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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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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691

다섯.


BY 마야 2004-02-11

 

점점 불안해져 오는 가슴을 보듬고 무심히 떨어지는 빗방울이

어둠뒤로 사라지는 것을 우리 셋은 묵묵히 보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저는 종이를 꺼내서 누구든 이곳을 지날 사람을 통해서 산장지기

아저씨에게로 쪽지를 보낼 생각 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도착 하지 않았다고 할 지라도...

지금 불일암에는 제가 꼭 먹어야 하는 약이 여분으로

좀 더 있을 터 였고, 장터목에서 누군가가 지금 불일 암으로

출발을 한다면, 이 길을 다시 지나겠지만....그래도 약을 가져올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상세한 내용을 적은 쪽지를 접어 가슴에 안고 기다렸습니다.

진석씨는 자신의 발 목을 만져 보면서 부어 오르는 것을 알았는지

몹시 난처해 하는 얼굴 이었습니다.

 

그 때 바위 뒤에서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목소리 보다

먼저 들렸습니다.

저는 몹시 반가워 몸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눈군가 바위를 넘어 폴짝 가볍게 뛰어 내리다가 우리 셋을 보고는

흠짓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저어...장텀목 산장으로 가시지요? 이 쪽지를 전해 주세요.

그곳에 가면, 털이 더부룩한 산장지기 아저씨를 꼭 찿아서요..

조금 다급합니다...그리고...이 분은 좌골 소아마비 인데....

저희가 저 바위를 넘다가, 그만....마져 오른쪽 다리를 삐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앉아 있었습니다."

남자는 이십대 초반인듯 보였고....저는 그제서야...그 남자가 군복을 입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다른 부대가 이동을 하고 있었던 것 이지요.

 

"소대장님! 부상이요."

"무어라~ 어느 얼때기가 이런 평길에서 부상을 입어 엉? 누꼬?"

목소리가 바위 뒤에서 들렸습니다.

대열이 줄을 지어 사람이 하나 하나 넘어 우리가 앉아 있는 곳으로 줄이

길어 지고 있었습니다.

"아이고~ 그게 아니구요....민간인이..."

"무슨 부상이꼬?"

"다리를 삐었답니다."

"하참...늦었다 아이가....야아~ 김일병 후딱 뛰어가 삔다리 고쳐 두꼬..."

"예! 김일 병 명령 받고 날렵히 뛰어 수행하겠습니다."

"됐다. 이놈아야...그냥 인사는 제끼고 빨리 가봐라 아이가..."

그에 그 목소리가 폴짝 뛰어 내려 진석씨의 다리를 요리저리 보더니...

"야아~ 박일병..이분 팔 좀 잡아라..."

그렇게 말이 끝나자마자, 그 김일병인듯한 군인이 진석씨의 다리를 잡아 뒤틀었습니다.

진석씨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군인 두 명이 잡은 팔 사이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는 것이 보였습니다.

"됐어요...어쩐다지요? 이 다리는 왜?"

약간 놀란 그 군인이 진석씨의 왼쪽 다리를 보고 눈을 굴렸습니다.

"들것이 필요한데요...소대장님."
그렇게 외치자, 답답했던지 뇌까리며 그 소대장이 라는 사람이 바위를 넘어

우리가 있는 곳으로 뛰어 내렸습니다.

" 아아~ 다른 다리로 걸어 가면, 별로 멀지도 않은데...무슨 들것..."

그리고 그 소대장이 진석씨를 보자, 진석씨는 이마의 땀인지 빗방울인지

모를  물을 훔쳐 내고 있었습니다.

"아~ 예...죄송하게 됐습니다. 제가...다리가 성치 안은데...마져 한 다리마져

 삐어서...."

"뭐꼬~. 하참...괘얀습니다. 야아~ 박일병 김일병 뭣들 하노...

 이분을 들것으로 운반하자."

