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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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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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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이의 정의


BY 후시기유기 2007-01-11

" 동전의 앞은 친구, 뒤는 애인. 너는 앞, 나는 뒤. 나 알고보면 더 괜찮은 놈이거든. 잘해보자."

 

                                                                                             - 공현 -

 

 

 

 

"야호~ 드디어 끝났다.우하하하.."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며 미친X 처럼 웃어젖히는 그녀는 바로 겸이의 단짝이라 스스로 일컫는 은정이었다.

" 겸아, 너 오늘 약속 잊지 않았지?"

엥? 뭔 약속?

그간 도서관이며 집이며 맘대로 드나들며 시험공부 한답시고 겸이를 귀찮게 따라다닌 은정을 드디어 떼어놓을수 있다는 안도감에 은근한 쾌재를 부르던 겸이는 깜짝 놀랐다.

" 설마~ 너..잊은거야?"

" 으흠~ 글쎄...잊은것 같기도 하고 그게 기억이 나는것 같기도 하고..."

" 야! 어쩜 나랑 한 약속을 잊냐?"

뭐..너랑 한 약속을 잊으면 이 지구가 망하기라도 한다는것이냐...쩝!

" 나랑 쇼핑.."

" 아! 쇼핑! "

" 기억나지? 그럼 그렇지..네가 아무리 잠을 줄여서 그간 시험에 온몸투자를 했다지만 나랑 한 약속을 잊지 않았으리라 난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음하하.."

뭔소린지...결국, 그 약속인지 뭔지를 내가 했다는건데....

잠이야 원체 없는 겸이이니 비몽사몽은 아니었을테고 분명 저 은정의 쉬지 않는 수다에 지쳐 한귀로 흘려 들으며 대충 대답한 내용중에 그 약속이란게 있었으리라.

해서, 남들은 시험 끝났다고 다들 늘어지게 한잠 자거나 밀린 데이트에 들떠있을 이시간에 은정에게 이끌려 백화점을 떠도는 신세가 된것이다.

" 근데, 너 뭘 사긴 할꺼냐."

" 음..맘에 드는걸 찾으면..."

" 맘에 드는게 있긴 하겠냐."

" 글쎄, 오늘 물건들이 다 왜 이래?"

" 그게 다 그거고만, 뭘 그렇게 골라?"

" 이러저리 둘러봐야 맘에 드는걸 찾을거 아냐. 이러고 저녁에 어떻게 나가?"

" 저녁에 어디가?"

".............."

"..............??"

" 너...잊었지?"

" 뭘..??"

" 오늘 학기쫑파티 있잖아! 그래서 나랑 거기 같이 가기로 했잖아!"

" 누가? 내가? 너랑? 어딜간다고?"

겸이가 묻는 말에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던 은정은 슬그머니 어깨에 손을 올리며 조용히 말했다.

" 그렇게 슬퍼하지마. 가면 분명 재미있을거야. 히히"

미쳤어. 분명 미친거야.

 

사실, 겸이는 은정이 외에 어울리는 학교 친구가 없었다.

그 흔한 동아리도 하나 들지 않고 과 친구 몇몇하고만 눈인사정도 나눌뿐, 대학이란곳이 맘에 들었던 것도 딱히 자신이 즐기는 외로움을 터치하는 사람이 없다는데 있었다.

그렇게 일년을 보내서인지 누구하나 모임을 권하는 사람도 없었고, 그렇다고 그런 자리에 참여할 뜻도 없었던지라 아직까지 술자리 한번 가져본적 없던 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 들러붙어 호호 거리며 자신과의 약속이 어쩌고 하며 나불대는 저 기집애를 따라 호프집의 구석진 자리에 앉아있는것은 은정에게 시달릴날도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인내의 이갈림..약속의 결과였다.

" 여어~ 우리 얼음공주님도 오셨네?"

