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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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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BY 마야 2004-02-21

현재.1989년.겨울.오후8시.처량리역 대합실.

 

평상시 입던대로.

건이는 오리털파커.

혁은 누런 소잠바.

제각기 나름대로 옷을 겹겹이 입고 모였다.

봉숙은 두꺼운 천으로 된 긴 치마를 입고 쇄타를 입었다.

 

봉숙:  킥킥킥!....

  진:  왜요? (두리번) 왜?...아아~하하하.

  혁:  뭐 묻었냐?

  섭:  저놈 머리때문인가부지 뭐. 같이 뛰는구나 같이 뛰셔.

  진:  저거요?

봉숙: 녜. 호호호 킥킥킥!

  혁:  추울땐...이게 최고야 그렇지? 일명 저래뵈도....포비머리라고..

 섭:   봉숙씨! 만화영화 달려라 코난 알아요?

봉숙: 킥킥킥!...(고개를 가로젖는다)

 섭:   거기에 나오는 개구리 먹고 사는 애가 있거든요? 그 포비가 저런 머리를

       하고 다니거든요.

원: 어??? 지금 내 머리 얘기하는거야? 하하하...그냥..뭐? 어떤거~헉!

혁: 근데...안잘라?

원: 왜? 잘라야 하느데? 자르려고 기다리다가 이렇게 된걸 난들 어쩌라고...

    언젠가 시간이 나면...자라 보리라~아.

진: 하하하하...정말 우습다. 평상시에는 전혀 몰랐는데...그렇게 뛰니까 더 우스워...

섭: 내버려 두셔요...저게 원이답잖아..

원: 뭐? 뭐가 원이 다운건데?...난..내가 가끔씩 누군지도 모른다고...

봉숙: 그래도..디게 우습다 아닙니껴....킥킥킥!

 

표를 사러갔던 건이가 하얀 비닐 봉투를 달랑거리며 걸어온다.

 

건:  있쟎아~ 형님들!

진:  푠 샀냐? 몇시야?

섭:  표사러 간놈 니 혼자 북으로 떠난줄 알았다.

원:  가자!

건:  어딜 가셔요?

원:  여행????

섭:  근데...이건 뭐야?(비닐 봉투를 열어본다)

      역시~ 우리의 건이다! 쏘주를 빼먹으면...그렇지! 절대로 안돼지...헤헤헿

혁:  어~어? 근데..경월이야?

건:  돈이 부족해서, 쩝쩝쩝...이것 320원 밖에 안해요..

진:  아~ 몇시 차냐구? 이 누님께서 제차 묻고 계신다. 이놈아!

건:  아참! 그게 말이지...? 돈이 부족해.

섭:  왜?

건:  술을 먼저 사고...갔는데...태백까지는 한참 부족한데...

진:  아이구~ 이 진상아! 술을 먼저 사고 표사러 갔어? 학생할인 요청했어?

건:  했지...처음에는 너무 나이들이 들어 보인다고 ....

섭:  그래도 부족했어?

진:  섭이형, 같이가서 해결하고 와, 그냥 돈 돼는데 까지 끊어, 그리고 걸어가야지뭐.

일동: 그렇지~ 그거 좋은 방법이다...

봉숙:  저어~ (치마를 들쳐뒤지며) 돈 있는데요...

혁:  으악! 배춧잎이다.

봉숙:  지 엄마 고기 사다주라고...쬐매 되지만...이거라도 보태면...

진:  됐어요...다시 집어 넣어요. 그건 봉숙씨 어머니 고기 사다 드리세요.

      빨리 가 형...이러다 차 놓히겠다.

 

섭과 건이가 다시 뛰어간다.

 

혁: 근데...봉숙씨는 경상도 사투리같은데...고향이 강원도 예요?

진: 강원도가 경북이랑 붙어있지 않나? 경상도 사투리랑 조금 썪인것 같은데...?

봉숙: 지는 잘 모름데이..울 동네 사람들 죄다 이렇게 말함니데.

원: 꺼억! 그렇지! ....인디언들이 어디 다른 인디언 신경쓰면서 사는것 봤냐?

일동:  그렇군...

 

섭이와 건이가 오징어 한마리를 들고 표를 팔랑이며 걸어온다.

 

혁: 오징어다...나는 다리 먹을래...

원: 나는 심장 먹을래....

진: 그만좀 웃기셔...하하하하..끊었어? 심장이 어딨냐? 오징어가 말야

    건아 그 다리 하나 줘봐...

건: 왜?

진: 무좀났나 봐야 백성의 건강을 보호하지..누나가 먼저 하나 먹어보고 결정할께...

섭: 내가 벌써 먹어봤거든...? 진이야 이거 아주 건강한 오징어야....

원: 나는 강릉에 가면...오징어를 원없이 먹을꺼야...

일동: 우리 돈 없어서....표도 갈곳까지 못샀다. 야~!

진: 하하핳...그래, 몇시 어디야?

섭: 봉화. 여덟시 사십이분.

혁: 봉화가 어디지?

섭: 흠흠흠, 봉화는 말이지...경상북도 끝자락이 강원도와 맞닿는 그런 지점으로서..

     조선 말기에는 끊이지 않고 농민 봉기가 일었던 곳으로...

진: 시간이 정말 없거든..형! 짧게 말할래?

섭:  오분 남았껄랑...하여간. 경상북도 봉화군이야...

진:  다들 가방들 멜래?...나가자! 하여간 몇정거장이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봉숙: 태백까지는 꽤 멀어예~!

원:  길 따라 가다보면, 나오겠지요 뭐. 안그런가?

일동: 그렇지~ 꺼이~...자아~ 가 볼꺼나...

 

합창: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보이는건 하나가득

슬픔 뿐이네~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