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회장은 물을 다 마시곤 빈 잔을 손에서 만지 작 거리며 웅주를 바라보았다.
벽에 붙은 김 영빈이라는 각종 상패들을 보고서야 웅주는 그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아마 일주일은 병원에 있었을 게야. 깨어보니 난 병원에 누워있더군.
누군가가 날 병원으로 데려왔고 정신이 든 다음날 난 날 구해준 사람을 만나게 되었지.
그 사진 속의 사람이 바로 미스터 부터바우 일세. 난 그 사람을 보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네. 주체할 수 없었지. 그는 내 생명의 은인인 동시에 나에게 새로운 삶을 준 사람일세.
미스터 부터바우가 무슨 일을 하고 있었을꺼 같은가?"
"글쎄예. 지금 김회장님이 말씀하시는 모든 야그들이 제 머리 속에선 감히 상상도 할 수없는데예."
"그는 농부였다네. 우리가 시골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독일 시골의 농부. 하지만 그는 정말로 인생을 살 줄아는 사람이었지. 퇴원을 하고는 그는 어느 한국 유학생에게 나를 데리고 가서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를 묻더군. 그 때 그가 나에게 처음 물어본 질문이 '당신은 꿈이 있습니까?' 였었지."
웅주에게도 김회장은 그 질문을 했던 것이다.
꿈이 무엇인가를 물어본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
"자네 지루한가?"
"아입니데이. 잘 듣고 있심더. 계속하시지요."
"그러지. 부터바우씨는 내게 어떻게 하고 싶은지를 묻더군. 난 한국의 가족에게 가고는 싶지만 이대로 돌아갈 자신이 없다고 했지. 꿈이 있다면 가족들에게 자랑스러운 남편과 아버지가 다시 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네. 그는 한 동안 말이 없이 앉아있더니 나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네. 그는 나이가 70이 넘었지만 아주 건강한 노인이었고, 아내는 몇 년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하더군. 나로 인해 그의 일과는 많은 변화를 겪었는데 우리는 함께 그의 농장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지. 말은 정말 안 통했지만 난 그 때 알게 되었다네.
사람 사이에서 언어가 차지하는 부분이 그리 크지 않다는 걸 말이야.
돌아가신 내 아버지를 생각하며 난 날 구해준 그 독일노인에게 성실하게 일했지.
그의 권유로 가족들에게 내가 무사하다는 것과 독일에서의 일,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편지를 했고 그 후로 난 1년동안 독일에 머물렀다네.
그는 나를 마치 아들처럼 대해주었어.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이 회사도, 자네가 짓는 그 빌딩도 존재하지 않았을 걸세. 내가 그와 지내기 시작한지 4개월쯤 지났을 때였는데 내가 그를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네."
"회장님이 그 분을 도울 일요?"
"내 말했지 않나? 내가 집 짓는 일을 했었다고. 어느 날 부터바우씨의 헛간이 무너져내린 일이 생긴 거야. 다시 축사를 만들려면 돈도 시간도 많이 든다며 그는 걱정을 했지만 전문가인 내가 보기엔 우리 둘이서 한 일주일만 열심히 하면 이전 축사보다도 더 튼튼한 걸 지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네. 물론 난 집을 짓던 사람이라 완벽하게는 아닐지 몰라도 그 당시 난 내 모든걸 그에게 줄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그에게 뭔가를 해줄 기회가 온 것에 감사했다네.
난 그림을 그려 내 의견을 말했고 그는 한참을 그림을 들여다 보더니 좋은 생각이라고 하면서 도와줄 몇몇 일꾼을 모으더군 . 우리는 일주일을 조금 넘긴 10일만에 새 축사를 지었는데 그 축사를 본 모든 사람들이 대 만족이었지. 그 날밤 부터바우씨는 나에게 할 얘기가 있다고 하더군.
웅주가 회장에게 들은 이야기는 이랬다.
축사를 짓는 영빈을 보던 미스터 부터바우는 그 날밤 그에게 한 권의 책과 돈을 내놓았다고 한다.
그는 영빈에게 그의 성공하기 까지 지침서가 되었던 책과 그가 평생 동안을 모아온 돈을 내민 거였다고 한다.
