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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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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현


BY 후시기유기 2006-11-03

이 산을 넘을수만 있다면 난 두렵지 않아

                                            - 황겸-

 

 

" 자~ 팔을 쭉 뻗고, 다시 숨내쉬기를 반복하세요.."

" 후훅~ 푸~, 후훅~ 푸~"

" 아주 잘하고 계십니다..다시.?"

" 선생님~ 여기 사람 죽겠어요.."

다급한 한 아줌마의 목소리에  공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 그녀석인 모양이다.

같은 학교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에게 배울수 있게 해달라며 오전반 아줌마들 사이에서 꿋꿋이 버티고 있는 저 녀석....

노력하면 다 될수 있다는 자신의 좌우명을 한번에 뒤엎어버린...것도 모자라 이젠 포기하라는 공현의 말에 ' 노력하면 다 된다며~' 하며 이죽거리는 면상을 늘 들이대는 녀석...

공현은 세상에 태어나서 저 녀석만큼 몸치인 사람을 본적이 없었다.

" 푸하! 푸풋..사,.,람...살.......팟!"

" 괜찮습니다. 저래야 수영을 배우는거죠.."

" 그래도...저.."

" 어차피 시간도 다 되었고..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죠. 내일 다시 하도록 하겠습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 어휴~ 매일 저러면서도 배우겠다고 나오는거 보면 학생이 대단해.."

" 글쎄, 수영강사하고 같은 학교라든데..혹, 그렇고 그런 사이 아냐?"

" 암튼, 같이 수강하던 사람들은 다들 고급반으로 갔는데..벌써 석달 넘게 저러고 있다네.."

" 아이구,,나 같으면 관두겠고만..쯧쯧.."

 

" 그만 나오지 그러냐.."

" 푸웃! 나...좀....푸하푸하~"

" 여기 초보반이라 다리 땅에 닿거덩?"

" 나...나....ㄴ...푸하.."

몸이나 가벼워야 말이지.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정말 죽을듯이 숨차올라 하는 녀석을 보니 내심 맘이 약해지는 공현이다.

" 학! 학!. 야!!!!!!!!!!!!! "

" 아직 죽지는 않은 모양이다."

" 무슨 선생이 그래? 엉? 죽게 생긴 수강생 빨랑 꺼내줘야지?"

얼굴까지 벌개지는 걸 보니 오늘은 좀 심했던 모양이다.

" 그러게..그만 나오라잖아..너 때문에 무능력한 강사되고 있단 말야.."

" 헉헉..정말 너 무능력해서 내가 이렇게 고생만 하고 있는건 아냐?"

얼씨구..이걸 정말...

" 암튼, 넌 안되는것 같으니 낼부턴 나오지 마라.."

" 안돼! 나 꼭 수영배워야 한단 말야"

" 그럼, 다른 사람한테 배우든가, 왜 하필 나한테 들러붙어서 그러는거야?"

" 그거야..."

" 말이 나왔으니 나도 좀 묻자. 도대체 되지도 않는 수영은 왜 꼭 해야 하는건데? 그렇게 목숨 걸일이 없어? 너 의대생 맞냐?"

 

녀석을 만난건 석달 전이다.

어렵게 공부해서 들어간 의대는 생각보다 재미없었다. 굳이 의대를 고집하신 부모님의 영향으로 내심 체육쪽에 관심있던 내 의견과는 상관없이 택한 길이라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학교도 거의 나가지 않고, 이러다가 그렇잖아도 다니기 싫은 학교 몇년을 더 다녀야 할지도 모를정도의 성적을 받았을때에야 학교란 곳에 나가기 시작했는데...녀석을 거기서 만났다.

" 저...너 수영잘한다며? 강의도 하고...그럼 나좀 배울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쳐박고 수십권의 책에 목숨걸고 있는 이 강의실에서...수영이라니..

신기한 녀석이다 싶어 흔쾌히 수락했던 내 입을...이제는 저주하고 싶다.

 

" 여기서 의대생 얘기가 왜 나와?"

" 하나뿐인 목숨,책에 파묻혀 살아도 안되는게 의사라는데. 황금같은 방학을 이런일로 시간 죽이는 네가 이해불가라서 그런다."

" 그러는 넌?"

" 나야..뭐..하고 싶은..가만, 너 혹시 나한테 관심있어서 그러는거 아냐?"

" 뭐래니...죽고 싶으면 뭔 짓을 못하겠어.. 안그래?"

" 내말이~ 그러게 죽을 짓을 왜 그렇게 미련하게 하고 있냐고...나한테 관심있는것도 아니면"

갑자기 시무룩해 지는 녀석을 보니 뭔가가 있는듯 싶다.

" 그냥...꼭 해내야 하는 일이라서 그래.."

" 네 인생에서 의사되는거 말고 넘어야 할 산이라도 되는거냐?"

" 그래..꼭 해야 하는 일..."

" 매번 죽을 듯 하면서도 오기는.."

" 이 산을 넘을수만 있다면 난 두렵지 않아.."

갑자기 심각해진 녀석의 얼굴이 붉어진다. 뭐라는건지는 잘 모르지만 암튼, 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한 모양이다. 쳇!

" 그나저나 어쩌냐..방학은 이번주로 끝나는데.아직 초보 코스도 못떼고.."

" 다음 방학이 있잖아.헤헤~~"

뭐야..저 웃음은...속도 좋은 녀석이다.

" 다음에도 부탁할께.히히.."

" 뭐? 아니..이게..뭐..이런게.."

" 나 같은 몸치도 물개로 만들수 있다..뭐..이런..도전의식이 막 샘솟지 않냐? 너로인해 거듭난 나, 황겸을 생각해봐...난 오늘이 요번 방학 마지막 수업이었다. 수업준비도 좀 하고 다시 의대생으로 돌아갈 준비도 해야지. 학교에서 보자..채공현!"

뭐? 날더러 도전의식에 맞서보라고? 너..인간 몸치의 극을 달리는 황겸..너를 위해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녀석은 벌써 사라지고 없었다. 미쳤냐~ 내가 널 또 수영장에서 만나게...

대충 정리를 끝내고 시계를 보니 1시를 훌쩍 넘어섰다. 아차, 민선이가 기다리겠다...

소개팅으로 만난 민선이는 공현과 한달째 만나고 있는 사이였다.

부랴부랴 민선이와 만날 장소를 통화하면서 자전거를 올라타려다가 저 멀리 걸어가고 있는 겸이의 뒷모습을 보았다.

음악을 듣는지 건들거리는 모습이 꽤 우습다.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던 공현은 정신을 차리고 자전거를 힘차게 밟았다.

스포츠센터 앞 신호등에서 얼굴을 알아본 겸이가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한다.

젠장, 골칫거리 하나 맡게 된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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