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은 민혁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가 달라 졌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시선속에 항상 그가 있었다. 그녀 또한 항상 그의 시선 속에 있었다.
병원에서도 분위기가 달라진 그녀를 보고 동료들이 부드러워진 그녀를 좋아 했다. 특히 까불이 김선생이 좋아서 달라붙어며 놀려먹는 통에 비현은 자신이 한번도 가지지 못한 따스함을 그에게서 느끼고 있었다. 직원들이 장난 하는 두 사람을 보며 남매 같다는 말을 하자 김선생은 더욱 달라 붙었다. 자신이 나이가 많으니 오빠라 한다. 기가 차서, 동생밑에 뛰고 있는 오빠도 있냐고 놀리면 김성주선생의 빨게 지면서 그래도 오빠라 우긴다.
자신이 어제 부터 인지 남자들과 편하게 지낸적이 있었는가. 민혁을 알기 전에는 다른 사람들은 너무 힘들었다. 배신을 당한 사람은 한 번의 신뢰를 회복 하는 것이 너무 힘든 법이다. 하지만 아낌없이 자신을 향해 배푸는 사랑을 민혁에게 받고 스스로도 모르게 치료가 된 것이 아닐까...할아버지도 오랫만에 느끼는 손녀의 밝은 목소리에 짐작은 하고 계시리라. 그녀가 이겨냈다는 것을 한사람으로 인해 받은 상처를 다른 사람의 지극 정성으로 고쳤다는 것을 . 비현과 할아버지는 묘한 끈이 닿아 있는 사람처럼 서로를 알 수 있었다. 그런 끈이 이제 민혁을 향하고 있었다.
오후에 민혁이 클럽에서 만나자는 전언을 받고 비현은 클럽으로 향했다. 입구에서 신유가 비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나 변함이 없는 신유의 검정색 양복 차림이 아무리 봐도 신유라는 남자와는 너무나 잘 어울리는 것이 아닌가.
" 현영이 요즘 어때요? "
" 어째 친구라고 그리 닮았는지 자신일이라면 조개 처럼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 신유의 말에 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 신유씨가 힘이 되어주세요, 그애 오빠 잃고 너무 힘들었어요. 앤인과 혈육은 또 틀린 법이잖아요. 그아이 친구지만 나에게는 언니이자 엄마이자 동생이자. 그런 존재이니까 신유씨가 보살펴줘요. " 비현은 민혁이 자신을 마중나와 이층계단에서 기다리고 이는 모습을 보자 몇칠전 자신이 사랑을 나눈 남자와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왠 일인지 옷에 유난히 신경을 쓴 모습이 어디 선이라도 보러 나가는 차림이였다.
" 당신 어디가? "
비현의 물음에 민혁의 얼굴이 붉어졌다.
" 비현아 화내지 마라. 사실은 오늘 맞선을 봤다. " 죄지은 듯한 민혁의 말에 비현은 그가 맞선을 본 사실 화가 나야 하지만 자신의 얼굴을 바로 보지도 못하는 민혁을 보자 웃음이 나왔다.
" 괜찮아. 하지만 민혁씨가 나를 단순히 애인이 아니라고 생각 한다면 이제부터는 그런 자리는 나가지마라. 당신 나하고 결혼할 생각 있어? "
" 비현아 미안해. 당연히 너하고 결혼 하고 싶어. 안그래도 할아버지를 뵙고 인사 드리고 싶은데 비현이 네가 쉬는 날에 일본가자. "
" 응"
" 그리고, 제발 오피스텔에서 나와라. 난 비현이 너하고 떨어져 이는 것 이제 정말 싫다. 아침에 일어나서 침대에 혼자 눈떠는 것 정말 이제 그만 하고 싶다. "
" 아기도 아니면서 보채기는, 알아요? 민혁씨 당신 이렇게 보채는것 생각 보다 많아. 시간을 좀 줘 한번에 결정하기에는 그래. 그리고 의사라는 직업상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직은 한국인들의 모습인것 같아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 나 많이 기다리게 하지마라. " 민혁의 말에 비현은 얼굴이 붏어졌다. 민혁이 의미 심장한 투로 내뱉은 말때문에..
자신의 무릎을 배고 누운 비현을 보면서 민혁은 문득 이 작은 공간에서 지금 자신이 느끼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 했다. 한차례 사랑을 나누고 민혁은 자신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자신이 먹여 주는 과일을 받아 먹는 비현이 좋았다. 무방비 상태의 그녀는 아무도 다가가지 못하고 자신만이 그녀의 이런 모습을 가질 수 있다는 그 작은 사실만으로도 민혁을 기쁘게 하는 것이였다.
