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얼음공주]
그녀의 뒤에서 부드럽게 울려 퍼지는 소리!
재희는 한순간 숨이 멎었다.
얼음...공주!!!!
오즈의 나라에서만 쓰는...미혜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그녀의 닉네임을....??!!!
고개를 홱. 돌리는 순간,
재희는 웃으며 서 있는 진성을 보았다.
입을 쩍 벌린 채 바보처럼 쳐다만 보고 있는 재희를 진성은 묘한 웃음으로 보고 있었다.
마치 아주 어려운 문제를 풀고 난 뒤의 표정이랄까....
묘한 감정이 뒤썩인 그런 웃음이었다.
[역시...당신이 얼음 공주였어]
그가 그녀 옆에 앉았다.
[어, 어떻게...당신이 그걸?....당신, 누구...?]
[누구긴...당신의 연인이지]
웃음을 참고 있는 음성이었다.
[서, 설마...카제짱은....?]
[그럼 당신 연인이 나 말고 또 있나?] 그가 웃었다.
그들은 커피를 시켰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죠? 당신은 언제부터 알고 있었죠? 혹시 우리 집에서 내 컴퓨터를....!]
[쓸데없는 소리]
그가 말을 잘랐다.
[사실 오즈도 조카가 들어가 보라고 하더군. 카제짱도 녀석이 만들어 주었고...한두번 해보니 묘하게 중독 비슷하게 되더군. 이 나이에 뭐 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에 관둘려는 찰나에 당신이 들어왔지]
그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말도 없고 궁금증도 없고...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자존심이 아주 강한 여자겠구나 ...해서 호기심이 생기더군.
질문을 던지면 대답은 하되 더 이상의 말은 없고...질문은 하되 오즈상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한 게 전부고...그렇지? 나란 인간에 대해 전혀 궁금해 하지도 않았고... 날이 갈수록 당신이란 여자에 대해 호기심이 더해 갔어. 결국 당신땜에 계속 오즈에 남은 셈이지]
[근데... 얼음공주와 내가 동일인이란 건 어떻게 알게 된거죠?]
[부석사]
[부석사?]
[그래, 부석사. 당신이 애로숙녀와 대화할 때 부석사에 갔다 왓다고 했잖아. 날짜, 시간이 내가 당신과 간 날과 일치 하더군]
[.....!]
[그 전에 조금씩 의심은 했어. 가끔 당신이 말하는 스타일과 얼음공주가 한번씩 던지는 말솜씨가 흡사했거든.
혹시나...하는 기대감으로 파고 들어가는 도중에 당신이 결정적으로 부석사를 꺼낸거지]
그녀는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 참 좁군요]
[세상이 좁은 게 아니라 이걸 두고 인연이고 필연이하고 하는거야. 천생연분말이야]
그가 한 손으로 재희의 볼을 사랑스레 쓸어 내렸다.
[당신과 내, 오즈의 연인이 동일인이라 얼마나 기쁜지...당신은 모를거야]
[믿을수가 없어요...]
[이제 알겠지? 당신은 하늘이 내게 점지해준 여자야. 어느 누구도...그 무엇도 당신을 내게서 떼어내지 못해]
그녀는 부드럽게 살포시 미소지며 그를 빤히 응시했다.
[진성씨...내가...왜 좋은 거죠?]
[왜 사랑하냐고 물어야지. 그리고 그렇게 묻는 것도 어리석은 거야.
사랑에 '왜' 라는 말은 없어. 당신의...사진을 처음 본 순간, 난 '이 여자다' 라는 느낌이 왔어.
이건 진실이야. 그리고 당신의 표정, 말투, 향기, 몸짓 하나 하나...
그 어떤 것도 나를 매료 시키지 않는 게 없었어. 특히...]
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다 자신의 심장으로 가져 갔다.
[이곳...특히 이곳은 당신 앞에서만 무섭게 뛰거든...]
[...당신은 참...알수 없는 사람이예요. 그리고...바보에요]
그녀의 음성은 젖어 있었다. 그가 웃었다.
[칭찬으로 들리는데?]
그날 밤
둘은 재희의 집에서 나란히 앉아 오즈의 나라로 들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