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을 누르는 서연의 눈빛은 호기심으로 가득했고 긴장한 탓인지 손끝이 약간 떨리고 있었다.
- 누구세요?
- 베이비 시턴데요.
철커덕 소리를 내며 육중한 문이 열렸다. 대문을 소리나지 않게 닫고 정원을 지나 계단을 올라가자 집 안으로 들어가는 현관문이 나타났고 문은 열려 있었다.
실내는 그리 화려하지 않았지만 넓었고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표나지 않게 거실을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탤런트이자 모델인 나미애가 이층에서 아기를 안고 내려왔다.
아기에 관한 기본적인 질문을 한 뒤, 서연은 편한 차림으로 옷을 갈아입고 아기를 받아 안았다. 아기는 또래에 비해 숙성한 편이었지만 온순했고 피부가 유난히 희고 눈부셨다. 엄마인 나미애의 피부를 그대로 물려받았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얼굴은 엄마 보다는 아빠를 더 많이 닮은 듯 했다. 나미애는 아기를 맡기고 이층으로 올라가서는 한동안 내려오지 않았다.
연예인이라서 외출준비를 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듯 했다.
다행히 아기는 낯을 가리지 않아 금방 친해졌고, 품에 안고 우유를 먹이자 맑은 눈을 내 눈에 맞추며 살며시 웃었다. 아기의 이름은 지희라고 했다.
지희는 단숨에 젖병을 비우고 배가 부르자 졸리는 듯 눈을 비벼댔다. 서연은 지희를 등에 업고 조용한 클래식을 들려주었다. 지희는 금새 잠이 들었다.
이 층에 올라간 지 한 시간 정도 지나자 나미애가 내려왔다.
크고 서글서글한 눈매와 흰 피부, 그리고 170이 약간 넘어보이는 키에 적당히 볼륨이 있는 몸매가 서구적인 매력을 물씬 풍겼다.
- 지희는 자나요?
- 녜 조금 전에 잠들었어요.
- 잘 부탁해요.
너무도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나미애와 마주 서게 되자 서연은 같은 여자로서 주눅이 들었다.
자신이 평범한 암탉이라면 나미애는 너무도 우아한 백조처럼 느껴졌다.
나미애가 나간 뒤, 잠시 집 안을 익히기 위해 거실과 주방을 둘러보았다.
거실 한 켠엔 아담한 홈바가 설치되어 있었고, 언제든지 마실 수 있는 커피메이커가 놓여 있고, 장식용 과일이 약간 마른채로 바구니에 담겨 있었다
거실 벽 곳곳에는 나미애의 남편인 서민호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서민호 역시 이름난 조연배우이자 탤런트였다.
개성이 강한 얼굴에 훤칠한 키,그리고 강한 카리스마로인해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다.
서민호는 최근 방영되고 있는 미니시리즈에서 빛나는 조연으로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었고 그의 인기는 날로 높아만 갔다.
극중의 서민호를 떠올리자 서연의 가슴이 콩닥거리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문득 서민호의 실물이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