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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그녀를 만난 건 숙명(宿命)이었을까?...2


BY 盧哥而 2006-01-07

 

그녀를 만나다 (2)



나는 침대 위로 올라갔다.

그녀가 시트를 살짝 들추어줘 내가 자기 옆으로 눕게 해줬다.

시트 안에서 그녀의 알몸을 슬쩍 안아보았다.

안겨오는 그녀가 크고 묵직하게 느껴졌다.

안으면 어딘가 헐렁한 듯 빈틈이 많게 느껴지는, 그래서 내 품안에 채 다 차지도 않는 아내의 작고 가벼운 몸매와 비교되어서였을까?

키가 1m 67, 8 쯤?... 1m 70 까지는 채 안돼 보이지만 그래도 상당히 큰 키와 중년의 풍만한 그녀의 몸매가 그런 무게감을 충분히 주었을 것이다.


내가 그녀를 처음 본 건 한달도 더 전이었다.

그날따라 내 단골 술집이 문을 닫은 줄도 모르고 찾아갔던 바람에 할 수 없이 그 근처의 다른 술집들을 기웃거리다 우연히 그녀가 장사하는 가게에 들어갔던 것이 그녀를 본 처음이었다.

그날 나는 거기, 그녀의 가게에서도 술을 마시지 못했다.

겨우 대여섯 평이나 될 작은 홀 안을 꽉 채운 듯 보이는 서너 테이블쯤의 손님들이 떠들썩하게 술을 마시고 있는 중에 접대하는 아가씨 하나 없이 그녀 혼자 시중을 들고 있었는데, 그나마 그녀도 상당히 취해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출입문을 열고 들어 와서도 한참이나 얼쩡거린 후에야 한 손님들의 테이블 좌석 귀퉁이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던 그녀가 겨우 나를 발견하고 일어나 약간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나는 그녀를 보자마자 한눈에, 어? 이 여잔 술장사 타입이 전혀 아닌데...?!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인 형, 정말 눈에 확 띄는 미인형의 얼굴이면서 첫눈에도 물장사를 하는 그런 여자로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퍼머기가 약간 있는, 그걸 바가지 머리라고 하나?.... 목이 다 드러나게 바짝 커팅을 하고 머리 뒤와 위쪽으로 볼륨을 준 그런 스타일... 가정부인들이 흔히 하는 그런 머리였었다. 거기다 집안에서나 집 근처에서 부인들이 편하게 막 입는 스타일의 약간 헐렁한 스웨터에 자잘한 체크무늬의 평범한 바지를 입고 있어 그녀는 영락없이 집에서 금방 나온 가정주부로 보였다.

거기다 화장까지 한 듯 만 듯 보이는 그녀의 얼굴까지가 전혀 이 술집과는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내게 빈 테이블 한자리에 앉으라고 했고... 나는 맥주 두어 병 달라고 주문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다리에 힘이 많이 풀린 비틀걸음으로 냉장고 쪽으로 다가가 냉장고 문을 열어보더니, 그냥 닫고 내게 다시 왔다. 비틀거리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그런 걸음으로...

그녀는 정말 술이 취해 몸을 가누기 힘이 든 듯 내 앞자리에 털썩 주저앉았고 게슴츠레하게 풀린 눈으로 내게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맥주가...다...떨어졌..어요...어, 어떡하..죠...?'

그녀는 술에 취해 몹시 괴로운 표정을 간신히 미안한 표정으로 바꾸어 정말 내게 미안함을 표시했다.

'할 수 없죠. 다음에나 들릴게요.'

나는 솔직히, 정말 아쉬운 기분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일어서 출입문까지 나를 배웅했다.

'미안...함다...나중에...나중에 꼭 드..들리..세요...'

나는 그녀의 혀 꼬부라진 말소리를 뒤로 하고 그 가게를 나섰다.

그리고 나오면서 힐끗 그 집 간판을 돌아 봤다.

출입문 위에 가로세로 1m 쯤 되는 좀 작다싶은 노랑 색깔 바탕의 간판엔, 'Cantata'라고 영자로 된 가게 이름과 그 위에 맥주, 양주라고 쓴 어설픈 검정 글씨가 보였다.

아까 그 가게에 들어 갈 땐 가게 이름 같은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다.

그냥 아, 여기 술 마실 데가 있구나 하는 생각만으로 그냥 불쑥 들어갔었던 것이다.

근처에 불 켜져 있는 가게들이 없어 그 주변이 어두운 탓이었을까...노랑 바탕색 불빛의 그 아크릴 간판이 망망대해에 혼자 떠있는 외딴 섬처럼 어딘지 외롭고 쓸쓸해 보였다.

나는 그날 결국 그 가게 ‘칸타타’에서 한참이나 걸어 나온 길목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병 반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이후, 그녀의 얼굴이 내 뇌리에 찐득하게 달라붙어 은근히 나를 옥죄어 왔다.

그 가게에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는, 아니 솔직히 그녀를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일이 바쁜 와중에도 번득번득 내 뇌리를 스쳐가다 어느 틈에 간절한 소망까지처럼 된 것이다.

그즈음 사무실의 일들이 상당히 바빴다.

결국 벼르고 벼르다 그 가게 '칸타타'에 다시 들른 게 한 달 여가 지난 어젯밤이었고 지금 그녀가 나와 이렇게 알몸으로 같이 누워 있는 것이다.

어젯밤, 다음 날 아침 일찍 광고주에게 넘길 상품 브로슈어 시안 몇 개가 겨우 완성되는 걸 지켜본 다음 직원들에게 나머지 마감을 부탁하고 사무실을 나선 게 아홉시 무렵... 난 오래간만에 술 한 잔 생각이 간절해지며 자연스럽게 그녀가 떠올랐고 그녀의 가게 '칸타타'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 것이었다.

