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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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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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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


BY 후시기유기 2007-01-11

사랑? 웃기지마. 네가 날 얼마나 안다고 사랑이야?

 

                                                                 - 황겸 -

 

 

 

다시 술자리로 돌아갔을때 그 분위기 그대로인데다, 밖에선 말도 안되는 소리를 궁시렁 거리던 공현도 제자리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에 겸이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래, 단순한 술주정이었어. 다행이야. 휴~

그런데 왜 하필 나한테 주정이야? 젠장, 기분 다 잡쳤네.

몇번의 술잔이 더 오가고 누군가가 큰소리로 2차를 외치자 다들 웅성거리며 일어서기 시작했다.

" 음~ 겸아. 우리도 2차가장? 엉?"

여자가 술에 취해 주정하는건 귀엽다. 라지만 은정이는 별로다. 귀여운건 적당히 술에취한 적당한 주정이다.

" 아니, 난 그만 갈래"

" 왜~애~~같이 가장~~"

소매의 한끝을 잡고 매달리는 은정을 겸이는 한숨을 쉬며 바라보았다.

" 미안, 정말 그만 가봐야 해서 그래."

" 아~ 앙~. 그러지 말고."

슬슬 은정의 도가 넘친 주정이 짜증스러울때쯤, 공현이 큰소리로 말했다.

" 나도 그만 가봐야겠다."

" 어머!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가긴 어딜가~"

" 그래, 우리 2차 갔다가 노래방에도 가고..나 공현이 네 노래 듣고 싶은데.."

애교섞인 콧소리가 여기저기서 앵앵거리며 튀어나왔다.

이미 짜증의 도를 넘긴 겸이가 가방을 들고 일어서려고 하는데 공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 여자친구가 집에 간다니 나도 갈수밖에."

헉! 순간 웅성거리며 일어설 준비를 하던 사람들이 조용해졌고, 일어서려다 멈춰버린 겸이는 엉거주춤 이상한 자세가 되어 공현을 쳐다보았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한 여학생이 공현에게 물었다.

" 여자친구?"

" 응."

채공현...너 미쳤냐. 미치지 않고선 그렇게 해맑은 미소로 대답할리가 없어...

" 뭐해? 간다더니?"
 공현이 겸이 쪽을 바라보며 말을 건네자 일제히 눈빛들이 겸이를 향해 쏟아졌다.

애써 다른쪽을 보며 그 눈빛들을 외면하고 일어서는데, 쐐기를 박는 녀석의 한마디.

" 겸아~ 빨리가자~"

헉! 날 죽여라. 이 개자식!

순간 찢어질듯한 비명소리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소리의 근원은 우리의 개념상실녀 강은정 양이었다.

" 악~ 이럴수는 없어. 네가 어떻게 나한테 한마디 말도 없이 남자친구를 사귈수 있어? 더군다나 채공현이라니. 너무해..내가 너한테 이정도 존재밖에 안된단 말야? 정말 너무해.."

" 아..저..그게..."

" 몰라, 몰라, 몰라, 몰라..정말 믿을친구 하나 없다니까. 남자친구 있는것도 감쪽같이 속이고, 더군다나 상대가 채공현이라니..너무하잖아..."

뭐가 너무하다는 거야..남자친구 있는걸 속여서 그렇다는거야, 아니면 상대가 채공현이라 그렇다는거야...

" 그래, 속인건 너무했다."

" 어머~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이 어쩌고 하더니 저 얼음공주가 무슨 재주로 공현이를 꼬셨데?"

여기저기서 쏟아지기 시작한 믿기힘든 말들...

정말 내가 공현의 여자친구라고 믿는거야? 아니, 그리고 채공현을 내가 꼬셨다고? 녀석이 뭐그리 대단한데?

기가 막혀 말할수도 없는 겸이를 과 친구들은 하나같이 험담하거나 이죽거렸다.

" 야! 우리과에서도 커플이 탄생한 이 순간을 축하해줘야 하는거 아니냐?"

여러 웅성거림을 잠재우는 한마디를 던진 사람은 이름이 뭐랬더라...아! 장준길이라고 했나?

" 멋진 친구 채공현과 얼음인지 아닌지 암튼, 똑똑하고 이쁜 우리 의대 마스코트 황겸 커플을 위하여~건배~"

다들 찝찝해하는 얼굴로 마지못해 건배를 하는 사람들 사이로 씨익 웃으며 잔을 높이 쳐든 공현의 얼굴이 보였다.

" 그래, 암튼 이 언니가 축하해주마."

은정의 울음섞인 목소리도 한데 어울려 사람들과 억지로 건배를 하고나선 공현을 향해 죽일듯한 눈빛을 잊지 않는 겸이었다.

굳이 데려야 줘야 한다는 공현을 친구들이 여자친구 생긴 기념으로 2차 사야 한다고 끌고 가고 겸이는 얼굴 굳히며 집에 가야 한다는 한마디로 그 자리를 벗어날수 있었다.

