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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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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데이스


BY 이마주 2004-02-06

 

일정한 요일을 정해놓고 오는 단골손님들이 있다는  알게된 손님들의 데이타베이스를 정리하다가 였다.

단골 손님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주로 혼자왔고 정말 ' 마시던 시키고.

 

월요일의 손님

 

그는 화요일날 쉬는 남자미용사였다.

월요일 마지막 손님을 마치고 나면 그는 바에 들러서 그간 몹시도 참아왔다는 미친듯이 술을 마셨다.

시작은 롱아일랜드 아이스티, 다음엔 위스키 언더락, 그다음엔 위스키스트레이트를 정말 스트레이트로 마시곤 했다.

그는 주로 써니 누나와 얘기를 하곤 했느데 얘기라기 보다 그건 자기 혼자 독백하는 같은 투였다.

 

"써니씨 생각해봐요. 정말 바쁠땐 밥도 못먹고 하루 종일 일한다구요. 원장은 밥을 먹던 말던 일단 손님 머리 부터 끝내길 원하지만 써니씨도 하루종일 서있다보면 알죠? 제맘?

다리는 후들거리고 속은 쓰려오고 게다가 손님들이  가만이나 있나요?

여기는 어떻고 저기는 어떻고, 전화받느라, 같이 친구랑 수다떠느라 정신란하게 만들기 일쑤고, 오늘 같이 쉬는 전날 이면 원장은 뭐가 그리 못마땅한지 영업 다 끝나는 시간에 들어오는 손님도 하라고 그러질 않나. 그나마 커트 손님이면 괞찮지만 컬러나 퍼머면 미친다고요. 밑에 막내도 입이 나와있으니 혼자할테니 가라고 밖에요. 안그래요?

정말 지친다고요. 그러면서 뭐라는지 알아요? 내일 쉰다고 술많이 먹지말고 일찍 집에 가라고 하죠. 나도 일찍 가고 싶다고요. 그러면 스트레스를 주지 말던가.그러니까 항상 쉬는 전날에는 술마실 이유가 생겨요. "

써니누나 역시 그 미용사의 단골 손님이었고 둘은 그렇게 서로에게 단골로서의 예의를 다했다. 물론 웅주형의 말로는 그 미용사가 누나를 놓고 헛물킨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는 좋은 손님이다.

 

화요일의 손님

 

젊은 여자손님은 화요일 밤, 그것도 영업이 끝나기 전 시간 전에 나타나곤 했다.

시간이면 슬슬 영업을 마칠 준비들을 하고 마음도 한결 느긋해지려 하다가 그녀가 나타나면 모두가 김이 샜다.

우리 바에 오는 손님 에서도 어린 축에 속하는 그녀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

그저 바텐위에 가지런히 술을 늘어놓고 쳐다보고 있을뿐이었다.

특히나 그녀는 레인보우를 좋아했는데 어느 날은 7 칵테일 모두를 레인보우를 주문한 적도 있었다.

술의 비중에 따라 섞이지 않게 아름다운 모습의 레인보우이지만 만드는 바텐더입장에서 쉬지않고 7잔의 레인보우를 만들기는 귀찮거나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의당 그녀는 웅주형의 단골이었다.

우리가게에서 여자손님의 비위를 맞출 있는건 밖에 없었으니까.

다른 웨이터 형들은 그녀의 별명을 '때기'라고 불렀다.

때려주고 싶은 기집애의 줄임말이란다.

사실 그녀에게 적잖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녀는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

 

"저기요, 레인보우 칵테일 맛이 어때요?"

 

"궁굼하시면 드셔보시지 그라십니꺼? 좋아예."

 

"아니요, 마시기는 싫구요. 칵테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가요?"

 

"글쎄요, 많다고는 없지만 이렇게 손님이 오시면 갑자기 많이 만들게 되긴 합니더. "

 

"아저씨, 칵테일 시켜놓고 마시지 않느냐고 묻지 않죠?"

 

", 손님이 생각이 있으니까 그러시는거겠지예. 가게에서는 편안히 계시다 가시면 됩니다."

 

"내가 영업끝날 때쯤 와서 이렇게 시키기만 하고 안마셔도 짜증안나요?"