별로 멀지 않으니 그렇게 진석씨를 먼저 보내고, 저는 현수씨와 둘이서

천천히 산장으로 갈 생각 이었습니다.

 

둘을 걱정하는 눈빛이 역력한 진석씨는 이것저것 당부를 하면서...

제가 길을 잘 아는지를 여러번 물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손전등을 제게 주었지요.

다행이 때맞춰 지나갔던 한 소대의 도움으로 진석씨가 먼저 출발을 했습니다.

들것에 실려서요.

저는 처음 쪽지를 주었던 그 군인을 찿아 다시 신신 당부를 했습니다.

듣지 못하는 현수씨를 돌아 보면서...

"저는 이 알약이 꼭 필요한데...중요하니...꼭 그 산장지기 아저씨를 찿아야 해요.

 아셨지요? 그리고 저 분은 산장에 머물도록 말씀도 전해 주시구요.

 하여간...감사합니다."

라고 저는 말을 맺은뒤, 걱정스러워 하는 진석씨의 멀어져 가는 얼굴을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서 바라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소대가 모두 사라지자, 우리도 길을 서둘렀지요.

 

빗방울은 본격적인 장마답게 굵고 길게 내렸습니다.

저는 가슴에 통증이 느껴졌지만....내색하지 않고...보폭을 일정하게

걸으면서 쉼호흡으로 조절을 하고 있었습니다.

현수씨는 잠시 걱정스럽게 저의 얼굴을 보다가

입술이 새파래졌던지.

"추우세요...강산씨...제가 그 베낭을 메고 가겠습니다."

저는 더 이상 고집을 피우지 않았습니다.

그 베낭의 무게가 그리 무거운 것은 아니었지만....

저는 이미 저의 호흡이 가파옴을 느꼈기 때문에

두려워 지기 까지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몸의 온도가 떨어지고.

몸이 점점 추위에 젖어드는 그런 기분 이었습니다.

코끼리 하나가 지나는 듯한 통증이 일기 시작했을때 이미

저는 자리에 주저앉아 가슴을 움켜쥐고 뒹굴었던 모양입니다.

현수씨는 그제서야 심상치 않음을 알았던지...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아~ 강산씨...강산...어디가 어떻게..."

저는 가물해지는 의식속에 그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그가 저를 등에 들춰 업고 뛰었던 같은데....

저는 거기 까지 밖에는 기억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미 어둠이 내린 등산로에.

빗줄기를 가르며 그 뒤뚱거리며 평형감각도 없던

현수씨가 뛰기 시작했을 터였고.

그는 자신의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저를 등에 업고 뛰었답니다.

 

산장을 그리 멀리 남겨 놓지 않고 그가 벼랑으로 굴러 떨어지기 전 까지요.

그는 반사적으로 등에 업고 있던 저를 길로 내어 던지듯 던지며 벼랑끝으로

미끄러져 내려가듯이 굴러 떨어지고 말았답니다.

 

실신한 상태에서 빗길에 버려지듯 뒹구는 저를 다행히 대학 산악회가

지나다 발견하고, 저를 산장으로 옮겼고.

소리를 지르지 못하는 현수씨만 겨우 칡넝쿨에 다리를 휘감긴채

깎아지르듯 아스라한 벼랑으로 굴러 떨어지지 않고, 움푹 폐인

바위 아래로 그나마 다리를 데롱거리면서 자신의 몸을 끌어 올려

비를 피하고 웅크리고 있었답니다.

 

그기 "도와 주세요."라고 아무리 소리를 내어 지른다손 치더라도...

그의 목소리는 작은 빗 방울에 젖어, 바위 언덕 길에 전혀 들리지 않을 것

이었고, 그렇게 현수씨는 자신의 베낭이 굴러 떨어진 벼랑 끝자락을

이마에 씌여져 있던 헤드라이트를 켜서 비춰 보았었답니다.

 

그가 할 수 있었던 일 이란...

