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씨애틀 채널 파이브의 기자, 캠불입니다.
타불러 교수님!. 삼 년전 뉴욕의 친녀 살인 사건을 처리 하신 후, 이번이
처음으로 공석에 자리를 들어내시는 일 같은데...다시 교직과 탐정소로 돌아
오실 계획이신지요?"
양부처럼 늘 곁에서 지금까지 보살펴 주셨고, 끝임없는 관심을 보여주었던
헤크먼 범죄심리학과 학장님의 초대로 참석하게된 송년 모임에서 갑자기
기자의 질문과 스포트라이트를 받자 현기증이 나기 시작했다.
소냐의 얼굴이 획하고 타불러 인중을 후려갈기더니 입술이 바싹
타기 시작했다.
"아니요...당분간...계속 쉴 생각입니다. 저어...질문은 더이상."
저녘만찬도 끝이 났고, 헤크먼 교수의 곁으로 사람들 틈을 헤치며 다가가
귀속말로 속삭였다.
"교수님!. 저어...그만 가 볼래요. 아참!. 좋은 새해 되십시요."
"괜찮은가? 참, 할 말이 있었는데...내일 내가 집으로 전화 함세.
혈색이 안 좋으니, 그렇게 하게. 케서린도 새해엔 좋은일이 있으시길.하하하."
가볍게 볼에 키스를 해 주는 헤크먼 교수의 따스한 손을 놓으며, 뒷문을 통해
자리를 도망치듯 나온 타불러는 택시를 잡아주는 벨보이에게 팀을 주는 일도
잊은채 차에 올라탔다.
그린우드에있는 타불러 교수의 집까지는 약 40분 걸리지만, 타불러는 길게느껴지는
느낌으로 손까락을 자꾸 움직이며 앉아 있었다.
차가 불빛이 가로수처럼 들이워진 고속도로를 달렸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타불러는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뒤를 쫓는것같은
강박관념을 받으며 대문을 열고 뛰다시피 달려가 현관문을 열고, 문을 잠근 뒤로도
여러번 확인 하고 또 확인했다. 커튼 두 개를 모두 닫았다.
밖에서 방 안의 불빛도 감지하지 못하도록,
여전히 방망이 질을 해 대고 있는 자신의 가슴을 쓸어내리며,
타불러는 긴 복도를 지나 부엌으로 가 꼬냑을 따라, 앞 가슴에
꼬냑 잔을 쥐고 창을 마주보는 자신의 작업용 책상의자에 기대 앉았다.
약간의 소리만 스쳐도 타불러는 그 소리나는 쪽을 향해 시선을 날카롭게 꼿았다.
다시 일어서서 현관문을 확인했다.
세개 모두 단단히 잠겨 있을 뿐더러, 대문엔 보안장치가 되어있어서 아주 안전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었지만, 카메라폰을 통해 대문과 현관문을 여러번 점검했다.
현관문앞에 두툼한 노란 봉투 두 개가 놓여져 있는것도, 세 번째 현관문을 확인하러 갔을 때,
발견했다. 타불러는 곧바로 봉투를 집어들지 않고, 책상으로 가 감지기를 가져다
봉투를 흩어 내린다음, 파란불이 들어와 안전하다는 것을 기계가 알려주자 집어들었다.
타불러 앞으로 발송된, 헤크먼 교수가 보낸 서류뭉치 같은 것 있었다.
봉투를 책상으로 들고 가 꼬냑을 한 모금 마시고, 고개를 깊숙히 의자에 묻고 한참을
그렇게 기댄채 앉아 있다가, 그 봉투를 살며시 열었다.
오 년 동안, 학교로 돌아 오라는 말을 단 한번도 하지 않으셨던, 헤크먼 교수님은 긴 침묵이
걱정이 되셨던지, 이 번 한해 만큼은 타불러 교수에게 여러번, 책망 하곤 했었다.
봉투를 열었을 때, 어떤 여성에 대한 자료 뭉치였다.
백인 여성.
헬레나 오엔.
나이 36세.
천체물리학자 이자, 천체물리학 사이트의 인지도가 높은 저널리스트.
패러글라이더이자 그린피스 콜로라도 지부 지부장.
책상의 좌편에 있는 큰 화면의 티비를 리모콘으로 켜면서 타불러는 한 장 한 장 서류를
넘겼다. 꼬냑을 마셔서인지 어깨 근육이 느슨해져옴을 느끼면서 타불러 교수는 서류를
책상위로 던지듯이 놓았다.
자정 뉴스는 끝났는데, 뉴스엥커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여기는 콜로라도, 오늘도 눈은 쉬지 않고 내려 30센티를 넘고 있습니다.
현재 삼일 째, 콜로라도 강력계 국장, 로드먼 국장이 직접 개입한 이 살인 사건은
시신마져 움직이지 못하고, 살인사건 현장에 그대로 방치된채, 이 살인사건의 수사를
직접 맡을 적임자를 기다리며, 혹한의 날씨가 풀리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건을 맡을 사람은 케서린 타불러 교수가 적임자라며, 로드먼 국장은 계속 타불러 교수의
답변을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타불러는 자신의 이름과 로드먼의 이름이 거론되자, 고개를 돌려 날카롭게 티비에 시야를
고정시켰다.
[오 년전, 뉴욕에서 발생했던, 친녀 살인자였던 소냐를 검거해, 전기의자로 보냈던,
명탐정이자, 씨애틀 주립대학의 범죄심리학과 교수인 타불러 교수는 오늘 잠깐,
씨애틀 주립대학교 교수들의 송년모임에 잠시 얼굴을 비춘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이 헬레나 오엔의 살인사건을 그녀가 직접 맡을지는 의문입니다. 이어서, 어제도
이미 시청자들은 보셨겠지만, 신비스러움을 자아내는 살인현장의 분위기를 다시 한 번 보여
드리면서, 저는 여기서 이만 속보를 마칠까 합니다. 좋은 새해되십시오. 뉴욕타임의
피터 헨더슨 이었습니다.]
타불러는 티비를 끄려다가, 이어지는 화면의 묘한 분위기에 눌려 양 미간을 잔뜩 찌푸리다가
자신도 모르게 좀더 자세히 보기 위해서 녹화 화면 버튼을 누르고 턱을 손으로 괴고 몸을
앞으로 바싹 당겨 앉으며 책상 한켵에 놓여있던 안경에 손을 뻗어 안경까지 끼고
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