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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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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저여자가 그 여자가?


BY 아정(雅正) 2003-11-06

2002년   8월   13일      계속 비 또 비

 

 

장마철이 되니 온 몸이 쑤시고 땡기고 뻐근하고

이 보상은 누가 해주나?

연일 계속되는 장마로 마르지 않는 빨래들도 사람을 이만저만 골탕먹이는게 아니다.

방하나에 보일러를 가동시켜 건조대를 옮겨 놓았더니 온수배관이 부엌을 거쳐 거실을 지나 쓰지않는 작은방으로 가는지 온 집안이 후덥지근하다.

어디 뜨끈뜨끈한데 가서 몸을 지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전화가 온다

< 영희야 부침개 구워먹자 올라온나>

<막걸리 있나?>

<없는데  요 밑에 마을에 할머니집에 동동주 만들어 판다던데>

<내 사 갖고 갔거마  몇명이나 모이노?>

<우진이랑 미선이랑 창희네>

<알았다>

비오는날에는 부침개에 막걸리가 딱이지 ~!

폭풍우에 쓰나 마나한 우산을 두손으로 기꺼이 모시고 받들어 아파트 단지 한 옆에 옹기종기 모인 주택가로 들어섰다.

시멘트블록이 다 닳아 둥은 구멍까지 보이는 벽을 담쟁이가 제법 이뿌게 감싸고 있는 그 사이로  < 동동주 팜미다> 라는 삐뚤빼뚤한 빨간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한되에 2,000원을 달라고 했다.  두되를 샀다.

아파트 복도는 벌써 부침개 냄새가 차마 비속을 뚫고 나가지 못한듯  자욱하였고,

엘리베이터가 올라갈수록 수다소리도 점점 가까워져 온다.