"전혀 안나고예. 다음부터는 돈 내지 마이소. 제가 얼마든지 만들어 줄 수 있는데예. 안 드시고 가시믄 지 돈 안받심더."

 

"싫어요."

그녀는 형이 돈을 내지 말라고 해도 언제나 술만 시키도 입도 안댄체 돈을 내고 갔고 영업이 끝나기 딱 1분전에 가고는 했다.

난 그녀의 그런 쓸데없는 고집이 왠지 나의 마음 한 곳을 드러내놓은 듯해서 귀엽게 느껴졌나보다.

 

- 레인보우(Rainbow)

크림드카카오

크림드바이올렛

마라시아노

베네딕틴

Chartreuse(Green)

Chartreuse(Yellow) 

브랜디

 

각 재료들을 1/7 온스씩 리큐르 글라스에 차례대로 플로팅한다.

 

수요일의 손님

 

우리 가게 식구 모두가 기다리는 손님은 바로 수요일의 손님이었다.

그들은 연극배우들이었고 공연에 들어가기 앞서서 수요일 아니면 술 마실 시간이 없다면서 단체로 와서는 엄청 마셔들 댔다.

그냥 막연히 생각했을 땐 연극을 하면 늘 막걸리나 소주를 마시는 줄 알았는데 배우도 배우 나름인지라 영화와 광고, 드라마에도 종종 나오는 그들은 돈이 넘쳐났다.

항상 어디선가 저녁을 먹고 와서는 양주란 양주는 다 마셨는데 우리가 그들은 좋아하는 이유는 언제나 두둑한 팁을 그들이 주고 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네들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가게에 온 다른 손님들에게도 영향을 미쳤고 입담좋은 그들이 풀어놓는 대사의 한 마디나, 가끔씩 즉석 공연을 해 줄때면 모든 가게의 식구들과 손님들에게서 아낌없는 박수를 받았다.

아마도 그들은 누군가에게 끝없이 어필되지않으면 사는 재미를 못느끼는 사람들 같았다.

그래서 그들의 우스개에는 언제나 깊은 여운이 감돌았다.

꽤나 알려진 배우중 한 명은 웅주형에게 연극배우 한 번 해보라고 올 때마다 조르곤 했는데 그가 연출할 작품이 바를 배경으로 하는 거라고 했다. 배우로서 처음으로 극을 연출하기로 한 중견배우인 그는 형이 주는 깊은 분위기를 너무도 좋아해서  연극배우로 만들고 싶어했다. 비록 웅주형은 한결 같이 노 였지만...

 

 

목요일의 손님

 

사람만 오면 우리는 밤에 서너번은 화장실 청소를 해야했다.

어디서 마셨는지 그는 항상 술이 떡이 되서 왔는데 이미 취할대로 취해서 그는 왔다.

무슨 술을 주던 먹은 즉시 화장실로 달려가 토해버렸다.

하지만 형은 손님을 계속해서 받았다.

그는 취해있었지만 다른 사람을 괴롭히거나, 고성방가를 하거나 비틀거리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앉아서 술을키고, 술을 마시고, 화장실을 가서 토하고, 말도 없이 그냥 그렇게 하염없이 앉아 있다가 같다. 

나중에 일이지만 그는 어떤 기업의 접대담당 상무였다.

일로 어쩔 없이 술을 마시고 그렇게 술을 마시는게 스스로 괴로와서 술을 먹고…

그는 한동안 우리 가게에 오지 않았었는데 어느날은 너무도 말쑥한 모습으로 우리 가게를 찾아와서 자신의기를 들려주었다.

 

"지사장, 항상 미안했어요. 와서 화장실이나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그래도 번도 싫은 소리 적이 없는 지사장 고마웠어요. 회사를 그만 뒀소. 지긋지긋한 상무 노릇도 안해도 되고 이젠 정말 속이 편안하오.아마 곳에 달만 있었다면 간경화나 비슷한 질병에 걸렸을지도 몰라요.아이들하고 말쩡한 정신에 얘기해본 적도 오래되었었소. 정신없이 그렇게 몇 년을 살았더니만 첫째 놈이 내년에 대학생이 된다오.

