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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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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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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인형.


BY 마야. 2004-05-20

호텔은 들어서는 입구에서, 타불러가 묵을 방 복도까지 경비가 철통같았다.

타불러는 저녘 때 보자며, 잠깐 앉았다 일어서며 나가 버린 로드먼을 생각하지

않기 위해서  눈이 쉴사이 없이 쏟아지는 창밖을 멀거니 보고 있었다.

아직도 머리가 맑지 않아 무거운 자신의 목덜미를 꾹 눌렀다.

'샤워라도 해야 좀 낳으려나...'라고 생각하면서, 가방 하나를 풀어 대충 짐을

정리하고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를 하는 내내 타불러 면전에는 그 헬레나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눈을 감고 목을 젖히고 아무리 그녀의 얼굴을 잠시 잊으려 해도, 지워지지 않았다.

헬레나를 잊으려 노력 하면, 로드먼의 얼굴이 떠 오르고, 로드먼의 얼굴을 지우려

노력하면, 헬레나의 얼굴이 떠 오르는 것 이었다.

 

대충 샤워를 끝내고 나온 타불러는 잠시 눈을 붙일까 하다, 컴퓨터 파일을 들여다

보았다. 크리스가 이미 준비 해 둔 파일을 열자, 그 살인현장 안에 있던 소품 하나하나가

밀착 촬영되어져 들어 있었다.

목덜미를 가볍게 주무르면서 파일을 차례차례 점검 하자, 무거웠던 머리가 조금

맑아지는듯 했다.

타불러는 몇 장의 사진을 넘기다 천장에 매달려 있는 종이 모빌에 눈을 고정 시켰다.

잠깐, 대충 흝어 보려 했던 그녀는 마음이 변해, 의자를 바짝 앞당겨 앉았다.

"어? 저건...누가 만든 것 일까? 정교하군!. 샀을까? 접었을까?"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며 메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타불러는 내일이라도 당장 사건현장으로 갈 마음을 굳혔다.

눈이 아무리 거세게 내려도 헬리콥터라도 타고 갈 생각이었다.

 

죽은지 나흘이 되도록 방치된채, 시체를 옮기지도 못 할 정도로

폭설이 퍼 붓고 있긴 했지만, 경시청에서는 타불러를 기다린 것 이었고,

헬레나 일가족의 성화는 극에 달하고 있었기 때문에라도 시체를 하루속히

옮기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기까지 했다.

이것저것 파일을 점검 하다 보니, 몇 시간이 흘렀던 모양이었다.

누군가가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야!. 케서린!. 저녘 먹을 준비는 다 됐겠지?"

로드먼 이었다. 문을 열어 주면서, 타불러는 가운을 여몄다.

"벌써? 낮잠 자려 했더니...저녘 이내?"

들어서는 로드먼은 켜져 있는 컴퓨터를 보면서 한마디 던졌다.

"좀 쉬지 그랬습니다. 쯧쯧쯧..."

"조금 기다려요. 내 금새 옷 갈아 입고 나올께요."

타불러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 방으로 잰걸음으로 사라졌다.

옷을 주섬주섬 입으면서, 타불러는 크게 말했다.

"헬리콥터 띄우려면 너무 위험 한 가요?"

"오늘? 해 졌다구!. 케서린?"

"아니, 아니 내일이요. 눈이 이렇게 내린다고 가정했을 때..."
"위험하지만, 일단은 시체 부검을 해야 하고, 그 허락은 이미 났지만,

 헬레나의 부모들의 성화가 대단 하다구."
"내일 가 봐야 되겠어요. 아침 일찍이든, 언제든 일단 기상에 기회 있을 때,

 현장으로 가 봐야 되겠어요." 타불러는 마지막 코트를 입고 걸어 나오면서

말했다.

"멀리 안 갈 꺼야. 피곤할 테니, 오늘 저녘은 이 호텔에서 먹자구. 괜찮지?"

"잘됐군요!. 사실...저 조금 피곤했었거든요."

"자아~ 그럼 나가시죠?"

타불러는 개인적 이야기를 피하기 위해 노력했고, 로드먼은 가급적이면

사건과 관계되는 이야기를 피하기 위해 노력 하다 보니, 저녘을 먹는 내내

둘다 부자연 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