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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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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렙소디


BY 망각의 숲 2005-01-13

 

무안의 앞바다는 너무도 평화롭고 고요했다.

 

기철의  쓸쓸함이 묻어난듯 파도소리가 더 고독하게 느껴진다.

 

은서와 꼭 와보고싶은 바다였기에 그 바램이 더 간절해질 뿐이었다.

 

저 깊은 바닷속에 일렁이는 물결의 깊이만큼 은서의 마음또한 알수없었다.

.

천년의 기다림처럼 멀게만 느껴지는 그녀의 사랑이 아쉽기만 했다.

 

기철은 담배 한개비를 입에 물었다. 

 

' 내 깊은 한숨이 그녀의 가슴에 와 닿는다면.........................'

 

뼈속까지 스며드는 깊은 한숨이 기철은 아픔으로 다가왔다.

 

'내 깊은 한숨이 그녀의 가슴을 울린다면..................'

 

언제쯤이면 그녀를 마음놓고 사랑할수 있을까?

 

언제나 위태위태하게 살얼음판을 걷는듯

 

그녀는 기철을 불안하게 하고 있었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그녀의 알수없는 마음들이 기철을  아프게 했다.

 

오늘따라 바닷바람이 차갑게 뺨을 스쳐왔다.

 

문득 그녀의 목소리가 듣고싶어 기철은 전화기를 들었다.

 

따르릉!!

 

"여보세요!"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자고 있었니?"

 

"아니.피곤해서 그래."

 

"어디야?"

 

"무안 바닷가..........."

 

너랑 꼭 같이 오고싶었는데...............

 

기철은 속으로 혼자 중얼거렸다.

 

바다를 좋아하는 그녀에게 꼭 보여주고싶었다.

 

"파도소리 참 듣기 좋다!"

 

감미로운 음악에 심취한듯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지금 내려올래?"

 

기철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말해버렸다.

 

"지금?"

 

"응!"

 

그녀가 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철은  대답했다.

 

"바다는 보고싶지만............"

 

"아직 마음의 준비는 안돼있어."

 

"미안해 오빠!"

 

"다음에 준비되면 꼭 같이 내려가자!"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대답은 실망스러웠다.

 

기철은 눈물이 핑 돌았다.

 

븥잡아도 굴러가는 공을 어떻게 붙잡느냐고 말하지만

 

꼬챙이로 찍어서라도 잡고싶은 심정이었다.

 

기철의  인생의 빈자리에 그녀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기철은 믿고싶었다.

 

그녀가 영원히 자신의 곁에 있으리라고 말이다.

 

죽어서도 사랑하고픈 그녀를 떠나보낸다는건 너무 큰 고통이었다.

 

제사 준비가 다 되었다는 전화가 왔다.

 

그녀 생각때문에 기철은 자신이  왜 여기 왔는지를 잠시 잊은것 같다.

 

부모님은 그녀를 데려오라 성화셨다.

 

다음에 다음에 하던것이 벌써 삼년째다.

 

기철은 너무도 죄송했다.

 

보시지도 않고 이미 허락하신듯 서두르는 눈치시다.

 

언제 사놓으셨는지 아파트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그녀만 오면 되는데.......................

 

아직 그녀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않고 있다.

 

기철은 그저 애만 탈뿐이었다.

 

부모님은 나이를 운운하며 서두르신다.

 

기철은 빨리 올라가고싶은 심정이다.

 

다행히도 제사는 일찍 끝났다.

 

다행히도 시간에 맞춰 차를 탈수 있었다.

 

어두운 차창밖을 보면서 기철은 눈물이 앞을 가렸다.

 

캄캄했던 인생의 촛불이 되어주던 그녀가 갑자기 떠나갈까 두렵고 무서웠다.

 

언제까지 불안한 줄타기를 해야하는것일까?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걸어도 갑자기 손을 놓을까 두렵고

 

전화를 받지않아도 마음이 멀어진듯 불안했다.

 

기철은 차창을 부수고 그녀에게 달려가 그녀가 너무 보고싶어 미치겠다.

 

곁에 두고 있어도 보고싶고 그리운 그녀다.