머리가 띵하게 저려오더구만. 아무튼 우리나라 접대문화 그거 바뀌어야 되요.

사람 여럿 죽이는 일이요.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죽어라 술만 먹이니 되겠소?

나도 회사 나가기 전에는 내가 진이나서 친구들이나 사람들하고 술자리 많이도 했었지만 막상 그게 직업이 되니 그거 못해먹겠습디다.

좋아서 먹는게 아니라 벌자고 먹어야지, 그러다 계약이라도 제대로 안되거나 결재가 늦어봐요. 위에서 접대를 어떻게 해서 그모양이냐고 당장 소리 날라오지. 어휴 그간 세월이 끔찍합니다, 끔찍해."

 

"그라면 선생님 이제 어떻게 하실라 캅니꺼? 좋은 계획있으십니꺼?"

 

" 안그래도 그래서 이렇게 왔어요. 저기 길가에서 과일가게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처남이 시골서 유기농 농사를 지어요.

전부터 우리 부부보러 함께 하자고 했는데 내가 자신이었지 뭡니까?

농사도 아무나 짓는거 아니고 하늘에서 내리는 사람이 농부가 된다지않아요?

그래서 처남네 과일을 우리가 판매하고 그러기로 했어요.

평생 영업직으로 나이먹었는데 쪽에 노하우도 있고..

지사장님네도 과일 많이 쓰시지않습니까? 제가 과일대자는거 아니니 부담같지 마시고 주변에 아시는 분들한테 소개나 해주십시오.

아래 일층도 한식집이지요? 처남이 배추나 무도 하거든요.

아님 홈페이지랑 저희 과일야채가게를 서로 링크 시켜주셔도 좋구. 어떠세요?"

 

"암요, 암요. 당연히 제가 밀어드려야지요. 지금 거래하는 과일가게도 마침 주인이 식당오픈한다고 이달 말이면 거래가 끝나는기라예. 그때부터 거래하지요. 하지만 저희 가게는 일등품만 여지껏 써왔어예, 과일은 어떻심니꺼?"

 

" 이런 말하면 그렇지만 처남이 그래도 영농후게자로 인정받는 젊은이라서  품질만큼은 자신있습니다. , 오늘 과일가져왔으니 드셔보시고 평가해 주십시오."

 

박스 가득 각종 과일이 들어있엇다.

따온 과일들의 향기는 어떤 꽃의 향기 부럽지 않을 만큼 매혹적이었다.

 

"정말 잘 됬네얘. 사장님 , 축하드립니데. 그래도 가끔 오셔서 잔씩 하고 가이소, 안받심더."

 

"에이. 지사장님도 술이라면 이제 줘도 싫네요. 하지만 가끔 집사람이랑 일끝나고 뭐라 그러지요? 안들어간 ."

 

"무알코올 칵테일 말입니꺼?"

 

"그거나 가끔 마시러 오겠습니다."

 

"그라이소. , 오늘 기분이 좋다 아입니꺼."

 

뭐처럼 훈훈한 광경이었다.

비록 사람의 주당을 잃었지만 어쩌면 형이 바라는 바는 그런 걸지도 몰랐다.

 

금요일의 손님

 

태어나서 그녀들만큼 술을 좋아하고 마시는 여자들을 보다보다 못봤다.

쌍둥이 자매들인 인이누나와 진이누나는 써니 누나의 친구들이었다.

각각 결혼해서 가정을 이룬 누나들은 사람은 일산에, 한사람은 의정부에 살았고 매주 금요일 써니누나의 바에 앉아서 일주일간의 수다를 몰아서 떨기도 했다.

일란성 쌍둥이라서 그런지 처음엔 항상 그들이 누가 누구인지 몰랐다.

어느 날 역시 헷갈리는 나에게 인이 누나가 그랬다.

 

"병근아, 우리 얼굴을 사람씩 잘보면 반드시 틀린 것이 있을거야. 어서."

 

뚫어져라 누나들의 얼굴을 봤고 처음에는 뭐가 틀린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주의 깊게 분간을 들여다 보니 분명하게 인이누나와 진이누나의 다른 것들이 보였다. 눈썹도 다르고 표정도 다르고 심지어 입술도 틀렸다.