그나마 그 희미한 빛줄기를 실오라기의 희망을 삼아

바위 위쪽의 길을 향해 저어 보는 일 뿐이었겠지요.

그렇다고, 세심히 길을 살피면서 걸어갈 등산객이 있어서

때맞춰 그 길을 지나지 않는한 그 빛줄기는 무심히 그렇게

오로라가 되어 남았겠지요.

 

저는 산장지기 아저씨가 어찌 할 바를 몰라하면서...

불일암에 전화를 해, 작은 상좌 스님이라도 약을 가지고 빨리 오라는

전갈을 보내고....진석씨를 향해서 고래고래 소리를 친 후 저를 찿아서 길을 나서는데

저를 업고 뛰어오는 대학생 산악회와 마주쳤다는 것 이었습니다.

 

산장지기 아저씨는 저를 상좌 스님이 도착하는 동안, 뜨거운 물과 가슴을

마사지 하고....침을 놓아 지압을 하면서 막연히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진석씨는 잇달아 일어난 그런 사태를 지켜 보면서...

한 가슴은 저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또 다른 한 가슴은...모습이 보이지 않는 현수씨를 걱정하다가 아무도 그를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결국은 산장지기의 노여움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를 질렀답니다.

"아저씨! 그 친군...농아자 예요...듣지 못합니다. 강산씨와 같이 있어야 하는데...

강산씨만 이렇게 돌아오고...그 친구가 보이질 않아요..."

라고요.

 

"햐아~ 아니 ...어쩌자고...이봐요..저어 소대장님..군인 몇명 대동하고

길을 다시 거슬러 가야 겠습니다. 다른 농아자가 있답니다.

이봐요 대학생. 그 이 친구 누워있던 곳까지 우리를 좀 안내 해 주구려."

털보 아저씨는 진석씨에게 저를 맡기고. 빗방울이 쏟아지는 어둠속으로 사라졌답니다.

 

전화를 받은 상좌 스님은, 걸음을 제촉해서 산장으로 향하고...

털보 아저씨는 뒤 늦게 알게 된 현수씨의 실종에 가슴을 졸이며

길을 거슬러 올라 갔답니다.

그들이 제가 쓰러져 있던 그 바위 윗길에 닿았을때....이미 지칠대로 지친 현수씨는

피가 흐르는 팔을 벌려 자신이 겨우 몸을 웅크리면서 앉을 수 있을 만큼의

간격으로 파혀진 그 버섯 바위 같은 그곳에 웅크리고 앉아.

넓적한 바위 조각 두개를 흙에서 파 내어, 그것을 박수를 치듯이 두드리면서

깊은 산 속 옹달셈 노래를 불렀답니다.

 

"그러니까...여기에 우리 산이가 있더란 말이제? 이 아래는 낭떠러진데...

 여기 불좀 비춰봐요....."

"저기 부터 다시 샅샅이 길 가상을 잘 둘러 봅시다... 자 학생들...."

두 번을 거슬러 올라가다...다시 되 돌아오던 그 일행이 어느곳에서도 흔적을

찿지 못하고 서성이기를 한참.

길을 헉헉거리며 올라온 상좌 스님이 털보 아저씨와 마주치고, 서로 목례만

가볍게 한 다음, 상좌 스님은 걸음을 더 서둘러 산장으로 약을 들고 뛰었답니다.

 

"약을 먹이고...스님...지압 하실 줄 아시제....가슴의 언저리를 잘 좀..

알아서 하이소...저는 다른 사람을 찿아야 됩니데이...먼저 가이소.."

 

하늘이 도왔을까....

빗방울이 잠시 멈췄답니다.

그리고...털보 아저씨는 쉼호흡을 한 번 한 다음.

염불이라도 외어 마음을 진정시켜보려 애를 쓰던 중에 어디선가

둔탁한 소리가 일정하게 울리는것을 들었답니다.

