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아름다웠던 그녀.......
그러나 그녀는 내게 치명적인 독(毒)이었다>
그녀가 다가오다 (3)
그녀의 가게 ‘칸타타’ 출입문에는 ‘오늘은 쉽니다.‘ 라고 검은 사인펜으로 몇 번씩 덧써 굵게 보이게 한, 손바닥보다 조금 큰 메모지가 붙어 있었다.
간판불은 아예 켜있지 않았고 출입문 위에 달린 조그만 알전구 하나가 침침한 불빛으로 그 메모지의 존재를 알려주고 있었다.
문을 밀고 들어가자 홀 안은 어둑했다.
천정에 박아 놓은 여러 개의 조명등 중 겨우 두어 개만 켜놓고 그녀는 그 조명등 불빛이 떨어지고 있는 아래의 테이블에 한 손으로 이마를 싸매고 앉아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못 들었는지 그녀는 내가 들어갔는데도 그냥 그렇게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이미 다 비운 소주병 하나와 절반 정도 비운 또 다른 소주병 그리고 말라비틀어진 오징어 다리 몇 개가 손바닥만한 안주 접시에 놓여 있었다.
‘흠...!’
하고 내가 헛기침을 하자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죄송해요....’
그녀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고 기어들어가는 듯한 소리로 겨우 말했다.
그녀의 그 커다란 눈은 이미 초점을 많이 잃고 있었다.
그녀의 앞에 가 앉았다.
어둠에 좀 익어진 눈에 홀 안의 정경이 대강 들어 왔다.
여기저기 바닥에 나뒹굴어 있는 빈 술병들과 글라스들 ... 그 중엔 깨진 것도 여럿 있었고 테이블이나 의자들도 제멋대로 흐트러진 채 그냥 있었다.
그녀는 내가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나머지 소주 한 병의 마지막 잔을 입 안에 다 털어 부었다.
그녀는 이미 많이 취했었고 내게 횡설수설 할 뿐 나를 이 가게로 오라고 한 정확한 의도를 설명하지 못했다.
나는 그녀가 혀 꼬부라진 소리로 계속 미안하다며 횡설수설했던 말들의 토막을 이리저리 꿰맞추어 어젯밤 이 가게에서 벌어진 활극에 대해 어느 정도 짐작을 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활극, 아니 차라리 행패라고 해야 할 수 있는 그 사건의 주인공은 역시 아침에 경찰서 형사과에서 그녀와 나란히 앉아있던 남자였다는 것 정도였다.
그녀가 한잔이라도 더 술을 마시면 곧 인사불성이 될 것 같았다.
그녀의 술주정이나 받아주자고 내가 여기 온 것은 아니잖은가? 나는 짜증도 났고 얼추 시간도 열시가 넘어 빨리 귀가하고 싶었다.
나는 그녀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그녀의 집이 가게 근처라고 했으니 집 앞까지 데려다 주면 될 것 같았다.
간신히 부축한 그녀를 데리고 가게를 나왔다.
가게 출입문 열쇠를 그녀의 주머니에서 찾아 내가 대신 잠궈주고 집이 어디쯤이냐고 물었다.
그녀는 대답 없이 비틀거리며 차도 쪽으로 나를 끌었다.
마침 다가오는 빈 택시를 향해 그녀가 손을 흔들었다.
‘아니, 집이 이 근처라면서요?’
하고 내가 짜증을 섞어 그녀에게 말했다.
‘아니, 아...니에요. 태, 택시 태워줘요..’
그녀는 혀 꼬부라진 소리를 독한 술 냄새가 풍기는 입으로 웅얼거렸다.
택시가 앞에 와 섰다.
그녀를 부축한 채 택시의 뒷문을 열자 그녀는 나를 끌고 뒷좌석으로 들어갔다.
내 옷깃을 잡은 그녀의 손을 떼어내려 하자 택시 기사가 퉁명스레 말을 던졌다.
‘여자 분이 너무 취하셨네요. 이 분 혼자는 못 태워드립니다.’
나는 결국 그녀의 옆자리에 궁둥이를 들이밀고 앉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녀를 모텔의 한 방 안 침대 위에 간신히 눕히고 밖으로 나왔다.
전에 그녀와 내가 잤던 그 모텔이었다.
택시 안에서 아무리 그녀를 흔들며 말을 시켜도, 어디서 내려주면 되냐고 물어도 그녀가 횡설수설할 뿐이어서 도리가 없었다.
결국 생각이 난 게 가까운 그 모텔이어서 거기다 재워놓고 집에 가야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녀는 침대 위에 눕히자마자 그대로 잠이 들었다.
나는 혹시 몰라 그녀의 손지갑과 열쇠꾸러미들을 챙기고 머리맡에 간단히 메모를 남겨 두었다. 일어나면 카운터에서 그것들을 찾아가라고...
카운터의 안내에게 그것들을 맡기고 잘 부탁한다는 말과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따로 쥐어주고서야 나는 해방된 듯 거기서 벗어났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다시는 그녀를 만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거듭 거듭하고 있었다. 솔직히 무언가 복잡한 사연이 있는 듯한 그녀에게 더 이상 얽혀들고 싶지 않았다.
그날 밤 나는 밤새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무리 떨쳐버리려고 해도 그녀에 대한 생각이 뇌리에서 꼬리를 물고 꿈틀꿈틀 기어 나왔다.
그 아름답고 선량한 그녀의 커다란 눈망울이 내게 무언가를, 아주 간절하게 호소하고 있었다. 그 커다란 눈망울에서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
그 바람에 나는 퍼뜩 잠이 깼다.
