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인희가 다녀간 후 부터 재인은 자꾸 가라앉고 있었다.
"선배, 난 선배가 늘 행복한 것 같아 부럽기도 하였는데
이제 미안한 맘이 드네요. 선배가 몸이 많이 안좋은 줄 알았는데
마음이 많이 아팠었다 싶으니 내가 더 속상해요"
"왜? 무슨말이니?"
"속이려고 생각치 말아요. 나 넘 속상하니까?"
"왜?" "어제 나 무척 충격적인 소릴 들었거든요, 밤새 생각하다 선배에게
들여다 보는게 좋을것 같아 왔어요"
직선적이고 활달한 인희가 침울해 보여 재인까지 우울해 졌다
"왜 그러니? 무슨말이야?" "나 선배께 늘 핑크빛이라고 놀렸잖아요, 모르고
죄송해요" ""무슨말이야?" "선배 주경리 알죠?" 그만 아득해 졌다.
바닥이 핑그르 돌아 재인은 손에 힘을 주었다.
"미안해요, 선배 그런 창백한 얼굴 보려고 얘기 끄낸것 아녜요, 그애 나랑 여고 동창이잖아요. 그애 시어머니께서 절 보자 하셔서..... "
"..............." "그애 시어머니께서 선배얘길 하시길래 사업 얘긴줄 알다가 나 넘어갈뻔 했잖아요. 선배 집안이랑 아는 줄 알았다가 나중 얘기 하시는데 넘 놀라고 떨려서....
그집안 난리났어요, 걔 남편 너무 너무 착하거든요, 그 기집애가 제일 결혼 잘했다고 동창들은 얼마나 부러워했는데요. 그부모님들은 또 얼마나 점잖으신대요. 걔 시어머니께서 우시면서 선배 걱정을 많이하시더라구요. 자신은 덕이 없어 그런 며느리 만났지만 착한 선배
전부터 선밸 알고 계셨던가 봐요, 얼마나 충격 받고 가슴아프겠냐고..."
인희의 말소리가 점 점 멀어지는것 같았다.
간신히 추스리는 재인을 보면서 인희가 울음을 터뜨렸다.
"바보 같은 선배, 같은 대학 나온 후배 한테도 못할말이 있었어요? 왜 그렇게 아팠으면서
내색조차 않고 왜 행복한척 했었요?"
재인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몇분이 지나는지 조차 모르고 인희와 재인이 울고 있었다.
"인희야, 이제 암말 말고 집으로 가 줄래? 나 진짜 힘들거든,
나 아프다고 소리치면 내가족들은 어쩌고 날 따르는 니들은?"
"그러니 선배는 바보야. 선배가 무슨 철의 여인이야? 왜 아프면 아프다고 얘길 못해요
세상에 비밀이 있나요? 이 동네가 얼마나 좁은데... 알았다면 나라도 나섰잖아요.
이게 뭐예요? 선배 이야길 다른 사람을 통해서 듣고. 저 넘 속상해요"
"그래 알어, 고맙다. 나중에 얘길하고 오늘은 그만가"
눈물을 훔치며 인희는 돌아갔다.
'남 몰래 해결하려 했는데 그런 행운도 내게는 없나보다'
재인은 바깥이 완전히 어둠에 묻힐때까지 조각처럼 미동없이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