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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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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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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BY 꿈꾸는나무 2005-09-15

한참을 그 모양 그 자세로 그렇게 앉아 눈동자만 굴리고있다..

왼손가락에 들려져있는 한 조각의퍼즐을 어디에 놓을줄을 모르고..

무심결에 찾는 머그잔...

그러다 갑자기 고개를 들고 부엌으로 달려간다...

스토브위에선 쉴 새 없이 뜨거운 수증기가 온 공기를 다 잡아먹고있다

커피를 마시기위해 주전자를 올려놓고 그 물이 끓기를 기다리는 순간..

테이블위에 펼쳐져있는 퍼즐을 보고  무심결에 집어들은 한 조각을 놓치 못하고

보낸 시간의 댓가다..

" 또야... 엄만 왜 퍼즐만 보면 정신이없어.."

날마다 듣는 핀잔이지만 그래도 오늘 만큼은 기분이 별로다

" 오늘은 또 뭐야...줘봐..."

딸아이는 엄마의 손에 들려져있는 한조각을 빼앗아 잠시 후 바로 그 자리를 찾아

놓아준다...

"엄만...그렇게 하면서도 그렇게 몰라...연구대상이라니까..."

"그래 이 기집애야...니 에미 한번 연구해봐라..."

다 끓어 거의 바닥을 드러낸 주전자에 다시 물을 채우고 스토브에 올리며 엄마의 눈은

창밖에 오색으로 곱게 물들어있는 나뭇잎들을 본다.

다시 끓은 물을 머그잔에 붓고 티스푼으로 커피의 떠오르는 알갱이들을 저으며

마당 한 켠에 놓여져 있는 의자에 가 엄마는 앉는다...

"엄마 쌀쌀한데...들어와서 봐도 되잖아..."

"....."

아무말이 없다...

엄마는 그렇다...

엄마는 엄마의생각을 멈추기위해 퍼즐을 하는 것이다...

저렇게 조그마한 몸에서 그보다도 더 작은 머리에서 엄마는 계속 생각을 만든다.

아니 엄마의 생각은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만드는거겠지...

 

가끔씩 나는 엄마의 눈을 이해할 수 가 없다...

나를 바라보면서 타인을 느끼는 시선...

지금도 엄마는 나뭇잎을 보고있지만 그 시선은 어느 깊은 기억을 더듬고있다...

 

1.

따르릉~~따르릉~~

귀를 막아도 들리는 소리...

쉴 새 없이 울어대는 통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더 이상은 못참고 수화기를 들고 소리지른다.

"전화하지마...더 이상 나한테 전화하지마.."

"오늘은 왜 또 심사가 틀어졌누... 왜 벌써 들어와서 애꿎은 전화기에 화를 내누.."

"엄마 나 다시는 안 만날꺼야...이제 더 이상은 못참겠어... 지 아님 남자가없나...웃겨..

  엄마 절대 영호에게 전화오면 나 바꿔주지마..."

"오늘은 왜 싸웠누...니 성질이 또 못이겼겠지...영호만한 아이가 어디있누 요즘세상에..."

"엄만 왜 영호만 편들어..알지도 못하면서....."

 

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여..오 그래 영호니... .."

"지금 한껏 부풀어있다...조금있음 또 그냥 풀어질테니 그냥 두라...저 성질 니네까 받아주

  지 누가 받아주겠누..  "

".."

"그래 잘 지내고...  잠시만 있어봐.."

"받을거야 말거야.... 싫으면 말고... 영호야...지금...."

낙아채듯 수화기를 빼앗아 그냥 끊어버린다...

" 저 성질 머리하고는...ㅉㅉㅉ"

일어나 나가는 딸의 뒷모습을 보며 엄마는 혀를 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