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선 라이즈...
참 예쁜이름이다.
이름과는 다르게 굉장히 허름하고 더러운.. 작은 카페.. 해돋이.
이 곳의 짜이는 양도 많지만 특별한 맛이 난다.
좀 더 달게 먹고 싶어 설탕을 좀 섞을까 싶어 손가락이 6개씩 달린 주인아저씨에게 숟가락을 달라고하면,
구정물 속에 쳐 박힌 숟가락 하나를 집어들어 걸레라고해도 믿어 의심치 않을 물건에 쓱쓱 닦아서 내어준다.
처음엔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why not!?
그래서 인지 특별한 맛이 난다, 이집 짜이는.
평소와 다르지 않게 짜이 한잔을 후후 불어 식혀가며 음미하고있을 때,
한 서양인 아저씨가 3살남짓된 딸아이와 허름한 카페에 들어섰다.
나와 마주하고 반대쪽 의자에 가서 앉았다.
이 작고 허름한 카페에는 1m정도 길이에 60cm정도 넓이의 테이블 하나만 놓여있고,
그 주위로 나무의자가 ㄷ자를 그리며 놓여있다.
작고 앙증맞은 귀여운 소녀였다.
'아빠 이 신의 이름 뭐예요?'
'쉬바란다'
'이 신은요?'
'하누만이란다'
'이 신은요?'
'가네쉬이지'
'가네쉬요? 가네쉬에 관해 이야기해주세요'
'가네쉬는 코끼리 머리를 얹은 신이고, 보통 쥐를 타고다니지. 원래는 사람형상이였는데 하루는 가네쉬의 어머니께서 목욕을 한다고 문앞을 지켜달라고했어. 아버지인 쉬바신도 들어가지 못하게 거부를 하니 쉬바는 화가나서 가네쉬의 목을 잘라버렸단다. 그후 쉬바의 아내가 하도 엉엉 울며 아들을 살려내라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문 밖에 제일먼저 지나가는 코끼리의 머리를 잘라서 아들을 살렸다는 신화란다'
이 산골마을 다람살라에 어둠이 다가오고,
작고 허름한 카페에서는 두런두런 아버지와 딸의 목소리가 세어나온다.
11월을 산 공기는 제법 춥다.
오슬 오슬 한기가 돌기에 짜이값 5루피를 계산하고 돌아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다.
내가 묶고있는 층은 공동화장실/욕실이다.
따뜻한 샤워를 할수있는 시간이 지나버렸다.
찬물로 샤워를 할까 망설이다가 복도끝으로 나있는 발코니에 들어서서 낮게 뜬 보름달을 보면 담배 한대에 불을 붙였다.
'헬로우~ 토모'
토모는 일본인 친구이름이다.
마날리에 간 그녀의 이름을 듣게 되다니.
놀랍고 반가워서 반사적으로 뒤를 바라보니 독일에서 여행왔다는 차갑게 생긴 싸이먼이 이쪽을 보며 웃고있었다.
'하이..'
그는 내 이름이 토모인 줄 아나보다.
사실 그가 더 동양적으로 생겼다.
아니 첫 인상은 동양의 모델 뺨치는 얼짱, 몸짱인데,
사실 자세히 보면 서양인표가 온 몸에서 팍팍 풍긴다.
그 첫인상으로 그 역시 일본인으로 오해를 많이 받았다고한다.
'여기서 뭐하니?'
'담배펴'
'너 담배피우는 줄 몰랐어'
'응..'
당연히 몰랐을 테지..
남들앞에서 많이 피워 본 적이 없으니..
'같이 한대 피워도 괜찮을까?'
'그래..'
보름달이 되어가고 있다.
다람살라에 낮게 뜬 저 달이 점점 동그랗게 되어가고 있다.
후다닥 떠나올 때의 한국이 생각난다, 저 둥근 달 때문에.
도망치듯 떠나올 때 버려둔 그 상황이.. 언제든 돌아가면 그대로 날 맞이하겠지.
도망치는게 아니라고 자위하며 도망쳐온 그 상황이 말이다.
더 악화되면 악화됐지 나아질 수 없는 그 상황이.
'토모꼬, 무슨 생각을 그렇게하니?'
'잡 생각'
'하하하 정말 헛생각이였다면 넌 지금 그런 떨떪음한 표정 짓지 않을걸'
'............'
'말하기 싫다면 관둬라'
'너, 왜 여행하는 거야?'
'좋으니까'
'왜 여기있는데?'
'있고싶어서'
'너 친구들은 벌써 다들 떠났잖어'
'그들은 그들이고 나는 나니까'
'외롭지 않어?'
'넌?'
'................하긴, 여행자가 무슨 외로움이람.. 하하하 이런 대화를 하다니 여기가 이제 심심해 졌나봐. 곧 떠날 때가 되었나?'
'너 떠날거야? 어디로?'
'글쎄, 발길 닿는 곳으로'
'...................'
침묵이 계속되었지만,
짙은 어둠만큼 무겁지는 않았다.
언제나 싸이먼과의대화는 바람이 불지 않는다고 이상해 하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게 맺고 끈었다.
'여기 자주 나오니?'
'발코니? 응.. 담배 태우고 싶을 때 가끔'
'방에서 피우면 되잖어'
'하하하 주인이 체크아웃 안 시켜줄까봐, 냄새 베었다고'
왜 그런지 몰라도 난 이상한 습관이 있었다.
혼자쓰는 방인데도 담배를 피우고 나면 항상 '향'을 피웠다.
그리고, 경치 좋은 곳이 아니면 담배는 단지 담배일 뿐.
자연속에서 날리는 담배 연기는 몽롱한 취기를 가져다 준다.
여행중에,
편하게 대화하고, 농담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난다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 녀석을 만났다.
나보다 어린 녀석이 가끔은 더 어른스럽고, 가끔은 차가운 구석이 있는 녀석이다.
처음 이녀석을 친구방에서 만났을 때는 피하고 싶었다.
되도록이면 말을 섞고 싶지 않았고, 되도록이면 아는 척 하고 싶지 않았다.
알아온지 1달이나 되었지만, 아직 서로에 관해 아는 건 없다.
녀석이 내 이름을 잘못 알고 있어도 바로 잡아주지 않아도 된다.
녀석이 나에 관해 오해를 해도 상관이 없다.
그저 가끔 만나 입안에 뱅뱅도는 말을 툭 던져도 이유같은 걸 물어보지 않는다.
벽에 대고 이야기하기는 신세가 처량하고, 그렇다고 누군가 붙잡고 이야기 하기는 싱겁다는 소릴 들을 그런 이야기들.
그래서 아직까지 이 녀석과 싱거운 대화를 주고 받는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