이렇게 틀린게 많은데 나는 누나들이 똑같이 보였는지..

 

"거봐, 자세히 보니까 틀리지? 사람들은 그저 쌍둥이라고 하면 덮어놓고 똑같이 생겼다고 말하기 쉬운데 그건 그사람들이 그만큼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관심이 없다는 거야. 너도 일단 우리가 쌍둥이라고 하니까 더 이상 차이점을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잖니?

그렇다고 그런미안한 표정 할건 없어. 그래도 우수한 편이야.

어떤 사람들은 몇 년간을 들여다 봐도 절대 우릴 구분못하는 사람들도 있어. 남편처럼"

 

진이누나는 웃으면서 말했지만 나는 많이 미안했디.

누나들 말처럼 그런 것이 선입견이라는 것일 터였다. 아마도 늘 둘이서 한 사람으로 취급되어진 그녀들은 무수히 작은 상채기가 나있는 듯 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매주 금요일 여자 자매 둘이서 그렇게 술을 마셔도 되는 걸까하는 마음은 없어지질 않았다.  아이들의 엄마인 그녀들이 술 먹는 게 죄는 아니지만 그래도 난 내 아이의 엄마만큼은 술을 조금만 마시는 여자이길 바란다.

 

토요일의 손님은 항상 많아서 특별한 단골사람인 사람도, 단골이 아닌 사람도 구분이 쉽지 않았다. 눈코뜰새없이 바쁜 토요일이 지나면 뜻하지 않는 선물을 받듯 일요일이 찾아왔다.

 

일요일의 손님

 

이날은 아무리 바쁜 우리 가게라도 한가한 날이다.

날은 어느 커플이 우리 가게의 마지막 손님인데 사람들은 그들이 부적절한 관계일 거라고 했지만 내눈에는 그저 안타까운 사람들로 보였다.

정상적인 가정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시간에 그렇게 함께 있지는 못할 같았다.

그들은 언제나 창가의 자리에 앉아서 둘이서 손을 잡고 있었다.

마시는 술은 언제나 정해져있지는 않았었다.

어느날은 맥주를 마시기도 하고 샴페인을 비울때까지 계속 손을 잡고 있기도 했다.

항상 정해져 있지않는 술과는 달리 여자는 올 때마다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아무리 웃고있어도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그럴 때마다 남자는 손가락으로 여자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웅주형은 그들이 올때마다 앙드레 가뇽의 피아노를 틀어주었다.

처음 그들이 올때 형에게 특별히 부탁한 일이라고 했다.

다른 손님에게 방해가 안가면 곡들을 틀어달라고…

그 연주는 방해는 커녕 일주일을 바쁘게 살아온 우리 모두에게 휴식같은 시간을 주곤했다.

여느 때보다 일찍 형은 직원들을 퇴근시켰고 늘 마지막 손님 커플과 형, 나만이 그 시간을 나누어 가졌다.

 

"형, 저 사람들... 너무 슬퍼보여요."

 

"니 저들이 슬퍼보이나? 난 무지하니 행복해보인다."

 

"매일 여자손님이 울고있는데도요?"

 

"니 그런말 들어봤나? 만약 어떤 사람이 병에 걸렸다 치자. 그럼 사실 얼매나 딱한 일리고? 하지만 서도 그 병을 치료할 약이 있어 평생 하루에 한 알 그 약을 먹으면 살 수 있다고 하자. 그럼 불치병에 걸려가가 치료할 약도 , 치료법도 모르는 사람보다 얼마나 행복한기고? 저 사람들은 분명 맺어지기 어려운 사연이 있을거지만서도 그래도 평생을 떨어져가가 얼굴도 못보고, 서로 만져보지도 못하고 살지 않고 저렇게 매주 만나서 서로를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기다. 난 그 맴을 조금은 알거같다."

 

형은 그들의 모습에서 무엇을 읽고있는 걸까?

중병에 걸렸어도 치료약이 있는 것과 불치병.

살면서 불치병에 걸린 이보다도 슬프게 사는 감기환자들이 너무 많은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