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이, 아르바이트 끝나면 학원간다구 했잖아요오. 맨날 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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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한 9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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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아빤.. 9시가 무슨 밤이라구 혼자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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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요. 그럼 끝나고 전화할께요. 어! 아빠 손님 왔어. 끊어요~ "
"어서오세요."
그를 만난 아침은 별다를게 없었다.
대학이라는 낯선 자유로움에 적응할 무렵 무궁한 계획을 품은 첫 여름방학.
시키지도 않은 부지럼을 떨며 새벽같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한시간동안 원어민과 두어 마디 나누고 나면
다만 그저 늘 같다는 작은 지루함 말고는 스스로 꽤 만족스런 날들이었다.
별다를 것 없는,
하지만 지금에서 되돌아 본 그 아침은 내가 맞이한 수천번 중 유일하게 눈부셨다.
그가 어지러움을 피해 내게 올 만큼 그렇게 눈부셨다.
물 한병을 사고는 따지도 않은 채 입에 물고 문가에 서서 한참동안 눈을 감고 있었다.
'모하는거야? 도 닦나..' 오고 가는 사람이 뜸한 시간이라 그의 명상은 방해받지 않고 계속 될수 있었지만 덕분에 나의 모든 신경은 문에 달라붙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즈막히 들어온 아침햇살안에 서있는 그의 모습을 훔쳐보느라 눈이 더 바빴던게 사실이다.
"여기 이거.. 지금도 가능하니?"
"예에? 아... 그거...."
시선을 들킨것 같아 우물쭈물거리다 뒤늦게야 그의 손끝이 구인광고에 있음을 알았다. 사장님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순간적으로 함께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칠월 아침 낮은 햇살이 눈부시게 들어왔다. 그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