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날 보다 이른 퇴근을 했다.
내가 일찍 오는 걸 모르는 마누라는 외출중이다.
아마 남편인 내가 돌아올 예상 시간에 맞추어 그녀는 현관문에 키를 꽂고 들어올 것이다.
텅빈 집에서 나는 갑자기 당황스러워진다.
아들 놈 방과 딸의 방문도 열어 보았다.
당연히 아무도 없다.
애꿎은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쿵! 소리가 나도록 닫는다.
켜두었던 t.v앞으로 와서 앉는다.
t.v. 의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살아서 통톧튀는 생선같은 톤을 가진 홈쇼핑의 쇼호스트의 목소리에 잠시 채널을 멈추었다.
그녀는 선택을 서두르지 않으면 매진 될거라는 멘트를 날리며 '매진'이라는 말을 여러 번 강조하고 있다.
이 땅의 어리석은 여인네 몇사람은 이 시간 저 여자의 말을 듣고 얼마나 살까?말까?로 고민할까를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내 마누라도 그렇다.
가끔 t.v홈쇼핑을 보다가 혼잣말처럼
"괜챦네! 괜챦아"
하다가는
"괜챦지 자기 그렇지 않아"
하며 나의 대답을 강요한다.
"괜챦네"
하고 내가 말하면 마누라는 기다렸다는 듯이
"나 저거 하나 살까?."
내 눈치를 본다.
"마음 대로해 "
하는 내 대답을 듣고 마누라는 고민을 시작한다.
소심한 내 마누라는 몇분 남은 방송시간에 가슴을 졸이면서도 덮석 그 물건을 사지 못한다.
마누라 얘길 하다보니 갑자기 마누라가 어디서 무얼 하는지 궁금해진다.
보고 싶다거나 그런 감정이 아니라 단지 내 말 상대가 없어서, 내가 심심하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마누라에게 전화를 걸려고 한다.
쇼파에서 내려 앉아 나는 엉덩이를 미그적미그적대며 전화기 앞으로 간다.
따르릉!
때 맞추어 울리는 벨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랐다.
마누란가? 어디를 살살 거리고 다니는 거야. 어디 혼좀 내 줄까보다.
전화기를 귀에 대며 나는 목소리를 잔뜩 깐다.
"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