술에 취해 거의 인사불성인 은정을 택시에 태워 집에 보내고 겸이는 겨우 한숨을 내쉬며 버스에 올라탔다.

이건 꿈이야. 녀석의 장난이라고. 방학식 한번 거하게 치르는구나.

생각할수록 머리만 아파서 잠시 머리를 창에 기대고 있는데 삐릭! 문자가 들어왔다.

[ 잘 가고 있는거지? 이제 공식적인 관계가 된거다. 도착하면 문자날려~]

공현이다. 미친놈...공식적인 관계 좋아하네~

상대하기도 귀찮아 전화기의 전원을 꺼버리고 버스 창밖을 바라보았다.

오늘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이쁜 의대 마스코트라고....쳇!

 

아무리 술을 마셔도 어김없이 두어시간이 전부인 잠에서 깬 겸이는 멍하니 일어나서 거실로 나갔다.

벌써 출근했어야 할 강이오빠가 부엌에 있었다.

" 어? 오늘 안나갔어?"

" 놀토잖아."

" 그렇구나. 밥은 먹었어?"

" 아니, 아직,같이 먹을까?"

참으로 오랜만에 오빠랑 밥을 먹는다. 그것도 아침밥...

오빠와는 특별히 할말도 없고 해서 서로 조용히 밥을 먹는데 갑자기 강이가 물었다.

" 참, 너 김정호라고 알아?"

" 엉? 오빠가 어떻게 그 사람을 알아?"

" 얼마전에 동창모임이 있어 나갔는데 거기서 만났어. 근데, 널 알더라?"

" 나도 얼마전에 만난 사람이야. 왜 며칠전에 은정이가 소개시켜준다던 사람 있잖아."

" 그럼 소개팅으로 만났단 말야?"

" 그렇긴 하지. 근데, 오빠랑 어떤사이야?"

" 뭐 그냥. 학교 다닐때 동아리 친구의 친구정도. 그저 얼굴만 아는정도였어."

" 그렇구나, 근데, 뭐래?"

" 너 이쁘다고, 동생 잘뒀다라든가, 뭐..그정도?"

" 하긴, 내가 좀 잘났어야지."

" 어이쿠~ 내가 말을 말아야지. 암튼,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하더라."

" 뭘 잘지내?"

" 낸들 알아? 자기혼자 떠들고 말더만. 혹시 둘이 무슨 사이는 아니지?"

" 당연한거 아냐? 내가 미쳤어? 오빠또래 노땅하고 놀게?"

먹던 밥이 튀어나올 정도로 강하게 부정하는 겸이를 바라보며 강이는 조금 씁쓸해졌다.

" 노땅이 뭐냐? 뭐 그정도면 옆에 데리고 다니기에 그럭저럭 하더만.."

" 그럼 오빠가 가지시던가. 난 관심없어."

" 그 사람이 관심없는거야, 남자란 동물에 관심없는거야?"

" 둘다, 남자는 해부할때만 관심있어. 여자하고 달라서 볼게 참 많아.히히히"

그렇게 말하는데 왜 공현이 떠올랐는지 겸이는 알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건 겸이의 인생에 남자는, 이성적인 감정으로 바라볼 남자는 없을것이라는 것이다.

" 오늘은 뭐해?"

" 그냥 책이나 보려고."

" 방학했는데, 좀 놀지 그래?"

" 봐서, 좀있다가 스포츠센터도 좀 다녀오고."

" 또 수영강습 받는거야?"

" 응.'

더이상 대화를 거부하는 듯한 태도로 밥을 먹는 겸이를 바라보며 강이는 차마 그만 할때도 되지 않았냐는 말을 건네지 못했다.

겸이가 어떤 마음으로 수영을 배우려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벌써 몇년을 벼르고 별러도 되지 않는 일에 빠져있는 겸이에게 뭐라 할말이 없었다.

겸이는 좀 다른 아이었다.

비가오면 빗물에 미끄러지고, 눈이 오면 눈에 미끄러지고..어렸을적부터 다치고 멍드는일이 예사였다.

그래서인지 그렇게 열심으로 다디던 학교도 비가오면 가지 않고, 눈이 와도 가지않고...

성적이 좋아 졸업했기 망정이지 출석일수 때문에 강이가 학교에 간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저 좋은 나이에 그 흔한 스키장한번 가본적 없으니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맘이 아픈 그런 동생이었다.

그러기에 좀더 웃을 일만 가득한 녀석의 생활이길 바랐는데...

학교다니는 일외에 수영에만 몰입하고 있으니...언제쯤이면 겸이가 그 일에서 자유로울수 있을지 강이도 걱정스러웠다.

밥을 다 먹고 슬그머니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강이는 책상위에 놓여있는 가족사진을 쳐다봤다.

엄마...언제까지 겸이를 벌줄건데...아직 용서가 안돼?

그만할때도 됐잖아. 그냥 잊어주면..잊게라도 해주면 안돼? 제발 그녀석 잠이라도 편히 자게 해주면 안돼?

눈시울이 붉어지며 예전처럼 환하게 웃고있는 부모님의 모습에 강이도 잠시 추억에 젖어들었다.

