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알고 싶은거니?"
"아니, 밤새 놀았는데 별일은 없었냐구?"
"당연히 있었지?"
나는 설마 하면서도 어쩌면 이 대답을 기대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다음 말을 기다리는 내게 윤희는 한층 대담하게 나온다.
"아주 자세히 설명 해줄까?"
"응, 뭐 친구 사이에......"
"그런데, 너 이 이야기 신랑한테는 절대 말해선 안돼"
"그럼. 물론. 걱정마."
나는 몇번이고 다짐을 두었다.
"우리 호텔에 갔었어."
"주영이는. 주영이는 어쩌구?"
"주영이는 집에 돌려 보냈어."
나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윤희라는 아이, 나의 가장 절친한 친구, 그아이의 복잡한 삶,
절대로 절대로 뒤돌아보지 않는 아이, 후회하지 않는 아이,
윤희......
사실 나는 윤희에 관한한 모르는 것이 거의 없다.
우리 둘만의 비밀이란 우리에게는 이미 비밀이 아닌것이다.
그것은 서로가 믿기 때문이다.
윤희와는 중학교때부터 아는 사이였다.
나는 조용하고 수줍음이 많은 반면 윤희는 늘 화통하고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나는 그런 윤희를 늘 좋아는 했지만 중학교 시절 윤희와는 그리 친하지 못했다.
우리가 결정적으로 친해진 계기는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게 되면서다.
우리는 학교를 1시간가량 버스를 타고 다녀야 했다.
그 긴 시간을 함께 하면서 우리는 점점 많은 비밀을 나누어 갖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학교에 7시 30분까지 도착해서 수다를 떨어야할만큼 우리 사이는 점점 각별해졌다.
나는 집에서 6시 30분차를 타야 했고 윤희는 6시 35분차를 타야 했다.
우리가 이렇게 빨리 학교를 가는건 7시 이후 차를 탔을때 학교 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2시간이 걸린적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 가는길 중간 지점에 터널이 하나 있었는데 그 터널앞에서 차가 밀릴 경우 차라리 걷는 것이 빨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하철공사까지 겹쳐져서 출퇴근시간 도로란 그야말로 주차장이 따로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시간을 택했고 당연히 학교에는 가장 빨리 등교하는 모범학생이 되었던 것이다.
선생님께서도 늘 지각하는 학생에게 제발 윤희와 은하좀 본받아라고 했을 정도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두명의 각별한 친구가 더 생겼다.
우리는 우리 친구들의 모임을 '직녀성'이라고 이름 붙였다.
나와 윤희 그리고 주영과 은미이다.
우리는 늘 미팅도 같이 했고 같이 몰려 다녔다.
그중 은미와는 지금 연락이 잘 닿지 않지만 나와 윤희 주영은 여전한 친구다.
그런데 그때 주영과 윤희가 함께 있었던 것이다.
"사실 주영이는 내가 좀 바람을 넣었거든"
"주영이가 요즘 남편이랑 사이가 좀 안좋아."
주영이 남편이 요즘 바람을 피운다는 이야기는 나도 들었었다.
주영이 남편은 가전제품 대리점을 한다.
결혼 당시만 해도 꽤 장사가 잘되더니 지금은 많이 힘든것 같았다.
주영이는 너무 빨리 남자를 알았었다.
그리고 너무 빨리 이별을 했고 너무 빨리 포기했었고 너무 빨리 결혼을 했다.
그때 그 누구보다도 주영을 잘 이해해주고 사랑해주던 남편 용재가 바람을 피우는 것이다.
주영을 생각하면 언제나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네가 맞바람이라도 피우라고 시켰니?"
"아니, 사실은 주영이가 그러고 싶어해."
"그애도 힘들겠지."
"여태 아이도 없고, 벌써 결혼한지 8년이나 됬잖아."
윤희는 컵에 있는 주스를 들더니 마지지 않고 손목으로 빙빙 돌렸다.
"주영이가 그러더라. 저도 나처럼 이혼하고 싶다구."
"그래서?"
"은하야. 이혼한 사람은 나 한 사람이면 돼. 나는 너희들이 잘 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너는 후회하니?"
"아니, 난 후회하지 않아. 나는 지금이 너무 좋아. 하지만 너희들은 조용히 살았으면 좋겠어. 특히 은하 넌."
"그날 그 남자와 만나서 집에 가기 싫다는 주영이를 억지로 집앞까지 바래다 주었어. 집에 불이 꺼져 있더구나. 물론 그 시간까지 남편 전화도 없었구. 참 안됬어."
" 주영이 그애 너무 성급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