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한테 이런소리 해야 되는줄 모르겠다"
"뭔데....?"
"글쎄 말아....."
소정자에게서 온 전화는 세선의 남편 인구와 어떤 아줌마가 또 어던 베드하우스에서 나오는걸 봤다는 것이었다. 물론 소정자가 직접 본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사람을 붙여 봐야하지 않겠어?"
"사람?"
"그래....있잖아 그런데.....사설 탐정 같은거....."
"아는데 있냐?"
"있긴하지만...."
'알았어 좀더 생각해 보고...."
세선은 전화를 끊었다. 마음에서 분노가 일어 났다. 한번도 아니고 분명 자신의 남편 인구가 워낙 세선이 관심을 주지 않자 여자를 본게 틀림 없을것이라는 생각이 났다.
"이....C발놈이!"
세선의 입속에서 이런말이 생성되었다가 목구멍으로 꿀꺽 넘어간다. 시숙 창구가 전화소리를 엿들었는지
"뭔일이예요?"
"........."
"말하세요 제수씨!"
"시아즈버니는 알거 없어요"
"혹시...인구 그사람 때문에.........."
차는 고속도로를 빠져 나왔다. 시내로 접어드는 가로수들이 옷을 갈아 입고 더러는 이제 땅에 딩굴어져 낙엽이 되는 쓸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디로 갈까요?"
"저기.....성남 사거리에서 내려줘요"
"네?"
"친구좀 만나고 가게....."
세선의 얼굴에 분노와 근심이 겹쳐 있는듯한데 시숙은 근심스러운듯
"너무 염려 마세요. 그사람 어떻게 되진 않았을거예요. 곧 나타나겠죠. 차스 그사람 원래 그전에도 책한권 써가지고 두달만에도 나타나고 했어요"
세선이 불을 켠 얼굴로 창구를 쳐다보며 거의 소리치듯 말했다.
"정말, 그런일이 있었어요?"
"네에....전에 무슨 이론인가 그 책써가지고 와서 다른사람 이름으로 출판해가지고 대박터졌었잖아요....그 책! 그거 뭐드라.....삼파장 그거 그사람 이론이예요..."
"그런걸 왜 지금 말해요..."
"난, 아는줄알고...워낙 친하셔서...."
"친하긴 뭐가 친해요....."
날카로와진 세선이 시숙을 쏘아 보았다. 모든 발단이 그의 탓인양 원망의 눈초리로 바라보는데 창구는 차를 멈춘다.
"여기서 내려 드릴께요"
"수고 했어요. 미안해요 시숙한테 화내서,,,,"
"아니지요.....내가 모르나 그럼....."
성남 사거리엔 세선이 잘아는 남자 친구가 병원을 한다. 효서라고 초등학교 동창중 유일하게 6년제를 나와서 의사가 된 아주 고지식한 친구다.
"근데.....어떻게....."
그랬다. 친구이긴 해도 혹시 정말로 찰스박의 씨가 투입되었다면.....
광림이라는 병원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원장님 계신가요?"
"네에....오늘 집에 일찍 일이 있어서....."
"그래요.....그ㅓㅁ 다음에 와야겠네....."
"누구시라고 할까요...?"
세선은 간호사들에게 목례를 하고 잠간 생각하다가
"저어...."
"네, 말씀하세요"
"임신한거 알려면 검사가 복잡한가요?"
간호사가 세선의 아래 위를 훑다가
"^^ 혹시 늦둥이 가지셨나요?"
"아아아~~~니"
"아네요...요즘 사모님들 그런일 많아요....."
"그래요.....내가 아니고...."
세선은 거짓말을 했다.
"간단해요. 금방 나올 수도 있어요"
"그래요....그럼 다음에 데리고 와야겠네...."
세선은 자기 딸아이나 다른 사람이 임신하였다는 암시를 주고 발길을 돌렸다. 순간...간호사가....
"사모님, 원장님 전화인데요....받아 보실래요"
"나한테.....?"
"아, 그게 아니고 전화가 왔길래 손님이 오셨다고 했더니...."
세선은 전화기를 받아 들었다. 갑자기 다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거리고 가슴이 쿵쾅거렸다.
"여보세요?"
"세선! 어디아파?"
"아니.."
"근데 목소리가 왜그래?"
수화기 속에서 다정다감하게 자신을 감싸주던 어릴적 소꼽친구 효서의 목소리가 구원자의 목소리처럼 들려 왔다.
"왜 나 없을때 오냐...지금 갈께....."
전화가 뚝 끊겼다. 세선이 멍하니 서 있자 간호사가
"피곤하신것 같네요...저기 안에 좀 기다리세요. 원장 선생님도 요즘 힘드시거든요..."
"왜, 무슨?"
"네.....사모님이 갑상선으로 입원하신지 꾀 오래 되었어요....."
"얼마나?"
"한 일년도 넘었어요...."
"그럼?"
"네, 미국에서 치료중이신데....."
"그래요....난 몰랐네..."
갑자기 미안했다. 연락도 없이 돈버는데만 정신을 팔다보니....원장의 아내라면 세선의 1년후배 영애 아닌가. 한때 505 전투여단이라는 영화에 조연을 맡았던 미인후배.
"의사 아내도 별수 없네....."
세선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환자들이 계속들어 왔다. 병원에 온 세상이 환자라더니....
간호사들이 매무새를 고친다. 왜저러지.
"얘, 원장님 오신데..."
효서가 오는 모양이었다. 세선도 의식적으로 매무새를 고쳤다. 효서! 갑자기 왜 효서가 위대해 보일까....세선의 가슴이 갑자기 선보는 사람처럼 쿵쾅거렸다. 감성적인 여자라서 그런가.....세선의 배가 또 숨을 몰아 쉰다. 어쩌지......?
하얀 가운을 입고 귀에 청진기를 꼽은 효서가 자신의 임신을 진단하기 위해 거기를 들여다 보는 모습이 떠 올랐다. 그녀의 몸이 진저리를 쳤다. 오줌누기를 마친 여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