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야! 우리 어디 가는거야?"
평소답지 않은 옷을 챙겨 입혀주는 지수에게 언니 현수가 동그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응! 오늘은 엄마 아빠한테 다녀오는 날이야! 언니 춥지 않게 옷 따뜻하게 입어!"
"알았어!"
그녀의 대답을 등뒤로 들으며 지수는 과일 몇개와 아버지에게 드릴 술을 챙기며 일어섰다.
"가자!"
언니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선 지수네가 도착한 곳은 인적이라고는 찾아 볼수가 없는
공동묘지였다.
산소앞에 가지고 온 과일과 술을 한잔씩 따라 드리고 절까지 마친 뒤 지수는 그 앞에 앉았다.
'엄마! 아버지! 저희 왔어요. 건강하시죠? 언니한테 좋은 사람이 생겼어요. 알고 계세요?
이왕이면 그 사람말고 좀더 쉬운 사람으로 해주지 그랬어요? 언니 힘들지 않게 그렇게 해
주시지 그려셨어요!'
그녀의 볼위로 눈물이 흘렀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저..... 어떻게 해야되요?'
"지수야, 왜 울어?"
놀란듯 묻는 현수에게 애써 웃어보이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대답한 지수는 이제 내려가자며
정리하기 시작했다.
"지수야!"
"왜?"
아무말 없이 서 있는 언니를 돌아보니 뭔가 안절부절 어찌할줄을 몰랐다.
"왜 그래 언니?'
"나.. 화장실가고 싶어!"
언니의 말에 지수는 언니의 손을 잡고 풀이 우거진 곳으로 다가갔다.
"여기 화장실 없으니까 여기다가 그냥 해!"
"그래도 돼?"
"다른데 가서 그러면 안돼! 알았지?"
"응!"
현수가 일을 다 보고 옷을 입고 나오자 지수는 조심스럽게 산을 내려갔다.
고속버스를 타고 오는 내내 잠을 자던 현수는 서울에 도착해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언니, 다 왔어! 얼른 일어나서 우리 집에 가자!"
"응!"
졸린 눈을 비비며 겨우 일어선 현수를 달래 집으로 돌아왔을때는 밤이 꽤 깊어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던 지수는 현관문앞에 쭈그려 앉아있던 인영이 일어서자
깜짝 놀랐다.
"미안해요! 놀래키려던건 아니었어요! 어디 다녀오는 길이에요?"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네시쯤인가?"
시계를 보니 벌써 열시가 넘어 있었다.
"언제 올줄 알고 기다린거예요? 오늘 안 들어오면 어쩌려고...."
현관문을 열어 언니를 들여보내고 그를 들였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그를 거실에 둔채 현수방에 들어선 지수는 그녀가 옷을 벗는 걸 도와주고 세수와 양치를
하라고 욕실로 밀어 넣었다.
"따뜻한 차 한잔 드릴까요?"
"나 배고파요 지수씨!"
어이가 없었다.
"아직 저녁도 안 먹었어요? 없으면 그냥 가지, 아니면 전화를 해 보고 오던가"
"오래 기다릴 생각은 아니었어요! 한시간만 더, 삼십분만 더, 십분만 더 하다가 깜빡 졸았어요
눈 떠보니까 현수씨가 보이더라구요!"
씨익 웃는 그의 얼굴에 지수는 더 이상 말을 못하고 주방으로 들어가 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냥 있는 반찬에 밥만 줘요!"
그의 수더분한 말에 지수는 한숨을 쉬며 찌게를 데워 식탁에 올려놓고 그를 불렀다.
그와 현수가 나란히 들어오는 모습에 지수는 현수에게도 밥 먹을거냐고 물었다.
말없이 고개를 젓는 현수에게 그가 한 숟가락이라도 좋으니 먹으라고 하자 현수는 마지못해
수저를 받아 들고 밥을 먹었다.
"역시 지수씨가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니까!"
밥 두공기를 눈 깜짝할 사이 비우고는 너스레를 떠는 그를 향해 미소지으며 커피는 거실에서
마시자고 두 사람을 내보냈다.
설거지를 끝내고 커피를 내가자 그의 무릎을 베고 잠이 들어있는 언니를 보고는 깨우려는
그녀를 말렸다.
"그냥 둬요! 이렇게 얼굴보는 것도 오랫만인데....."
말없이 찻잔을 만지작 거리던 지수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힘...많이 들죠?"
"어쩔수 없죠! 현수씨를 욕심낸 내 잘못인걸..."
엄마......... 그의 말에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이런 너무 늦었네요! 현수씨 내가 눕히고 올께요!"
그가 언니를 안아 방으로 들어가자 지수는 찻잔을 정리해서 씽크대에 담았다.
"이만 가볼께요!"
"조심해서 가세요"
그가 돌아가고 혼자 남은 거실에서 지수는 갑자기 온 몸에 힘이 빠지는 느낌에 소름이 돋았다
도와주세요.... 엄마..... 더는 힘들지 않게...... 언니가 행복할수 있게.... 엄마.......
지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