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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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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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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허무


BY 가을여행 2004-09-11

무거운 적막을 깨는 요란한 전화벨소리가 계속 울려댄다

미정은 손가락하나 까닥할 기운조차 남아있질 않다

한시간 남짓 잤을까?

미정은 시계을 보았다. 곧 힘없이 고개를 떨군다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왔다

침대에서 일어서려는 순간 , 누군가 세차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미정아! 너 안에 있니?미정아!"

혜정이다! 미정에게 늘 필요이상의 관심을 가지는 때론 피곤한 주책맞은 그러나 믿고

의지할수 있는 그녀의 유일한 친구...

미정은 힘없이 그녀를 맞는다.

 

"아침부터 웬일이야?"

혜정은 뾰루퉁한 얼굴로 급하게 들어선다

"얘는 그리 이른시간은 아니다. 뭐!"

미정은 이 순간 그녀가 성가실 뿐이었다

혜정은 근심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수척해진 미정을 보며 혜정은 마음이 아파온다

"앉아! 뭐 마실래? 커피하자 나 커피마실려고 했거든..."

"미정아 지금 커피가 중요한게 아니라..빨리 앉아봐!"

 

혜정은 미정의 팔을 당기며 쇼파에 앉히려 했다

미정은 그녀의 팔을 힘없이 뿌리친다

"나 커피마시고 싶어"

미정은 머리가 아파왔다!  모든 것들로 부터 벗어나서 철저히 혼자있고 싶었다

 

"미안해...너 힘든줄 알면서도 이렇게 왔어

걱정도 되고 해서..."

미정은 커피를 잔에 따르다말고는  긴 한숨을 내쉰다

"뭘알고 싶은데..."

그녀의 말에 혜정은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어제 남편과 어떤일이 있었고 앞으로 어떻게 할것인가..그래 이해해 너무 궁금하겠지!"

"아니... 난..."

 미정은 커피를 혜정에게 건네주며 창밖을 응시한다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미정은 이 순간 느낀다

사람과의 대화가 없다면. 침묵으로 일관할수 있다면..

극도의 고통도 아무런 말없이 서로 상처도 받는 일도 주는 일도 없이 말이다

 

미정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혜정에게 돌아선다

"나 그이 자유롭게 해주기로 했어"

미정은 커피를 마신다

 

혜정은 놀란 표정을 감출수가 없었다

미정은 자신에게 이 모든 상황들이 일어났다는 걸 이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2

 

 

미정은 남편을 기다리고 있다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려 애쓰고 있지만..거울속에 비친 자신의 두려운 얼굴은 속일수가 없었다

목이 타들어가고 자신이 왜 이런일로 남편을 기다리고 있는지 맘이 아팠다

저 맘깊은 곳에서 부터 온갖 복잡한 감정이 자신을 괴롭힌다

일어서고 싶었다  아무것도 몰랐던 사실로 되돌아 가고 싶었다

이런 자신을 책망하기도 하면서..

 

커피숍문이 열리고 멀리서 남편이 걸어오고 있다

미정은 남편의 모습에 말할수 없는 배신과 놀라움 자신의 고통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싶었다

물잔을 잡는 손이 미세히 떨리고 있음을 느낀다

 

남편은 미정을 물끄러미 쳐다본후 자리에 앉는다

"오래 기다렸지.. 일이 늦어지는 바람에.."

남편의 담담한 말투에 그녀는 복잡한 생각이 교차되었다

"미정아!"

"가만... 여보..내가 먼저 말할께!

미정은 벌써 석잔째의 물을 마시고 있다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다 그러나 그 자존심마저 아무소용없다는 걸 느낀순간 미정은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된건지 먼저 말하는게 순서라고 생각해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미정은 사실 남편을 향해 물잔을 끼얹고 싶었다.

그는 담배를 한모금 피우며 긴 한숨을 내쉰다. 곧 그 담배를 재떨이에 부벼대며 굳게 다문 입을 연다

 

"서로안지 2년됐어.."

미정은 자신의 바보같은 세월 2년을 빠르게 회상했다

"이렇게 될줄 몰랐어..미안하단말도 못하겠어"

물을 마시는 그의 목을 순간 비틀고 싶었다

"나 그여자 사랑하고 있는것 같아! 미칠것같아.."

미정은 사랑이란 말에 분노를 느꼈지만 통속적인 관념으로 그의 맘을 되돌리려 하는 자신의 맘을 강하게 느꼈다

"여보... 미정아 나 ..내가 이렇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어.감히 내가 김 석현이가 말야"

"계속해봐"
"보지않으면 미칠것 같아..첨엔 이러다 말겠지 그랬는데..점점 내 맘이 나 자신도 어떻게

할수가 없어.. "

미정은 한모금의 물로 자신의 감정을 달래려 하지만...

남편의 고통이 자신의 맘으로 점점 스며들고 있음을 느낀다

그 사실이 미칠것 같았다

"나 .. 미정아 너 싫은 것 아냐 너 사랑해!"

"그만해"

미정의 고함에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었다

"들어야해!"

 

 

"미정아! 나 정말 죽어버리고 싶어..정말 힘들어 정말 ..."

남편이 울고 있다 소리없는 울음으로 그의 빰에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미정은 모든걸 채념한채 그를 바라본다! 아..그가 울고 있다니..나의 우상이 울고 있다니..

"당신이 싫어져서도 아니야! 차라리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내가 힘들지 않을거야

내가 힘든건 당신도 여전히 사랑하고... 그녀도 사랑한다는 거야

욕심하고 달라 다른거 같아 내 맘이 내 맘이 그렇다는 거야!

남자의 더러운 이기심이라 치부해도 좋아! 모르겠어 이런 개떡 같은 기분..

그래서 .. 그래서 .. 미정아! 내가 ..."

미정은 남편의 애절한 목소리보다 계속해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뚤어져라 응시한다

남편의 말이 고통이 점점 어느새 그녀의 맘에 자리잡고 있음을 느꼈다

 

"여보..당신의 나의 우상이었어..."

미정은 담담히 입을 열었다

"내게 참 근사한 남자였어...난 나름대로 행복했구...이상하네.. 왜 다른말이 생각이 안나는걸까?"

그는 두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움켜잡고는 어깨를 뜰썩이고 있었다

미정은 잠시 그렇게 그를 보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커피숍을 나오니 캄캄해 졌다

미정은 그제서야 맘껏 울기로 작정했다   도로한복판이지만 흐르는 눈물은

어쩔수 없었다

이 어둠을 핑계삼아 그녀는 미친사람처럼 흐느껴 울었다

아무런 의식도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은채..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조차 느껴지질 않는 자기의 세계에 빠진채

왜 남편은 거짓말을 하지않은걸까?왜 너무나 진실한 걸까?

싸구려 변명이라도 늘어놓았으면 혹 시간이 다시 지나면 ...

 

미정은 이제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오래 서 있었다

 

 

 

                                       3

 

혜정이 돌아가서도 오래도록 미정은 쇼파에 앉아있었다

떨구던 고개를 들었을때..

그녀는 무언가를 보았다

 

또 다른 자신이 맞은편에서 자기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미정도 같이 미소를 지었다

 

"미정아! 너 정말 자유로울수 있을까?"

또 다른 미정은 그냥 미소만 지었다

 

 미정은  커피를 마시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어느새 하늘은 노을이 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