" 역시 시험은 누구에게나 부담인 모양이야~"

" 웬일이래~ 쟤가 다 이런곳엘 오고 말이야. 암튼, 건배하자 건배!"

눈앞에 놓인 골뱅이 안주를 뚫어지게 주시하며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던 겸이는 옆구리를 찔러대는 은정이를 바라보았다.

" 왜?"

" 너랑 건배하고 싶어하잖아. 모두.."

그러고 보니 그 많은 눈들이 하나같이 겸이를 향해 있었다.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왜들 날보고 있는건데?

" 나 술 안마셔"

" 뭐야~ 그러러면 여긴 왜 왔어?"

" 아유~ 재수없어. 그 재수없음이 어디 가니~야! 우리끼리 마시자. 마셔마셔"

젠장, 더이상 여기 앉아 있을 이유가 없다. 겸이는 더 이상 은정이 잡든 말든 일어서서 나가려 했다.  간드러지는 한 여학생의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 공현아~ 우리 같이 한잔 하자. 그 동안 너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친구들 굉장히 많았다? 호호호"

오호~채공현도 와 있었다 이거지.. 싸가지 없는놈.. 새벽이면 커피배달 한다고 실실 거릴땐 언제고..갑자기 안면을 바꿔 아는체도 안하더니.

옆에서 애교를 부리는 여자애들 사이로 녀석이 웃음을 흘리고 있다.

겸이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녀석의 웃음... 수영장 수강생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던 아줌마들을 홀리던 웃음, 절대 부정하지 않던 수많은 여자들을 울렸다던 그 웃음,  새벽에 커피와 함께 배달되던 그 웃음...

겸이는 알수없는 화가 치밀어 다시 주저 않았고, 은정에게 술잔을 내밀었다.

" 엉? 너도 마시겡?"

벌써 혀가 제 기능을 담당하지 못하는 은정은 웅얼거리더니 술을 따라주었다.

" 자자..우리의 얼음공주님도 우리의 술세계에 동참하신다니 얼마나 감격스런일이야. 다들 그런 의미로다가 건배~"

별 쓰잘데기 없는데다 건배를 주창한다. 널 어쩌니..은정아...

아무튼, 그 뒤로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자기들끼리 잘난체를 하며 오가던 술잔들 속에 취기가 심하게 올라 추태로까지 발전한 한두명이 보였고 겸이도 공현을 안주삼아 마시기 시작한 술이 슬슬 올라오기 시작했다.

" 어디가?"

혀가 꼬일데로 꼬인 은정은 그래도 자리만은 잘 보존하고 있었다.

" 바람쏘이러..같이갈래?"

" 아닝~ 난 2차 갈 준비 할거야..하하하"

후~ 고개를 저으며 바깥으로 나온 겸이는 차가운 바람에 달아오른 얼굴을 식혔다.

모임이란것도 술자리란 것도 처음겪는 경험이었지만 나중을 기약할만큼 그다지 생산적이지는 못한것 같았다.

" 뭐하냐?"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벽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는 공현이 보였다.

" 뭐하는 걸로 보이냐?"

" 훗! 여전하네. 말투."

" 뭐 우리가 10년만에 만났냐? 말투 운운하게?"

" 이런자리 올것 같지 않았는데. 웬일이야?"

" 약속이란걸 잘못해서 말야. 내가 원래 약속은 칼처럼 지키는 성격이시거든."

" 많이 마시는 것 같던데 멀쩡해보여 다행이다."

" 걱정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잘 챙기거든?"

공현은 천천히 담배를 비벼끄고 옆으로 다가오더니 바로 겸이의 귀옆에다 대고 말했다.

" 그러게. 천하의 황겸인데 말야. 그럼 먼저 들어간다."

가까이서 느껴지는 녀석의 숨결에 겸이는 순간 아찔했다.

" 하나만 물어보자?"

술냄새와 담배냄새가 섞인, 하지만 절대로 나쁘지않은 녀석의 숨결에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공현이 물었다.