혹시나 전에처럼 술손님들이 많으면 어쩌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까지를 하며 근처에서 택시를 내려 그녀의 가게에 들어섰을 땐, 정말 거짓말 같이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무료하게 텔레비젼을 보고 있었던 듯 그녀가 손에 쥐고 있던 리모콘으로 텔레비젼을 끄며 일어서 나를 반겼다.

아니, 그녀는 겨우 입가에 조금 웃음을 묻혀 '어서 오세요.'하고 아주 딱딱하게 인사를 했을 뿐 여느 술집에서처럼 호들갑스럽게 반기지는 않았다.

나는 그녀가 안내하는 테이블의 자리에 앉으면서 '맞아, 이 여잔 역시 물장사 타입이 아냐...' 하는 생각을 하며 그날 처음 왔을 때 본 그녀의 모습을 떠올렸다.

'오늘은 손님이 없네요?'

냉장고에서 맥주와 마른 안주거리를 챙기는 그녀의 뒤에다 대고 내가 말을 붙였다.

'언제 저의 가게에 오셨었어요? "

그녀가 나를 돌아보며 갸우뚱거렸다.

'한 한달 쯤 됐나... 그때 왔다가 손님이 많아서 그냥 돌아갔잖아요. 술도 떨어졌다고 하셨고. 기억 못하시네...'

하자, 그녀는 다시 내 아래 위를 훑어보면서도 전혀 기억에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여전히 딱딱한 어감으로 말했다.

'글쎄요...저는...'

'그때 술에 좀 취하셨던 것 같던데... 그래서 기억 못하시는가 보네요.'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한 번 더 갸우뚱하고는 서둘러 맥주 세 병과 마른안주 몇 가지를 섞어 담은 쟁반을 들고 왔다.


그날 내가 그 가게에 있는 동안 이상하게도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결국 그녀와 단 둘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맥주를 마셨고 아마도 거의 열 댓 병은 되지 않았나 싶게 마신 후 둘 다 상당히 취한 채 이 모텔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어렴풋한 기억으로, 술값을 치루고 가게를 나와 택시를 잡으려고 서 있던 내가 바로 뒤에 가게 문을 닫고 나온 그녀를 다짜고짜 잡아끌어 마침 온 빈 택시에 강제로 태운 것 같았다. 그녀는 그때 별로 저항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택시 기사에게 내가 아무데나 가까운 모텔로 갑시다하고 했을 때도 앙탈을 부리거나 내숭을 떠는 그런 행동 없이 그저 얌전히 이 모텔까지 따라왔던 것 같다.

그러나 어제 사무실의 일로 몹시 피곤했던 데다 음주량도 꽤 됐던 나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대충 옷을 벗어던지고 침대에서 바로 잠이 들었고 그녀 또한 상당히 취했던 듯 내 옆에 쓰러져 잠이 들었던 것이다.


목욕을 방금 하고 난 그녀의 얼굴은 내게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수건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는 그녀의 맨얼굴은 역시 아무리 봐도 물장사나 할 그런 인상이 아니었다.

알맞게 넓은 이마 아래 그린 듯 가늘고 날렵한 눈썹, 쌍꺼풀이 진 커다랗고 서늘해 보이는 두 눈...그 눈은 그녀의 평생 어떤 조그만 악의라도 한번 품어보지 않았을 듯 정말 선량해 보였다.

그리고 조각가가 다듬은 듯 반듯하게 솟은 콧대와 거기에 알맞은 콧방울...그리고 지금, 전혀 아무 것도 바르지 않은 채의 발그스름한 빛으로 투명해 보이기까지 하는 적당한 크기에 적당히 도톰한 입술...얼굴의 전체모습은 계란형보다는 약간 동글한 윤곽이었고 그 얼굴 아래 희고 긴 목선도 얼굴과 어깨의 균형에 딱 맞춘 듯 전혀 나무랄 데가 없어 보였다.

그녀의 얼굴은 한마디로 예쁘다는 말로는 부족한, 충분히 아름답다고 표현해도 좋을 만한 그런 얼굴이었다.

그러면서 어딘지 우수가 서린 듯한 그녀의 크고 서늘한 눈은 너무 아름답고 너무 선량해 보여 오히려 인생이 힘겹고 고달픈, 영화나 소설 속에 있을 법한 그런 여자로 보이기까지 했다.

'아이. 뭘 보세요..?'

하며 그녀가 약간 붉어진 얼굴을 침대 시트를 끌어올려 덮었다.

잠깐이었지만 내가 무슨 그림이라도 감상하듯 자신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는 게 몹시 무안했던 것 같았다.


그녀와 내가 그날 이른 아침, 그 모텔 방안에서 처음으로 치룬 섹스는 솔직히 엉망이었다. 겨우 1,2분...?

뭐랄까, 그녀의 아름다움에 내가 너무 도취되었었다고나 할까? 나는 그녀와 섹스를 하고 있다는 것에 도무지 실감이 안 났고 그저 공중에 붕 뜬 듯한 느낌뿐이었다.

나는 맥없이 그녀의 안에 사정해버렸고 무안해 하는 나를 그녀는 그저 모른 척 넘어가 줬다.

그때, 그 첫 섹스에서도 그녀는 내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생각(화류계 여자들에 대한)과 매우 다른 여자라는 걸 느끼게 했다.

삽입하기 전, 으레 남자가 여자에게 베푸는 전희를 그녀는 몹시 거북해 했고 낯설어 했으며, 심지어 내가 그녀의 거기를 만지는 것조차 아주 불편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