 

기철은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중이었다.

 

어디에 전화를 거는것일까?

 

다시 재발신을 눌렀다.

 

 

다행히도 신호음이 울렸다.

 

"나 오빠한테 전화했는데 통화중이네."

 

기철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알고보니 서로에게 전화를 건것이었다.

 

다행이었다.

 

"이제 곧 서울 도착하거든."

 

"그러니까 만나자!"

 

"보고싶어."

 

 

 

 

종로 그 까페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터미널에서 내려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아직 약속시간까지는 한시간이 남았는데도 마음이 조급했다.

 

마음은 이미 그녀를 만나고 있는데 발길는 더디기만 하다.

 

발을 동동 구르며 버스를 기다려도 힘흥차사다.

 

급마음에 택시를 잡아 탔다.

 

오늘따라 왜 이리 차들이 밀리는지 꼼짝도 하지않는다.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제 막 출발을 하려 한다니 다행이다.

 

하루에 몇번씩 전화를 걸고 만나도 언제나 그리운 사람이다.

 

다행히도 약속시간 가까스로 도착할수 있었다.

 

지나는 길에 꽃집이 눈에 띄었다.

 

기철은 그녀에게 선물할 백장미를 샀다.

 

 

그녀는 백장미를 무척 좋아한다.

 

그녀의 모습만큼이나 순수한 이름의 이 꽃이 사랑스러웠다.

 

"여자친구분 취향이 특이하시네요!"

 

몇송이 안남은 백장미를 포장하며 점원이 말했다.

 

"백장미 구하기도 힘든데 잘 오셨네요!"

 

기철은  그냥 미소로 대답했다.

 

 

사실 꽃집은 많아도 백장미는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항상 선물하고싶어도 애를 먹는다.

 

모래밭을 한참 해매다 찾은 진주처럼

 

그녀는 기철에게 소중한 사람이다.

 

그러기에 천리길을 달려가 찾는다 해도 행복한 일이다.

 

오늘따라 꽃향기가 너무나도 향기로웠다.

 

그녀의 채취가 느껴지는듯 했다.

 

빨리 달려가 그녀의 품에 안겨주고싶었다.

 

저기 까페 간판이 보였다.

 

바로 코앞인데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지는것일까?

 

일층에는 그녀가 보이지않았다.

 

이층에도..................

 

올 시간이 지났는데 왜 이리 보이지않는것일까?

 

아마도 길이 밀리나보다.

 

기철은 그녀와 자주 앉던 자리에 앉았다.

 

담배 한개비를 입에 물었다.

 

그녀가 선물한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하루에 한개비씩 줄인다 약속했는데 한번도 못지켰다.

 

끊어야하는데 오늘따라 더 당겨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철은 알수가 없었다.

 

아까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다.

 

약속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그녀의 빈자리만 지키고 있었다.

 

혹시나 우산이 없어 못오고 있는건 아닐까?

 

안그래도 감기를 달고 사는데 걱정이다.

 

감기 한번 걸리면 잘 낫지도 않는데.........................

 

기철은 불안해서 도저히 견딜수가 없었다.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꺼져 있었다.

 

몇번이고 다시 해보았지만 역시나 전화기는 대답하지않았다.

 

창밖은 벌써 어슴프레 깊은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밤안개 사이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기철의  눈물처럼 흩어진다.

 

이런 기철의  기분을 아는지 슬픈 노래만 흘러나왔다.

 

재떨이에 늘어만 가는 담뱃재들이 기철을 더 아프게 한다.

 

빗방울 소리만 거세질뿐 그녀는 오지않았다.

 

사랑을 속삭이던 연인들이 하나둘 내일을 약속할때까지

 

그녀는 오지않았다.

 

셔터문이 내려진 까페앞을 몇번이고 서성여도

 

그녀는 그림자조차 내밀지 않았다.

 

이별의 시작을 알리는 전주곡처럼 가슴에는 슬픈 기운이 맴돌았다.

 

밀어내고싶어도 밀어지지않는 이상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철은 한참을 생각했다.

 

자꾸만 친해지려는 예고없는 메아리가 기철을 슬프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