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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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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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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


BY 캐슬 2004-01-11

 다른 날 보다 이른 퇴근을 했다.

내가 일찍 오는 걸 모르는 마누라는 외출중이다.

아마 남편인 내가 돌아올 예상 시간에 맞추어 그녀는 현관문에 키를 꽂고 들어올 것이다.

텅빈 집에서 나는 갑자기 당황스러워진다.

아들 놈 방과 딸의 방문도 열어 보았다.

당연히 아무도 없다.

애꿎은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쿵! 소리가 나도록 닫는다.

켜두었던 t.v앞으로 와서 앉는다.

t.v. 의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살아서 통톧튀는 생선같은 톤을 가진 홈쇼핑의 쇼호스트의 목소리에 잠시 채널을 멈추었다.

그녀는 선택을 서두르지 않으면 매진 될거라는 멘트를 날리며 '매진'이라는 말을 여러 번 강조하고 있다.

이 땅의 어리석은 여인네 몇사람은 이 시간 저 여자의 말을 듣고 얼마나 살까?말까?로 고민할까를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내 마누라도 그렇다.

가끔 t.v홈쇼핑을 보다가 혼잣말처럼

"괜챦네! 괜챦아"

하다가는

"괜챦지 자기 그렇지 않아"

하며 나의 대답을 강요한다.

"괜챦네"

하고 내가 말하면 마누라는 기다렸다는 듯이

"나 저거 하나 살까?."

내 눈치를 본다.

"마음 대로해 "

하는 내 대답을 듣고 마누라는  고민을 시작한다.

소심한 내 마누라는 몇분 남은 방송시간에 가슴을 졸이면서도 덮석 그 물건을 사지 못한다.

마누라 얘길 하다보니 갑자기 마누라가 어디서 무얼 하는지 궁금해진다.

보고 싶다거나 그런 감정이 아니라 단지 내 말 상대가 없어서, 내가 심심하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마누라에게 전화를 걸려고 한다.

쇼파에서 내려 앉아 나는 엉덩이를 미그적미그적대며 전화기 앞으로 간다.

따르릉!

때 맞추어 울리는 벨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랐다.

마누란가?  어디를 살살 거리고 다니는 거야. 어디  혼좀 내 줄까보다.

전화기를 귀에 대며 나는 목소리를 잔뜩 깐다.

"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