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미혜를 <무랑루즈>로 초대 했다.
미혜는 드디어 진성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들떠 히죽이고 있었다.
[얘, 나 이러니. 결혼할때처럼 막 떨리는 거 있지? 나 어때? 여전히 미인으로 보이니? 화장은 작 먹은 것 같어?]
[참 나! 가지가지 해라. 응? 니 남편 보면 어지간히 좋다고 하겠다]
[야! 드디어 너한테 남자가 생겼는데 내가 흥분않고 돼? 너무 궁금해서 잠이 다 안 오더라]
[얌전히 저녁만 먹고 오기다 알았지?]
[왜? 내가 쓸데없이 주둥이를 놀릴까봐? 걱정도 팔자다]
[너야말로 쓸데없는 걱정은 접어둬. 그 사람에게 나, 사실대로 얘기 다 했어]
[뭐? 진짜? 얘가! 너 미쳤니?]
[아니, 차라리 속이 후련했어. 그 사람... 내 아픔을 다 알고 있다는 듯...그렇게 말없이 날 감싸주더라. 덕분에 더 가까와졌고...]
[뭐? 더 가까워져? 니들, 썸싱 있었지? 응? 얘기해! 빨랑 털어나봐]
[다왔어. 내리자]
어느새 <무랑루즈> 앞이다. 재희는 웃으며 미혜를 무시했다.
[난 너한테 비밀없는 거 알지? 나중에 다 털어놓지 않으면 니들 데이트, 깽판 놓는다. 알았지?]
재희는 또 무시해버렸다.
까페안은 저녁 시간이라 손님들이 많았다.
그가 바에 기대어 서 있다, 재희가 들어 서자 환한 웃음을 띄었다.
가슴이 뛰었다. 몸속의 아드레날린이 행복에 겨워 날뛰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재희는 자신이 살아 있음을...살아 있음으로해서 얻는 행복임을 알았다.
[안녕하시오. 이 진성이라 합니다]
그가 미혜에게 악수를 청했다.
미혜의 입이 벌어졌다.
우선 그의 수려한 외모에 반했다.
딱히 미남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인상이 깨끗하고 굵직한 게 강한 남자라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말끔한 스타일.
시원스런 목소리는 사람을 묘하게 매료시키고 있었다.
어느 한 구석 모난 곳도 악의도 없어 보이는 남자였다.
놀랍다. 남편외의 남자에게 이렇듯 강한 인상을 받아 보기는 미혜로선 처음이었다.
[얘길 많이 들어서 그런가, 아니면 사진을 많이 봐서 그런가...낯설지가 않소]
그가 미혜에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미혜도 웃었다.
[저도 그런 느낌이네요. 처음 뵙는데도 어딘가 모르게...낯이 익다는 기분도 들고...첫인상이 너무 강해서 그런가....?]
미혜는 피식 웃었다.
[칭찬입니까?] 그가 호탕하게 웃었다.
그랬다. 미혜는 진성이 처음인데도 그런 느낌은 별로 없었다. 어디선가 만난 것 같은 느낌...
무언가 썩...게운치만은 않는 느낌...
...재희한테 얘기를 많이 들어서 그런가?...
누군가를 많이 닮았다...
진성이 재희를 바라보며 웃었다. 입가가 살짝 말려 올라가는 그런 미소...?
순간, 미혜는 흠칫했다.
그래...!누군가와 닮았다.
누군가와...그게 누구지?...
기억이 날 듯 말 듯 했으나 윤곽은 없었다.
[미혜씨. 오늘은 뭐든 마음껏 드시고 재미있게 보냅시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진성의 시원스런 행동에 미혜는 잠시 생각을 접었다.
어쨌던...미혜는 이 진성이 마음에 들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