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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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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고함치다


BY 초록색괴물 2006-05-05

"세상 누구하나 사연없고 곡절없는 사람없다."

작은 이모는 큰 이모보다 키도 크고 이쁘다.

근데 연애에 있어서는 큰이모를 따라갈 수가 없다.

큰이모는 내가 여기온 이후부터 보더라도 3개월에 한 번정도 애인이 바뀌었다.

50을 목전에 둔 사람치고는 대단한 남성편력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작은이모는 남편과 10여년전에 사별하고 이 나이트클럽에서 일한지 5년정도 된다고 했다.

작은이모의 남편은 술주정뱅이 였다고 했다.

아침에 눈뜨면 소주 한병,

점신먹을땐 막걸리 한 통,

그리고 저녁엔 무한대

쓰러질때까지 .....

아마 알콜중독이었던것 같다, 아니 알콜중독이었다.

그런데도 신기한 건 술주정은 해도 살림살이를 깨부수거나 작은이모를 때린적은 없었다고 했다.

둘사이에는 아이가 없었다고 했다.

아이 때문은 아니지만 이모는 연관을 안지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 남편은 비가 많이 오는날 술을 자기키보다 많이먹고 근처 또랑에 오줌누러가다 발을 잘못 디뎌서 그 길로 이모와의 인연을 끊었다고했다.

뭐 오줌을 누러갔는지, 뭘 하러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럴 것이라는 것이었다.

작은이모는 속이 후련해서인지 사흘 밤낮을 흐느꼈다고 했다.

잠도 자지않고 물도 한모금 마시지 않고 흐느끼기만 했다고 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걱정보다는 그렇게 유명을 달리한 남편이 너무너무 가여워서 미칠지경이었다고 했다.

작은이모는 술이 한잔 취하면 잘 부르는 노래가 있다.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얼굴

내마음 따라 흘러가던 하이얀 그때 꿈을

풀잎에 연 이슬처럼 빛나던 눈동자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

 

죽은 작은이모 남편은 작은이모가 이 노래를 부를때 만큼은 편안해 했다고 했다.

항상 술독이 올라 벌건 얼굴이었지만 이 노래를 들을때 만큼은 천사의 얼굴이었다고 했다.

솔직히 작은이모는 예쁜외모와는 달리 심각한 음치였다.

술 한잔  하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면 아주 가끔 우리한테도 이 노래를 불러주곤 했는데 술자리에서 같이 술이 취하지 않은상태로는 듣기가 썩 좋지 않았다.

작은이모는 굉장히 부지런하고 억척스러운 면이 있었다.

남쳔도 없고 자식도 없지만 남편자식 있는 사라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

반면 큰이모는 그저 휘적대기만 할 뿐 어느누가보아도 일 열심히 한다는 소리 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럼에도 3년 정도를 이 나이트클럽에 있을 수 있었던 건 사장과 큰이모가 서로를 심심풀이 땅콩으로 생각한다는 그런 소문 때문이었지 않았을까 한다.

작은이모는 그런소문이 없어서 좋았다.

사생활을 따지는건 아니지만 내가 보기엔 왜지 작은이모가 더 미덥고 정이갔다.

"천 지배인아!  일 다끝났으면 같이 우동 먹으러 가자."

"내가 살께, 홍아! 니도 가자."

작은이모가 우동을 사 준다고 했다.

외로움이 막 가슴속에 들어왔나보다.

작은이모는 외로움을 많이 탄다.

그래서 퇴근하고 집에 갈때 특히 외로움이 가슴속에 들어오면 집에 가기 싫다고 했다.

또 외로움 때문에 느껴지는 허전함을 따뜻한 우동국물로 달래려 했다.

10년을 혼자 지냈는데도 아직 외로움은 견디기 힘든 것이었을까?

작은이모는 우동 한그릇을 후루룩 거리며 맛있게 먹고 나서는 한숨을 휴우~ 내쉰다.

집에 갈 시간이 다가오니 힘들어서 였을까?

그러고나서 천지배인은 애들이 있으니 먼저가라하고 나를 붙잡았다.

"홍양아, 좋은남자 만나야 한다. 결혼하려면 성격 더러운 놈도 안되고, 돈 없는 놈도 안 되지만 빨리 죽을놈은 정말 안된다. 아무리 병신이라도 없는것 보다 있는게 나은거.....그게 바로

남편이거든....."

작은이모는 생전 잘 하지도 않던 말들을 차근차근 내뱉었다.

나는 그 말들을 주섬주섬 챙겨서 내 마음에 올려놓았다.

작은이모는 오늘도 외로움을 이기기 위해 술 한잔과 싸우고 말 한마디와 싸우고 있었다.

혼자서만 가슴에다 고함치는 것이 내 눈에는 보인다.

아니 고함치는 소리가 나에게도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