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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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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 슬픔의 아름다움-YSH


BY ff 2004-12-29

                                                                                                       write by bada 

 

-3-


“뭐해. 30분 안에 도착하지 못하면 해 떨어지고 말걸.”

 

여자친구는 닦달했다. 하지만 그 말에 책망은 묻어 있지 않았다. 이곳에 먼저 오자고 한 것이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간신히 얻은 휴가를 이런 깊은 산속에, 그것도 하필이면 절간을 선택한 것이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막무가내였다. 그 절에서만 먹을 수 있는 사찰음식을 반드시 취재를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나는 왜 일을 휴가에까지 들고 와야 하느냐고 따졌는데 그녀는 자신의 휴가는 여름이었고 그 때엔 내가 바빠 휴가를 얻을 수 없어서 같이 휴가를 즐길 수 없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주었다. 때문에 그녀가, 나의 휴가에 맞춰 어떻게든 회사를 탈출해 낸 방법이, 취재차 출장을 나오는 것이었다. 본전도 찾지 못한 소소한 다툼이었다.

그녀는 잡지사의 기자였다. 이름은 나정현, 언제나 노란 고무줄로 질끈 묶은 머리에 일부러 찢었는지 아니면 헤어졌는지 잘 구분이 안가는 청바지를 입고 다니는 정현은 외모에서 풍기는 모습과 다르게 매우 여성스러운 여자였다. 나름대로 화장품 사 모으는 것을 좋아했고 예쁜 구두를 보면 쇼윈도를 단 한번도 그냥 지나치는 법을 보지 못했다.  심지어 데이트 중에 악세사리 매장이라도 지나치려 면은 일·이십분은 손해 볼 생각을 해야 했다. 그리고 나면 어김없이 만 원짜리 악세사리가 작은 봉투에 담겨져 정현의 손에 들려져 있다. 다만 나는 그것들을 사용 한 정현을 본적이 없을 뿐이었다. 나는 궁금하게 여겨 대체 그 많은 구두와 여성스러움의 극치인 옷들과 화장품은 대체 어디로 팔려 나가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집에서 혼자 화장하고 예쁜 원피스를 입고 올해 최신 유행이라는 분홍색 끈이 달린 검은색 구두를 신은 뒤에 혼자 거울 앞에 서 본다고 한다. 난 왜 그러냐고 물었다. 그러자,

 

‘글쎄······. 그런 것들 입고 밖에 나돌아 다닐 만큼 간지러운 거 잘 참지 못하는 성격이야. 그리고 워낙 이쪽 일이 거세다 보니까 지금 입고 있는 옷이 편하고 특별히 그런 옷 입고 다닐 필요도 못 느끼고. 마지막으로, 나 별로 예쁘지 않잖아.’

 

라고 자조한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럼 나랑 만날 때는 왜 안하고 나오는데? 일하는 것도 아니고.’

 

라고 묻자

 

‘입다보니까 이 옷이 매우 편해서 이 옷만 입게 되더라고.’

 

한다. 나는 그녀에게 앞으로 입지도 않고 쓰지도 않을 거면 구두며 옷이니 화장품 등은 사지 말라고 충고 했다. 결국 그날 그녀와 싸웠고 그녀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일주일동안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안 입긴 왜 안 입어! 집에서 매일 입는데. 너는 아직도 여자를 몰라!’

 

 

 


산사에 도착 했을 때는 이미 석양의 희미한 자취마저 모두 사라진 터였다. 산사의 입구는 이렇다할 문이 없었다. 중생을 구제하고 부처의 덕을 흠모하는 장소에 가로막이라는 문이 있는 것이 더 이상할 터였지만, 괜히 이곳에 살면서 불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안의 생활이 내 일부처럼 익숙한 나는 그런 생각이 드는 내 자신이 약간은 한심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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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분량이 좀 적은 듯한 느낌도 드네요...

그렇지만, 매일 꾸준히 올리려는 예정(???)인지라...

음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