< 조용히좀 해라 아파트 떠나가겄다>

< 와~! 언니 막걸리 사오네 비가 이리 오는데>

< 내가 누고? 다 너희들을 먹여 살리고자...>

< 됐다 됐다 고마해라  수건 저기 있다  닦고 앉아라>

< 그래서 우찌 됐노? 퍼뜩 얘기해봐라>

< 무신얘기 하고 있었는데? 나도 좀 알자>

< 들으모 안다 언니야 함 들어봐라 엄청 재미있다>

<  왜 저 앞에 가면 은행 앞에 스포츠용품점 있다 아이가 그 아저씨 바람났단다>

< 무신소리하네 그거 다 아는 얘기 아이가 하루 이틀일이가 그래야 물건도 팔고 장사도 할것

   아니가  여기 스포츠 동호회는 죄다 가입하고 감투 쓰구 있다더라 아이가 >

< 맞다 !  운동한께 몸매 죽이제 레슨한답시고 부대끼재 여자들이 가만 놔두나>

< 서로 밥 사준다, 커피사준다 여자들이 더 난리라 카더마>

< 근데 이번에는 큰 사고란다.  아예 밤이고 낮이고 차에 태우고 다니고 그 여자 신랑이

    택시 기사 하는데  진양호 부근에 갔다가 모텔에서 그것들 나오는 거 바로 잡았다 안하나>

< 아이고 시상에 우짜겄노!  남사시러버라>

< 남자 마누라는 진즉에 알았다 카더라 그래 갖고마 그 같이 바람난 여편네한테 시도때도 

    없이 전화하고 완전 고문을 했다 카데 ,  삼자대면도 했다더라>

< 우찌?  스포츠 센타 신랑 각시 하고 그 여자 하고?>

< 웅~! 그게 아마 작년 겨울이랬지  아니라며 펄쩍뛰더란다 . 그냔 생활체육회 같은 회원이

    라고 친선경기 같은거 끝나고 하면 방향이 같으니까 차도 빌려 타고 한다고

     최사장님 진자 좋은 분이라예 그런 걱정 하지마이소 사모님 그러더라데>

< 미친년 지가 남의 남자 좋다 싫다 얘기는 왜하네 수상하네 뭐?>

< 아! 근데 그 뒤에도 계속 신랑 휴대폰에 그 여자 번호가 자주 떠 있고 화장품에 건강보조식

   품 선물까지 오더라 안하나>

< 오메 못살끼다   그래갖고 우찌 살았다네 나 같으모 당장 이혼 해삔다>

< 그라모 혹시 스포츠센타 마누라가 그여자 남편에게 찌른거 아닐까예?>

< 몰라도 아마 그리 안되었겄나?>

< 그 남편도 아마 눈치 챘으끼거마는...>

< 시상에 이 좁은 바닥에서 일가친척 사돈에 팔촌 안걸리는데가 없거마는 바람나모 미치는

   갑다>

< 아마도 눈에 보이는게 없을겁니다 >

< 그런데 니는 그거 우찌 알았네?>

< 우리 신랑 친구가 파출소 있다 아입니꺼  스포츠 센타에서 칼부림나고 난리났다다예>

< 에구 무시라 ~~~~~~~~~!>

< 자~! 한잔씩 하고 다 자는신랑도 다시보고 >

< 요새 신랑 믿는 사람 있습니까?>

< 맞다 대문 나가면 여자나 남자나 다 내꺼 아인기라>

< 우린 신랑은 요새 휴대폰을 손에서 안 놓는다 속 상해서 미치겄다>

< 어머~! 맞다 니 감시해라 집에 들어오면 꺼 둔다데 그리고 야 마누라가 확인할까봐

   화장실갈때도 들고 간다더라>

< 맞다 우리집 저놈이 요새 부쩍 그라네>

< 에구 에구~!  너거집도 몇일 안에 무신일 나겄다.  살살 구슬려 봐라 용서해 준다고

   한번 실수는 할 수있다고 그래라>

< 언니 ~! 그리 하지말고요 언니도 휴대폰 사세요 그리고 아저씨랑 똑 같이 하세요>

< 그거 비싸던데 ~~~>

< 언니는 비싼게 문젭니까? 신랑 뺏기는 것보다 낫지요>

<  참나 ~! 세상 왜이리 돼가노 망조다 망조라>

< 협박해봐라 니 그라모 내그란다 우리나라 남자들 지 마누라는 절대 그라모 안되고

   세상 모든 여자는 다 갖고 싶고 ....   지가 딴여자 델구 놀면 그여자 신랑은 지마누라 델구

   놀수 있다는 걸 왜 생각 안하나 말이다>

< 맞다 맞다>

 

낮술에 취기가 도는게 그렇게 시간이 5시가 되어서야 뿔뿔이 흩어졌다.

 

 

 

 2002년 8월 19일   오랜만에 햇살

 

바쁘다 바빠

이불도 좀 빨고

대청소도 좀 하고  어휴 ~!  곰팡이 냄새

간만에 목에 기름칠도 좀 하자

우루루 대형마트로 향했다.

 

< 어머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이네요>

제법 늘씬하니 이목구비도 이쁘구 누구더라?  생각이 좀체

내 표정을 살피던 그녀

< 박과장님 부인 아니세요? 저 옛날에 세원상사 다니던 김대리 집사람인데요...>

< 아하 ~!  아이고 미안하네요  이제 생각나네요  그래 애들은 잘 크구요?

   잘 살지요?   김대리는  뭐하세요?>

< 택시회사에 다녀요   과장님은요? >

< 아~!  아직 세원에 있어요>

< 그럼 갈게요 안부 전해주세요!>

< 그럴께요 잘 가요>

 

일행을 찾아 마트로 들어오니  쇼윈도 유리에 온통 붙어 서있다.

< 거기서 뭐하노?>

< 니 저 여자 우찌 아네?>

< 아 우리아빠 회사에 다니던 지구언 마누라>

< 시상에  저여자가 그 여자 아니가>

< 뭐라꼬? 진짜가?>

 

< 우야꼬 야~! 우리 신랑한테 안부 전해주라 카더라>

< 경사났네 전해 줘라  아니다 야~! 혹시 벌써 둘이 통하는 사이 아니가?>

< 이것들이 미쳤나? >

 

그런데도 영~!   뒤끝이 찜찜한게..........

나두 남편감시체제에 돌입해야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