엎치락뒤치락 하다 잠깐 잠이 든 새 그녀의 꿈을 꾼 것이었다.
방안이 어슴프레하니 밝아 있었다. 벽시계의 바늘들이 5시 30분을 막 지나고 있었다.
나는 살며시 담요를 들춰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내가 금방 알아차렸다.
‘몇 시야...?’
하고 아내는 눈도 뜨지 않은 채 물었다.
‘아직 다섯 시 반. 더 자... 나 지금 나가봐야 돼. 어제 마무리 못한 거 일찍 나가서 아침까지 끝내야겠어.’
‘뭐, 잘 안 풀리는 일 있어? 밤새 잠 못 자는 거 같던데...’
뜨끔해서 아내 쪽을 돌아보았다. 아내는 여전히 베개 머리에 반쯤 코를 박고 눈을 감은 채 묻고 있었다.
‘아니야. 내가 직접 손 볼 게 좀 있어서...’
그렇게 대답을 하고 넘겼지만 내심 찜찜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대강 양치질과 세수를 하면서, 거울 속의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이게 뭐하는 짓인가?’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 당장 그녀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더 앞서 있었다.
솔직히 뭘 어쩌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그녀를 재워 둔 모텔까지는 택시로 30분이 채 안 걸렸다.
아직 새벽이라 휑하니 뚫린 도로를 택시는 몇 번의 정지 신호등을 빼고는 거의 논스톱으로 달려 그녀가 자고 있는 모텔 앞에 나를 내려 주었다. 아직 6시 30분이 채 안된 시간이었다.
나는 그녀를 재운 2층의 방 앞으로 순식간에 뛰어 올라갔다.
방문을 두드렸다.
몇 번을 두드려도 안에서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아직 못 깨어났나....?’하는 생각을 잠시 하는데 안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하는...
‘나요. 일어난 거요?’
하자 내 목소리를 금방 알아들은 듯
‘잠시 만요...’
하더니 곧 방문이 빼꼼히 열렸다.
그녀는 샤워 중이었던 듯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배스타월로 젖가슴 이래를 둘러 손으로 여며 가리고 있었다.
그리고 내게 무슨 큰 죄를 지은 사람처럼 눈을 내리깔고 다소곳이 문간으로 비켜섰다.
나는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는 순간 숨이 탁 멎는 듯 했다.
어제의 술 취해 비틀거리던 그녀는 온 데 간 데 없고, 아름다운, 천상의 선녀 같은 그녀만 내 눈 앞에 서 있었다.
나는 방문을 밀치고 들어가 그녀를 덥석 끌어안았다.
뒷발로 방문을 차듯이 닫고 그녀를 끌어안은 채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금방 샤워를 한 그녀의 입술이 서늘한 감촉으로 내 입술에 전해졌다.
그게 그녀와 나의 첫 키스였다.
지난 번 그녀와 첫 섹스 때는 그녀가 내게 입술을 허락하지 않았었다.
나도 대강 화류계의 여자들이 손님으로 만난 남자들에게는 입술을 허락하지 않는 다는 것
쯤은 알고 있어 굳이 억지로 키스를 하려고는 하지 않았었다.
그녀의 입술이 살며시 열리며 내 혀를 받아들였다.
매끄럽고 부드러운 그녀의 혀가 내 혀를 얽으며 깊이 빨아 당겼다.
그녀의 한 팔이 내 목을 휘감았다.
나는 그녀와 나의 가슴을 가로막고 있던, 배스타월을 꼭 여며 쥐고 있는 다른 한 손마저 풀어 그 팔도 내 목을 감게 했다.
그녀의 혀를 내 입 안으로 유도했다.
그녀의 혀가 내 입 속으로 들어오자 나는 미친 듯이 그 혀를 흡입했다.
나는 한 손으로 그녀와 나 사이의 틈에 끼워져 있는 배스타월을 빼내 던졌다.
그녀는 알몸이 부끄러운 듯 내 몸에 바짝 밀착시켜왔다.
나는 그 틈을 벌리고 그녀의 한 쪽 유방을 거머쥐었다.
뭉클한 느낌으로 그녀의 유방이 내 손 안에 가득 쥐어졌다.
나는 가쁜 숨을 참지 못하고 그녀의 입술에서 입을 떼어내 그 뜨거운 숨을 그녀의 목덜미에 쏟아 부었다.
그녀의 뜨거워 진 숨도 내 와이셔츠 깃 위의 목덜미로 내게 전해졌다.
나는 그녀의 귓밥과 목덜미 그리고 다시 입술로 내 입술을 미친 듯이 옮겨 키스해대며 천천히 그녀를 뒤로 밀어 걸음을 옮겼다.
몇 걸음 안돼 그녀는 침대 모서리에 닿았고 나는 그녀를 침대 위에 눕히며 쓰러졌다.
내가 그녀의 다리 사이에 무릎으로 앉아 급하게 겉옷이며 넥타이며 와이셔츠를 풀어 제쳐 던질 때 그녀는 자신의 치모 가득한 둔덕과 그 아래 부분을 한 손으로 급히 가렸고 뭐가 또 그렇게 부끄러운지 다른 한 손으로는 바닥으로 고개를 깊숙이 돌려 누운 얼굴의 눈 부분을 가렸다.
내 한 손아귀에 미처 다 잡히지 않게 희고 커다란 그녀의 유방들이 희고 탄력 있는 그녀의 튼실한 몸 위에서 출렁거렸다.
나는 그 위에 쓰러지듯 엎어져 그녀의 몸을 내 품 가득히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