놀란 영빈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하며 거절했지만 미스터 부터바우의 생각은 영빈이 생각지도 못한 얘기였다고 한다.
"영빈, 자넨 참 좋은 사람인 거 같아. 난 이제 가족도 없고 곧 80살이 된다네. 난 이미 내 꿈을 이루었지. 첫 번째 꿈은 훌륭한 농부가 되는 것이고 두 번쨰 꿈은 다른 사람이 꿈을 이룰 수 있게 시작을 도와주는 일을 하는것 인데, 그걸 영빈이 해줬으면 좋겠어."
영빈은 자신에게 그럴 능력이 있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럴수 있는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영빈, 자네가 죽을 각오를 하고 내 나라에 올 때 이미 모든 자네의 과거는 끝이 났다고 난 생각한다네. 나 역시 나이가 30살이 될 때까지 남들이 다 하니까 농부가 되었지.
내가 훌륭한 농부가 될 거라고, 또 그러고 싶지도 않았었는데 지금은 돌아가신 내 은사님이 나에게 좋은 농부가 되는 이 책을 선물하면서 넌 반드시 훌륭한 농부가 될 수있다고 격려해주었다네. 난 늦었다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선생님은 나에게 그러더군 ,
넌 이제 서른살이야,부터바우군. 무슨일이던 20년 동안 애정을 갖고 한다면 반드시 그 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네. 그래봤자 자네 50살이 될거고 아무 꿈도 없이 50살이 될 때까지 평범한 농부가 되기 보다는 최고의 농부로서 50살부터 남은 인생을 산다면 다른 꿈이 있는 젊은이들에게도 꿈을 줄수 있지않겠는가? 하며 날 격려했었어.
영빈, 난 그 때부터 훌륭한 농부가 되려고 최선을 다했네.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지금의 날 보게. 난 이 고장 최고의 농부가 된거 자네도 알지않은가?
난 평생을 남보다 한시간 일찍 농장일을 시작했다네.
그렇기 떄문에 내 농장의 입구에 쓰러져 있던 자네도 발견할 수 있었고 그래서 자네를 살릴 수도 있었잖는가? 거절하지말게 , 자네 지금부터 20년간 자네가 당당한 가장이 될 수있도록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게나. 이 돈이면 뭔가를 시작할 수 있을거라네."
김회장은 그 때당시 아무 말도 하지못하고 눈물을 흘렷다고 했다.
40중반의 동양인이 받을 수 있는 가장 최고의 격려였고, 그 감동은 그가 다시 살아나지 않았다면 맛볼 수없는 귀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할지 영빈은 알수없었다.
미스터 부터바우는 그런 마음까지도 읽어내었다.
"무엇인가를 새로이 시작한다는 건 많이 두려운 일이야. 나 역시 선생님의 격려로 더 좋은 농부, 더 좋은 남자가 되어야 겠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어찌 시작할 지 알수 없었거든.
영빈, 내가 한가지 방법을 알려주지. 오늘부터 무슨 책이던지 읽도록 해.
일하거나 자는 시간 빼고는 무슨 책이던 좋아, 만화책 동화책이라도 모두 읽어.
그럼 자네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찾아 낼 수 있을거야. 자네가 축사를 짓는 것을 보고 자네의 손재주에도 놀랐지만, 자네가 일군들을 부리는 것을 보고도 사람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아무 것도 걱정하지마. 영빈 너도 나이가 들면 알게되겠지만 오래살면 사람을 볼줄 아는 눈이 생기거든. 자넨 반드시 좋은 최고의 사람이 될거야. 어떤 직업을 갖게 될지는 나도 아직 모르지만 말이야. 그대신 자네 스스로 생각했을때 말이야.
한가지만 나에게 약속해줘."
드라마틱한 김회장의 이야기게 흠뻑 빠져있을때 김 회장은 웅주에게 물었다.
"약속을 하나 해달라기에 난 조금은 긴장했었었지. 근데 그 약속때문에 오늘 자네와 내가 만날 수 있었던 거라네. 상상이 되나?"
"저는…짐작도 안가는 데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