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강민철입니다."
뜻밖의 전화였다.
"번호는 어떻게.....?"
"퇴근후에 무슨 약속있어요? 참, 몇시에 퇴근해요? 여기 회사 앞인데!"
"저, 저기요!"
"지금이 6시 40분이니까 한 이십분만 기다리면 되겠죠? 그럼 그때 봐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끊어진 전화기를 붙잡고 멍하니 서있자 옆에 있던 대리가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무슨 낮도깨비같은 짓이람? 그러면서도 시선은 시계를 향했다.
"지수씨! 무슨 전환데 그렇게 넋을 놓고 있는거야?"
"에? 아... !"
"지수씨 애인 생겼어?"
"아니에요!"
유난히 긴 이십분이 지나고 백을 들고 건물을 빠져나오자 눈앞에 오랫만에 보는 그가 서 있었다.
"오랫만이죠?"
활짝 웃는 모습이 왠지 어울리지 않는듯 했다.
"내 얼굴에 뭐 묻었어요?"
"갑자기 무슨일이신가 해서요!"
"같이 저녁이나 먹을까 해서 왔습니다. 할 말도 있구요!"
결국 그의 차에 올라타 그가 안내하는 식당의 자리에 앉을때까지 지수는 아무말도 할수도 들을수도 없었다.
"뭘로 드시겠습니까?"
웨이터의 말에 지수는 그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오늘 스페셜로 먹어봐요! 여기 음식맛 정말 죽이거든요!"
"그러죠!"
그가 알아서 주문을 하는 동안 지수는 그에게서 시선을 돌려 야경을 바라보았다.
제법 위층에 자리잡고 있어서인지 창밖으로 보이는 야경이 아름다웠다.
"맘에 들어요?"
그의 질문에 그에게로 시선을 돌린 지수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하실 말씀이 뭔지 알고 싶어요! "
"우선 식사부터 한 다음에..... 그리고 나서 천천히 얘기하도록 하죠!'
음식은 맛이 있었다. 음악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앞에 앉은 그는 파트너로서 조금도 부족하지 않은 아니 오히려 완벽한 대화 상대였다.
디져트로 주문한 커피를 앞에 두고 앉은 두 사람은 좋은 기분에 취해 있었다.
"이렇게 편한 기분으로 식사를 즐긴게 아주 오랫만인것 같아요!"
"저두요!"
"앞으로도 자주 이런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성지수씨!"
"무슨?"
"당신과 특별한 관계가 되고 싶다고 말하고 있는겁니다."
당황스러웠다. 특별한 관계라니?
"성 지수씨 옆자리에 서고 싶다는 말입니다."
달라진 말투와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 완전 다른사람 같았다.
"제 행동이 뭔가 오해의 여지를 남겼나 보군요! 죄송합니다."
뜻밖의 말에 민철은 무슨 뜻인지를 물었다.
"놀이 상대를 찾으시는 거라면 잘못 짚었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나야말로 오해를 하게 했나보군요! 진지하게 만나보고 싶다는 말을 하고 있는거요!"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물어도 되나요?"
그녀의 질문에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입을 열었다.
"관심이 생겼으니까!"
"사양해요! 어찌 됐든 오늘 저녁은 맛있게 잘먹었습니다."
백을 들고 나오는데 그가 붙잡았지만 거칠게 뿌리치고 서둘러 빠져 나왔다.
쓸데없는 짓 하고 싶지 않아!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아!
지나가는 택시를 차고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욕조 가득 뜨거운 물을 받아 몸을 담갔다.
피로가 말끔히 가시는 기분이었다. 서서히 식어가는 물을 느끼며 욕의에 몸을 감싸고 나와 신혼여행기념으로 언니와 형부가 선물해준 양주를 잔에 따랐다.
두번다시 그런일로 아프기 싫어! 건드리지마..... 그냥....... 그냥 이렇게 살고 싶어.......
도와줘 엄마......
전화벨이 울렸다. 몇번 울리던 벨이 자동 응답으로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강민철입니다. 금방 쫒아나갔는데 안보이더군요! 내일 회사로 다시 전화하겠습니다.피한다고 해결될일이 아니라는것쯤 알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뭏든 내일 봅시다. 잘자요! 참 그리고 난 쉽게 포기하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주면 좋겠군.... 좋은 꿈 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