 지난번보다 더 살이 없어졌어.

가슴한켠이 울컥하려는데 그녀가 소파에서 일어서며 눈짓을 했지.

"민주야,엄마 요리할동안 TV보고 있어."

주방 식탁에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그녀 앞에 조용히 앉았어.

"아직도 각설탕이 남아있었니?"

새벽에 커피에 넣고 식탁위에 올려놓은 걸 보셨던거야.

"냉수 한잔 줄래?"

갑자기 심장이 뛰기 시작했어.무언가 중요한 아니 어쩌면 무거운 이야기를

하시려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지.

손끝이 떨려서 냉장고문조차 열기가 힘겨웠어.

간신히 컵에 물을 따르는데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파카글라스는 이미

바닥으로 내동대이쳐지고 있었지.

물과 뒤범벅이 된 유리파편들이 여기저기 흩어지고 있었어.

의자에서 벌떡 일어서는 그녀뒤로 달려오는 민주가 흐릿하게 보여.

안돼!안돼!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