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자녀에게 용돈을 주지 않았다며 서운함을 토로한 A씨의 사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964

[007] 슬픔의 아름다움-YSH


BY ff 2005-01-24

write by bada 

 

 

뭐, 우리 집 가정사는 이만 각설하고. 이후 고모가 나가신지 5분도 안돼서 날아온 문자는 더욱 가관이었다. ‘한강다리에차세워놓고네전화기다리고있으마알아서해라’ 사촌누이들의 문자사용방법을 그대로 답습하신 고모는 뛰어 쓰기라곤 전혀 사용하지 않으셨다.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호텔 커피숍의 입구를 살폈다. 고모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지연씨는 왜 그러느냐고 물었고 나는 고개를 저어 아니라고 대답했다. 세상에. 조카가 말 안 듣는다고 한강 다리에 서서 뛰어들 준비를 하고 계시겠다니. 고모의 성격상 진짜 뛰어 들지는 않더라도 한적한 한강다리 하나쯤은 이미 물색해 놓고 근처에 차를 세워 두시고 계실 것은 분명한 듯 보였다. 나를 협박해서라도 올해 안엔 꼭 결혼을 시키겠다는 결심을 하셨다는 이야기는 이미 사촌누이에게 들어서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어쨌든, 이미 고모 앞에서 틈을 보여 버린 나는 오늘 하루, 앞에 있는 여자와 보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다른 때와는 다르게 그렇게 부담스럽거나 싫지만은 않았다. 대체 왜······ 일까? 그날 이후 지연씨는 내 집에서 일을 했다.

그날 나는 전형적인 선을 보러 나온 남자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 그리고 마지막 그녀의 집 앞에서 헤어짐을 앞두고 사실을 솔직히 고백했다. 나는 도우미를 소개 받으러 나온 자리였다고, 미안하지만··· 아직 결혼은 생각이 없다고. 그러자 지연씨는 아무런 말없이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자신의 명함을 나에게 건네줬다. ‘OO대학병원 외과 간호사’ 그녀의 직업이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원장으로 계시는 대학병원이었다. 그녀는 그곳의 간호사로 있었다. 이 명함은 무슨 뜻일까? 내가 명함을 뚫어지게 바로보고 있자 그녀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빨간 사과의 색깔과 윤기를 닮은 입술. 에로티시즘과 순결함이 절묘하게 조화된 그녀의 입술은 역시, 또렷한 음성으로 내 이름을 불렀다.

 

“상현씨.”      

 

“예, 예······?”

 

“고모님께 이야기 들었습니다. 사람이 필요하시다는 이야기도요.”

 

고모가 아무래도 내 질병에 대해서 이야기 했나 보다고 생각했다. 보통은 선을 보러 나오는 자리에 그런 이야기를 미리 꺼내거나 하지 않으시는 분인데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간호사였기 때문에 내가 앓고 있는 병에 대해 이해를 잘 못하시는 고모께서 물어 보셨을 거란 추측은 어렵잖게 할 수 있었다.

 

“아, 예. 되도록이면 하루 종일 곁에 있어서 나를 좀 도와 줄 수 있는 분을 찾고 있습니다. 제가 고모님께 그렇게 부탁드렸더니 괜히 오해를 하셔서 이런 자리를 만드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지연씨는 아니라는 듯. 입매를 살짝 들어 올려 미소를 지었다.

 

“괜찮습니다. 다만······.”

 

“······”

 

“괜찮으시면 제가 그 일을 했으면 좋겠는데요.”

 

“네?”

 

“아무런 조건도 없습니다. 그냥 가정에 두시는 도우미라 생각하시고 그에 합당한 보수만 주시면 됩니다. 결혼이나, 약혼이나··· 그 걱정하시는 일들에 대한 부담은 전혀 드리지 않겠습니다.”

 

황당한 얼굴이었을 그날, 나도 결국 그녀에게 명함을 건넸다. 그리고 그녀는 그 일이 있은 다음주서부터 지금까지 항상 내 옆에서 나의 잠을 깨워 주고 있다.

 

 

-----------------------------------------------------------------------

모님께서 궁금해 주시는, 요리책은... ^^;;

30이나 50회 특집으로 말씀드려도 될까요?

(사실, 쑥스러워서...)

 

점점 내용이 전개되면서,

저또한 머리가 슬슬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최소한 A4 150장이상 쓰기로 마음 먹었는데...

여직 15장 정도밖에 못 썼답니다.

열배는 더 써야 하는 일이라... 쩝...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