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앞입니다."
시숙이 아침 일찍 와 있었다. 세선은 검정 투피스로 차려 입고 문을 나섰다.
"사모님..."
청소 아줌마다. 부지런하기는 두번째 가라면 서러울 청소 아줌마가 세선을 보고 허리를 구부린다.
"깨끗하게 하세요!"
"네에~"
차고쪽으로 다가 가는데 남편이 들어 오는 모양이다.
"아저씨, 일찍오시네 ^^^^"
제일 반겨 맞는게 청소 아줌마다. 세선의 눈이 그들을 바라보는데 사기같은 미움이 서려 있다.
"어디가오?"
"네......좀 갈데가 있어서....."
전 같으면 무시하고 그냥 나갔지만 왠지 남편이 오늘따라 근엄해 보이고 자신이 작아지는것 같은 느낌때문에 세선은 남편에게로 몸을 틀었다.
"피곤하죠?"
세선이 남편의 상의를 매만지며 정말 따스하게 물었다. 남편이 갑자기 다가온 세선의 온정(?) 탓인지 깜짝 놀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엇 들어가세요...."
청소 아줌마가 세선의 남편 인구를 부추긴다. 기분이 나빠진건 세선이다.
"아줌마, 얘기하는데 끼어들지마!"
아줌마가 주눅이 들어 멀리 도망가다시피하고 세선은 남편의 손을 잡는다. 인구가 무안한지 슬며시 손을 빼며
"다녀와요!"
세선은 차고로 갔다. 시숙이 시동을 걸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동생도 안보고 가세요?"
"보면 뭘해요...."
"그래도 그렇지....."
"아니, 제수씨 요즘 이상하시네 동생이 회춘하나 좋아하시는것 같애^^^"
차가 미끄러진다. 온산에 단풍이 들 모양이다. 오늘따라 날씨가 차다. 강원도 평창이 영하 10도까지 내려 갔다는 보도가 나오고 뉴스마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고 난리다.
"좀 쉬세요"
"괜찮아요. 천천히 가세요"
"네, 걱정마시고 무엇을 물어 보든지 솔직히만 말하세요..."
무엇을 물어 볼까? 찰스박과 무슨짓을 했느냐, 돈은 얼마나 받았냐. 언제부터 알고 지냈냐? 몇번 그짓거리를 했냐? 별것을 다 물어 보는게 경찰이고 검찰인데....
"후우~"
"겁나세요?"
"........"
세선은 먼 산을 바라 보았다. 어릴적 뛰어 놀던 고향의 가을이 떠올랐다. 그래, 별것 아닌 인생. 꿈깥이 지나 왔는데.....이게 뭔 꼴이람.....멀리 트랙타가 벼를 베는 모습이 보이고 시숙은 말없이 차르 몰아 댄다. 점점 경찰서가 가까와 지고 세선은 안절부절 거울을 보고 핸드백을 뒤지고 혼란한 자신을 다독이려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자, 다왔습니다"
경찰서가 저만치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