" 민혁씨, 들어 오면 나 방따로 주라. " 느닷없는 비현의 말
" 왜, 싫어 당신하고 같이 있고 싶어 오라고 하는 건데, 비현이 네가 다른 곳에 잔다면 내가 견디지 못해. 네 자리는 내 옆이야." 민혁이 투덜거렸다.
" 한번 해본 말에 민혁씨 정색을 하고 말하네. 아저씨 내가 없었을땐 어떻게 지냈어. " 비현의 놀리는 말에 민혁이 풋하고 웃었다.
" 당신이 내것이 아닌적이 있었나? 태어 나면서 부터 내것인데..." 능청을 떨면서 말하는 민혁이 비현은 밉지 않았다.
" 당신 너무좋다.....내곁에 당신이 있어 너무좋아... " 비현은 민혁의 배쪽으로 얼굴을 묻고 그의 냄새를 가슴깊이 새기듯이 맡았다.
" 아가씨 오늘 편하게 자고 싶으면 늑대를 유혹하지마. 큭큭큭...."
" 난 편하게 자고 싶은 마음 없어. 당신 능력을 보여줘....능력이 될려나? " 비현은 짖궂게 웃으며 민혁의 가슴으로 손을 뻗었다.
민혁은 아침에 잠이 들깬 비현을 보면서 고양이 같다고 생각했다.
" 어서 눈떠, 출근 해야지. " 어째 자신의 모습이 일하러 나가는 남편을 깨우는 모습같은 지라 민혁은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에 미소를 물었다.
" 잔소리는 커피나 내려주라. 난 아침형 인간이 아니야. 커피가 필요해. " 자신의 와이셔츠를 입은 비현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민혁은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
" 공주 어서 나오시오. 아줌마 기다린다. " 민혁의 말에 비현은 그제서야 오늘은 아줌마가 오는 날이라는 것을 알았다.
" 젠장, 좀 일찍 일어날걸." 투덜거리면서 욕실로 향했다.
두사람이 같이 지낸것을 알텐데도 아줌마는 아무런 동요도 나타내지 않고 자신들의 식사를 챙기고 두사람의 출근 을 도왔다.
" 비현아 다음주 토요일날 창립파티 같이 가자. 당신 소개 하고 싶어." 병원에 도착해 내리려는 비현에게 민혁이 말했다.
" 알았어요. 그런데 나 옷없어. "
" 내가 알아서 준비할테니 걱정하지마. 어서 들어가." 비현은 민혁이 차를 타고 사라진 뒤에야 진료실로 향했다.
" 헤이. 선생님 애인이야? " 김성주 선생이 헤어지는 두사람을 본 듯이 그녀 에게 물었다.
" 응, 그런데 어째 인턴이 이리 한가하지? 오늘 외과가 그렇게 한가한 날이 아닌데. "
" 새벽까지 수술했어요, 제발 나좀 살려줘요, 몸이 열개라도 모자라. 정말이지 인턴이 사람이냐? " 김성주의 투덜거림을 들어며 비현은 피식웃었다.
" 잘해. 참 그리고 오늘 김선새 나랑 같이 응급실좀 맡자, 응급실 칲 선생이 출산이란다. "
비현의 말에 김선생의 얼굴이 인생을 포기 한듯이 한숨을 쉬었다.
" 젠장...일복 많은 놈은 하는 수 없다니까. "
" 대신 내가 저녘에 술 근사한데서 쏜다. " 비현의 말에 그제서야 김선생이 활짝 웃었다.
현영은 신유의 안내로 들어서는 비현과 모르는 사내를 보고 친구가 클럽에 데리고 나타난 남자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이런 곳에 친구가 남자를 데리고 오는 것은 정말 놀랄 일이였다.
비현이 다가오자 현영은 사나이의 얼굴이 차츰 누군가 닮았는지 알았다. 미수....그리고 자신의 조카와 너무나 닮은 사내의 모습을 보고 현영은 비현이 과연 그가 누군지 알고 저렇듯 허물없이 대하는지 궁금했다.
" 안녕하세요, 김. 성. 주 씨 " 얼음이 얼것같은 현여의 말에 비현이 이상하다는 듯이 두사람을 쳐다보았다.
" 현영아 너 김선생 아는 사람이야? "
" 그 대단한 김 미수 오빠다. 젠장 이런데서 만나다니. 그리고 김성주씨 당신 옆에 있는 비현이 우리 오빠의 약혼녀였어. 당신 동생이 위대하게 파토내고 힘들게 만든 장본인이 비현이야. 당신 무슨 염치로 비현이 옆에 있어. 대단한 남매야 당신들. " 현영의 말에 김성주의 얼굴이 차츰 굳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