그리고는...그 소리가 바로 발 아래에서 들려 오는 것을 알고 반사적으로 소리를

질렀답니다.

"여러분 잠깐만 숨좀 죽여 보이소...."

그리고 그 젖은 길에 엎들여 아래를 내려다 보았답니다.

분명히 현수씨가 두드리는 바위 소리가 일정하게 몇 미터 발 아래에서

들려 오는것을 듣고...그제서야, 털보 아저씨는 소리를 쳤답니다.

"로프 준비 해라. 로프...이봐요...거기 누구 있는교? 아참...이친구 못듣는다

했재에.. 하이고 답답해라...왜이리 오늘은 일도 많은고...자아 학생들.

밧줄을 잡고, 두 사람이 내려가면 작은 바위가 버섯처럼 굽은 굴 같은것이

보인다 아니가...아마도 운이 좋았다면....이 친구 거기 있는갑다...퍼뜩 내려가

보그래이....."

군인 둘이 줄을 타고 내려가 불빛을 비췄을 때, 온 몸이 흙으로 빗방울로 젖은

현수씨는 얼굴에 눈물로 범벅이 된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답니다.

 

두 사람이 끌어 올린 현수씨는 어느 누구와도 이야기를 하지 않으채

그 노래를 중단하지 않고....산장까지 실려 오는 동안 내내 그 노래를

실성한 사람처럼 불렀답니다.

그때까지도 그 꽃다발을 손에서 놓지 않은채 말입니다.

 

 

저에게 약을 먹인후...

스님은...두 사람의 상처를 다시 치료해 간단한 약을 발라

안방에서 쉬게 하고, 저를 위한 염불을 외기 시작했답니다.

현수씨는 진석씨를 통해서 저의 심장 판막증 이야기를 다 들은 후.

눈물을 뚝뚝 떨구며...

저의 기사회생을 기원했고, 진석씨 또한 한 잠을 자지 못하고, 온 밤을

그렇게 꼬박 세웠다고 하더군요.

 

빗방울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그 밤에도.

장터목 산장 앞 마당에는 수 많은 텐트들이 쳐져 있었고.

그 사연을 아는 모든 이들이 애타게 제가 깨어 나기를 손모아

마음모아 기도했던 그 날 밤.

끝까지 저를 지켜보시던 상좌 스님마져...잠깐 잠이 든 새벽.

저는 스르륵 눈을 떠서 방안을 둘러 보았습니다.

 

한 구석에는 꽃을 안은채 벽에 기대어 잠이든 현수씨가 보였고,

그 옆에 새우등을 하고 누운 진석씨의 등이 보였습니다.

코를 드르렁 드르렁 고는 아저씨의 배가 볼록볼록 쏫아 오르고 있었고,

저의 곁에 앉은채 잠이 든 상좌 스님이 저의 손을 꼬옥 쥐고 있었습니다.

 

고개를 젖히자, 문에 작은 여명이 빗방울 소리와 함께 보이는듯 들려 왔습니다.

저는 감사했습니다.

처음으로 살아 있음에....

그 수 많은 번거로움이 있었다손 치더라도...

제가 그렇게 제 목숨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했던 것은 그 날이

처음 이었습니다.

불일암에서 염주 알을 굴리며 눈물 한 방울 짓지 않으려 애를 쓰시면서

저를 기다리실 어머니의 얼굴이 내 앞에 있는듯 했고.

애써 저를 위해 달려 왔을 진성 스님의 얼굴이 제 얼굴을 덮고 있어서

저는 그것으로 감사했습니다.

 

이제 제가 눈을 뜨고, 두 남자를 볼때.

이렇게 서슴없이 말할 참 이었습니다.

"저도, 장애자 입니다. 저는 심장이 제대로 뛰지 못하는...."

이렇게요.

저의 입 가에 빙그레 미소가 남았습닌다.

그리고....눈가에 흐르는 뜨거운 액체가 목을 타고 흘러 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