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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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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테리우스 1.


BY 영악한 뇬 2003-11-06

 

 

 

나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우뚝 섰다.

8월의 뜨거운 태양이 머리 위에서 작열하고 있었다.

흰색 나시.

검은 썬글라스

오똑한 콧날에 긴 곱슬 머리

찢어진 청바지.

그 남자는 부서진 플라스틱 인체상이 불쑥 불쑥 솟아있는 가운데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는 바로 미술 대학 [ 비상 ]의 싱어였다.

작열하는 태양 때문일까?. 점점 내 주위로 산소가 희박해지는 듯 나는 무호흡증을 앓기 시작했다.

 

 

 

                                                       아직도 테리우스

 

                                                                1.

 

그날 그 남자의 모습을 본 바로 그 순간에서 몇시간 지나지 않은 시각

나는 이미 그의 모든 것을 알아내고야 말았다.

 

이름 : 고 석윤 ( 호홋 고씨도 있구나 )

나이 : 23 세. ( 이론! 연하군 연하! )

 

뭐 더 이상 알 필요가 없는 듯. 연하라면 질색인 것이 나 아닌가?.

그러나 관심을 끄기엔 그가 아니 , 그녀석이 너무 멋있었다.

 

그것이 개폼 , 똥폼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그녀석의 움직임 하나 하나가 얼마나 멋있는지…….!!

 

 

                                                                2.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 녀석이 나의 24시간 주인공이 되어 버린 이후로부터 나는 바빠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연하라 절루가~ 라고 나의 내면의 소리가 거짓말을 해대고 있긴 했지만 나의 관심은 나도 모르게 그 녀석에게 거의 매달리다 싶히 할 정도였으니….

 

나는 계속 술자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교수님을 찾아 다니고 선배를 찾아 다니며 몇건의 술자리를 만들어 냈다.

 

후배와 선배의 술자리라는 명목부터 시작하여 교수님과 학생들간의 친목 도모라는

타이틀 까지.

 

왜냐?.

그 녀석을 가까이에 둘수 있는 유일한 자리였기 때문이였다

 

그 녀석은 나의 작업실에서 제법 떨어진 방을 섰기에 그 녀석을 보려면 그 작업실로 이사를 가서 한 학년을 낮추어 다니던지. ( 그것은 불가능하다) 아니면 이짓 밖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흐흐흐 드디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바로 그 순간!

모 술집.

 

속속들이 모여드는 선배들과 후배들 . 그들은 아는채를 하느라 손을 번쩍 들어 흔들어 대기도 했으나 나는 건성으로 손을 번쩍 번쩍 들 뿐 내 눈은 오로지 그녀석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 그러나 신은 역시 내 편이 아니였다.

 

그 멋진 녀석의 곁에 거머리 처럼 착 달라붙어 아니 일라이자 처럼 착 달라붙어 들어서는 그 녀석의 과 친구.

 

정순.

나는 그 정순이라는 후배를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했으나 아무리 봐도 내 매력의 2분의 1도 찾아 내기 힘들다는 판정을 내렸다.

 

넓디 넓은 얼굴. 굽실 굽실 단정치 못한 파마 머리. 시뻘건 매니큐를 바른 손톱. 페인트 칠인지 특수 분장인지 모를 화장빨. 게다가 담배 까징?……띠요옹 ~ 내 눈이 튀어 나왔다. ( 헉  떨어질라 얼른 줍자)

 

우째, 나의 테리우스는 저런 뇬을 옆구리에 끼고 다닐까?.

아무리 옆구리가 시릴지언정…흐흐흑.

 

나는 미리 잡아 둔 내 옆의 빈자리를 의미있는 미소로 쳐다보면서 그 녀석을 향해 손을 번쩍 들었다.

 

“ 안녕하세요?. 누나?. “

“ 누..누나.? 엉?. 내 이름 누나 아니고 유난데. “

“ 하하하 누나 농담도 잘 하셔. “

“ 아니야. 내 이름 유나야. 유씨에 나. 유나. “

“ 에그 선배님도. 선배님 이름을 모르겠어요?. 유선배. “

 

! 유선배?. 이 놈이 이젠 막 기어오르다가 막 먹을 셈이군! 이눔아 님자 빠졌다.

 

“ 여기 앉어 “

녀석은 정순이를 바로 내가 찍어둔 그 자리에 앉히는 것이 아닌가?.

 

이룐! 이론! 쯧쯧쯧.

! 기가찬다. 기가차. 술판이 벌어지고 있는 내내 나는 평소의 두배 이상의 술을 마셨다.

 

아니 주는 쪽쪽 받아 마셨다고나 할까?.

고런데 요것 봐라 .

내 옆에 앉은 정순이 더 잘 받아 마시는 것이 아닌가?.

 

홀짝 홀짝 쪼오옥~아예 술잔을 핥아라 핥아! 내 눈은 흘기다 못해. ( 남몰래 흘기다가 ) 사팔뜩이가 되어 가고 있었다.

 

마셔라 부어라가 끝나갈 때 즈음. 내 귀속으로 윙윙 울리는 그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정순아 , 정신차려…괜챦니?. 집에 갈까?. 데려다 줘?. “

나는 젖먹던 힘까지 내서 두 눈을 부릎떴다.

 

“ 애. 정순아. 괜챦아?. 언니가 집에 까지 델다줄까?. “

“ 유선배 괜챦아요. 술판 깨지면 안되니까. 나먼저 정순이 데리고 살짝 나갈께요. 오늘 기분 나뿐 일이 있었나 봐요 . 이렇게 마셔대는 애가 아닌데…”

 

! 나뿐 새끼. 살짝 나가?. 흑! 내맘도 모르고…아…나는 무지 그녀 정순이 부러웠다.

 

“ 정순아.. 가자. 걸을수 잇겟어?. “

그녀석은 정순의 볼을 가볍게 치며 그렇게 물었지만 정순은 비실 비실 큭큭 거릴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 유선배 업고 가야 겠다. 좀 도와줘요 “

“ 그래. “

나는 벌떡 일어나 정순을 업는 그녀석을 도와주었다.

 

내 심장은 반으로 금이가고 불길에 활활 타오르다가 급기야 숮금뎅이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어이. 내 짝사랑을 나타낼수 있으리오. 연하의 남자인 것을 !

 

“ 그래. 조심해서 가! 내가 나가서 택시라도 잡아 줄까?. “

“ 혼자할께요. 내일 학교에서 봐요 . “

그녀석은 그렇게 술집 문턱을 넘어 사라졌다.

 

 

 

..아….갑자기 술판이고 뭐시고 간에 여지껏 참았던 술이 확 오르며 우웨엑 오바이트가 나는 것이 아닌가?.

 

우웨엑~ 벌떡 일어나는 내 눈안으로 핸드뺵이 보엿다.

 

정순의 것이 분명하리라

꾸얼꺽-! 나는 오바이트를 삼키며 기쁜 마음으로 정순의 핸드빽을 잡아 챘다.

 

석윤아 ~ 기다려라 내가 간다!

나는 술집 문을 박차고 달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