" 뭐?"

" 그 의사선생하고 사귀냐?"

" 뭐? 누구?"

웃으며 서있는 공현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던 겸이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 누구? 김정호씨?"

" 누군지는 나도 모르고, 너랑 소개팅하고 학교까지 찾아온 그 의사선생."

" 왜?"

" 뭐?"

" 그게 왜 궁금한데?"

" 내가 좀 정리할게 있어서."

무슨 말인지 좀 알아듣게 할수 없냐.

" 그럼 나도 하나 물어보자?"

"..?"

" 새벽마다 커피배달한 이유, 그리고 갑자기 그만둔 이유."

" 글쎄, 나도 요즘 그게 궁금해 미치겠거든."

" 아냐."

" 뭐가?"

" 사귀냐며? 그 사람이랑. 아니라고"

" 훗, 너 그거 아냐? 필요한 말만, 그것도 앞뒤 다 잘라먹고 얘기하는 네 버릇."

" 그래서?"

" 맘에 든다고. 아주."

" 네 맘에 들어서 나한테 득될게 있냐?"

" 너한테 득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네 그 말한마디가 모든걸 정리해줬다."

"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너야말로 술 많이 마신 모양이다?"

알수없는 말만 늘어놓더니 갑자기 손을 들어 겸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공현.

" 헉! 무슨 짓이야?"

씨익 웃더니 주머니를 뒤적여 무언가를 꺼내 내밀었다.

" 앞, 뒤"

" 뭐?"

" 앞, 뒤"

자세히 보니 공현의 손바닥에 500원짜리 동전이 놓여져 있었다.

" 앞"

공현은 동전을 하늘높이 던졌다가 다시 받아들더니 주먹안에 가두고 무언가 비밀을 얘기하는듯한 눈빛으로 겸이를 바라보았다.

" 좋아. 동전은 이미 던져졌어. 후회는 안돼."

무슨 개소리야.

하지만 너무나도 진지한 눈빛으로 겸이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공현 앞에서 겸이는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꽉 쥐어진 주먹을 살며시 펴보이던 공현은 동전을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 뒤. 이겼다."

도대체 알수 없는 공현의 행동에 겸이는 녀석도 술에 취한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 난 말야. 사람사이의 관계는 모두 정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게 선배건 후배건 친구건 애인이건 남자건 여자건"

술에 취하니까 녀석도 주정이라는걸 하는구나.쯧..불쌍한놈...

" 너랑 나 사이도 정의를 내려야 할듯 싶어서 그간 머리가 좀 아팠는데..."

" 너랑 나? 학교 친구도 무슨 정의가 필요해?"

물끄러미 겸이를 바라보는 공현은 절래절래 고개를 저었다.

" 그럼 나한테 깍듯하게 수영선생님 대접이라도 받고 싶다~ 이거야?"

또 한번 고개를 젓는 공현.

" 아씨~ 그럼 뭐야?"

" 사귀는 사이."

뭐? 지금 얘가 뭐라는거야?

" 넌 약속은 칼같이 지킨다며. 그러니 지켜."

" 뭘? 무슨 약속을 했는데?"

" 동전의 앞은 친구, 뒤는 애인. 너는 앞, 나는 뒤. 나 알고보면 더 괜찮은 놈이거든. 잘해보자."

말도 안되는 말을 툭! 던져놓고 공현은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아씨! 내가 취했나?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뭐? 사귀는 사이? 누가? 내가? 누구랑.. 채공현하고?

오늘따라 왜들 말도 안되는 약속타령이냔 말야.

미친거야, 아니..술! 술에 취한거야!!!!!!!!

바람쏘이러 나왔다가 된통 더한 열기에 휩싸인 겸이는 공현이 술에 취해 주정하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 하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미친놈..새벽에 미친짓 할때부터 알아봤어. 그런데, 왜 이렇게 두근거리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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