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 옅게 서린 창문에 반사되어 보이는 사내의 얼굴은 뚱한 표정이다
덜커덕 거리는 열차의 움직임따라 피곤해 젖은 눈동자만 깜박거릴뿐...
사내의 옆에 앉은 칠십대의 노파가 코까지 두르렁 거리며 이따금 무호흡증의 증세마냥 숨이
턱에 찬다
새벽 열차는 조용하다
굳이 예매를 하지안아도 넉넉히 좌석표를 구할수 있고 시끄럽거나 요란하지 안아서 좋다
아이의 울음 소리조차 없는 4호실 열차칸은 빈 유령선같다
덜커덕 거리는 열차 창문 미세한 틈새로 찬 공기가 가끔 사내의 살을 오소소 떨게 하지만
창문 밑에 깔린 라디에터의 열기가 후끈거린다. 무좀 걸린 발가락 사이사이가 근질 근질하다
저만치 녀석이 오고 있다
얼굴 전체를 찾이하는 커다란 눈동자를 굴리며 창백한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무표정하다
산다는게 질력난 표정을 하며 고개를 이따금 갸웃 거린다
그러다 사내를 보며 히죽 웃는다
입술 틈새로 시뻘건 독사가 튀어나온다
사내는 화들짝 놀라며 의자 등받이에 텅 하고 머리를 부딛쳤다.잠깐 선 잠을 잔 모양이다. 그틈에 놀란 노파는 주름진 눈가 사이로 누런 눈동자를 껌벅인다
"워메 뭔 일 난중 알았구만..."
아들이거나 딸이 사줬을 밤색 무스탕 옷깃을 여미며 일어서는 노파의 무릎에서
제각기 겉도는 관절 소리가 우드득 거린다.
화장실을 가는 건지...옥색 한복의 뒷모습이 앞 모습과는 다르게 단아하다
사내는 창문에 양손을 가리고 밖에 풍경을 살핀다
열차안의 빛으로 창밖이 희미하지만 피곤한 두 눈동자를 모으고 열심히 살핀다
거의 J에 도착한것 같다
사내는 선반위에 놓인 낡은 군용 샌드백을 꺼내며 한 참 숨을 몰아쉰다
투박한 두 손에 백을 움켜쥐며 사내는 입가에 서늘한 조소를 흘린다
드디어 J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