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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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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아침에 올린글 미비해서 수정했습니다.)


BY 바람꼭지 2003-11-11

그래..

올라가던 개미로 믿자.

개미의 머리부분이 위를 향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개미가 등나무 틈새에 끼어 멈칫거리고 있었다.

4교시를 알리는 수업종소리가 무심히 귓등을 지나갔다.

자리에서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나지 않았다.

시경은 한마리의 개미에 시선을 고정시킨채 한참동안 석고상처럼 굳어 있었다.

개미도 죽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문득 이유도 없이 할머니들이 하는 것같은 탄식같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한숨을 쉬는 자기가 죽이고 싶을 정도로 싫단 생각을 하며 시경은 벤치에서 내려 앉아

어젯밤 잠을 안자고 쓴 시를 흙바닥에 주저앉아 쓰기 시작했다.

 

그대 잡을 수 없이 머얼리

사라진 흰 손목을 잡으려고 나는 살고 있는가

 

(왜 살아야 하는지..).

17살의 마음의 벽장안엔 17살의 눈물이 갇혀 있다.

17살의 울지 못하는 울음이

눈물꽃으로 피어나

밤마다 벽장안을 흔드는 폭풍이 된다.

 

아침마다

다 잠재우지 못한 아픔을 털어내며

긴 머리를 빗어내리고

머리를 빗을  때마다

결코 잡히지 않는 하얀 손목을 잡으려고

부르르 떤다.

 

시라고 할 수 없는 지도 몰랐다.

정작 자기가 써놓고서도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몰랐다.

그저 한숨을 이유없이 나오듯이 이유없이 베게머리에 눈물을 적시며 잠못이룰 때

저절로 말들이 생각나고 연습장에 옮겨 본 것뿐이었다.

 

흙바닥엔 개미가 무수히 많이 기어가고 있었다.

누군가 카스테라 빵부스러기를 흘린 모양이었다.

많은 개미들은 카스테라 산에 기어오르고  있었다.

줄줄이 오르는 개미들의 무리중에서 재빠르게 빵부스러기를 가져가는 놈이 보엿다.

그 놈은 자기 몸보다 큰 빵덩어리를 등에 지고 허우적거리며 기어 갔다.

참, 아까 그 개미!

그개미에게도 좀 나눠줘야지.

시경이 문득 일어나 등나무의 비비 꼬인 부분을 보니 개미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이미 없었다.시경은 개미나라를 보는 게 너무 재미 있어서  자꾸 보았다.

 

지금부터 나는 개미나라 여왕이다.

이리와. 저기 가는1번 개미야!

오늘부터 네 이름은 톡톡이다. 방금 부스러기를 톡 흘렸지?

헤이! 2번 개미! 넌 바보라고 부르마.

빵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헤매고 있으니...

그런데 개미들은 어떻게 남자와 여자를 구별하지?

 

개미들에 쏠렸던 생각을 돌이키는 순간 운동장에 청색 체육복을 입은 아이들이 보였다.

2학년 3반아이들일까?

오늘 체육이 4교시에 들었을까?

시경은 아이들을 자세히 보았다. 혹시 아는 얼굴들이 보일까해서다.

그러나 아이들은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이들은 청색의 개미들로 보였다.

개미와 다른 것이 있다면 빵부스러기 대신 체력장 점수 만점 20점을 목표로 달리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일렬로 서서 플라타너스나무 둥글게 막아선 원안의 하얀 선을 따라 일제히 뛰고 있었다.

 

난  개미가 아니야.

아니 개미라면 여왕개미가 될거야.

 

시경은 중얼거리며 다리가 저려오고 해가 질 때까지  등나무 그늘아래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