참..행복했는데...

" 오빠~ 설거지 해!!!"

짐짓 화난 목소리로 강이를 부르는 겸이의 목소리에 강이는 얼른 눈물을 훔치고 사진을 책상위에 바르게 올려놓았다.

엄마...기다릴께...겸이 지치게 하지말고 빨리...용서해요....

그리고는 얼굴에 미소를 만들고 방문을 열었다.

 

 

강이오빠가 볼일이 있다고 외출하고 겸이가 좋아하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을 틀어놓고

여유로움을 즐기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은정이었다. 받을까 말까를 잠시 고민하다가 통화버튼을 누르자마자 쏟아지는 은정의 목소리..

" 야! 너..어쩜 그렇게 감쪽같이 나를 속일수 있어?"

장장 십여분을 어쩌구 저쩌구 속사포처럼 쏟아붓더니 제풀에 지쳤는지 한마디로 끝을 냈다.

" 암튼, 이렇게 된거, 채공현같은 애 드물어..잘 지내봐. 우리 오빠만 불쌍하게 됐잖아..우씨~끊는다. 시간내서 함 보고..공현이랑 같이. 방학 잘보내~"

겸이 얘기는 한마디도 안듣고 자기 할말만 하더니 끊어버렸다.

왜 주변에 다들 이런 사람들 뿐이야? 젠장~ 너무 이기적인거 아냐?

그러고나서 얼마지 않아 일의 화근덩어리가 전화를 했다.

" 그래, 술좀깼냐?"

" 누가 술취했어?"

" 원래 취한 당사자는 모르는거지, 너때문에 어제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알기나해?"

" 무슨일이 생겼는데?"

" 난데없는 커플 양산의 희생양이 되었다. 내가!"

" 훗! 뭘 챙피해하고 그러냐? 네맘 다안다."

" 뭐? 아직 술 안깼냐? 이제 소문나서 개강하면 수습하기 힘들거다."

" 소문났으니 보답하는 의미로 더 열심히 사랑하는 모습 보여줘야지. 안그래?"

" ......"

" 겸아? 여보세요?"

" 네가 정녕 미친게야. 그러지 않고선 이런 장단에 발맞출 위인이 아니잖아?"

" 내가 어떤데?"

" 너 아웃사이더잖아. 고독한..그냥 그 분위기만 유지해도 충분히 관심받고 있거든? 나까지 옵션으로 껴넣지 않아도 너 인기 충분해."

" 넌 내가 관심받으려고 이런단 말야?"

" 그게 아님, 뭐야..정말 나를 좋아하기라도 한다는거야?"

"그렇다면?"

갑자기 말문이 막혀버렸다. 정말 이녀석이 나를 좋아한다는거야?

" 어제도 말했지만 사람사이엔 정의가 필요해. 물론 그렇다고해서 불필요한 관계까지 정의하진 않아. 너한테 장난처럼 들렸다면 미안하지만 그동안 너때문에 머리아팠던건 사실이라고."

" 내가 머릴 아프게 하는 이유였단 말야? 뭣때문에?"

" 그걸 모르니까 알아가자는거지. 사실 너한테 관심이 많기는 한데 좋아하는건지 아님 사랑하는건지 잘 모르니까.."

" 사랑? 웃기지마.네가 날 얼마나 안다고 사랑이야?"

" ..............."

"사양할래. 난 남자란 동물과 어떤식으로든 엮이는거 싫어."

" 그래 네 맘은 충분히 알았고, 이제 내 맘만 확인하면 되는거네. 그치? 그럼 좀 도와주라. 내 맘이 널 이성적으로 좋아하는게 아니란걸 확인하게 되면 그땐 너 귀찮게 안할께."

" 뭘 어쩌자고?"

" 방학동안만...그 동안만 열심히 만나보고 그래서 확인했더니 그런맘이 아니면 그때 친구해도 늦지 않잖아. 안그래?"

" 그렇긴 하지. 근데, 왜 이렇게 기분이 더럽냐?"

" 글쎄, 난 어쨌든 좋은데."

웃음끼 섞인 녀석의 목소리도 온몸에 지렁이가 꿈틀대는거 같은데 이렇게 변죽까지 좋으니 할말이 없다.

아무래도 뭔가 제대로 낚인듯한 기분이야...겸이는 전화를 끊으며 새삼 녀석의 말재주에 놀랄뿐이었다.

방학을 하고 겨우 반나절이 지났을뿐인데...겸이의 인생에서 과연 생기기나 하겠나 싶은 일이 세번이나 일어났다.

학기 쫑파티 참석이 그 첫번째였고, 세상을 차지하고 있는 50%의 여자와는 다른 이성...남자를 방학동안 만나야 한다는 것이 그 두번째이며, 공현같은 인기있는 문제아(?)와 사귄다는게 그 세번째이다.

기대하고 기대했던 여유로울수 있는 마지막 방학이었건만 시작부터 웬지 조짐이 썩 좋지 않은것이...참으로 불안하게 시작된 겸이의 겨울방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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