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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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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신세대 부부는....


BY 아정(雅正) 2003-11-03

2002년 7월 19일    해가 쨍쨍이다

 

아침부터 햇살이 눈부시다.

동향으로 난 1층 아파트는

첫번째로 여름이 가장 곤혹이다.

새벽부터 햇살이 눈부셔 잠을 내쫓으니, 성가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열대야로 밤새 뒤척이다 겨우 새벽녁에야 한눈 붙일만하면

시야는 환해져 오고 온 집은 오렌지 빛으로 빛을 발하니..... 이사를 가면 두번 다시 동향집은 살지 않으리라

두번째는 소음공해

애들우는소리 노는소리 여름밤이면 화단에 둘러 앉아 속닥대는 아줌마들 수다소리

이사철이면 사다리차 소음소리  일요일은 아예 집을 비우는게 상책이다.

 

<웅~!  기기깅~!>

휘발유냄새 스며들고 아휴 또 누가 이사를가는구나

설겆이를하다말고 베란다 샤시문을 닫으려 나갔다.

그래야 기름냄새 소음 조금이라도 줄일수 있으니....

<어디 누집이 가나!>

  사다리를 쭈욱 따라보니 옆라인 6, 7호 라인이네

<어라 신혼살림인데.....  몇층이고?  1,2,3,,,,, 7층이라 신혼집이면>

무신일이고 올봄에 결혼했구만....

<땡~!  )  엘리베이터 소리에 뒤이어 난영이 엄마,

 가영이 업고 분리수거 잔뜩 시장바구니 구르마에 한 가득 밀고나온다

<난영아~! 너거 라인이네? 누가 가노?>

<잘 모르는데예  왜 그 있다 아입니꺼 신혼집 남자 은행다니는 그집이라예~>

<어디  새 아파트 가나 보네 깨가 말로 쏟아지더만 구경 잘 했는데 아깝다 우야노 >

<참~!  언니는  별소리를 다하네예>

 

한동안 심심하니 씹을거리 없던 아파트 아주머니들에게 그 신혼부부는 심심풀이 땅콩이자

오징어였다.

1년에 한두번 갈가말까하는 퍼머기로

유행이라고는 감히 근처에 얼씬도 못할 청바지에 티는 그나마 과분하고

옆으로 퍼질때로 퍼져 허리도 엉덩이도 가늠이 안되는 몸통에 그나마 걸쳤다고나 해야할

패션의 생활고에 찌들린 아줌마들 ,, 이세대가 만들어 준 위대한 유산 ... 아줌마들은

혹 그 신혼부부가 눈에라도 띌라치면

조잘대던 입들을 꾹 다물고 시선은 일제히 그 신혼부부를 훓었다.

<저봐라 저기 옷이가?  벗고 다니지>

팬티만한 반바지에 웃통에 찰싹 붙어 가슴이고 뭐고 있는데로 죄다 도드라져 보이는 나시티를 보고는 저마다들  한소리 ... 속으로는  엄청 부러움시롱....

<여름에 땀띠 나겄다>

눈꼽만치의 틈도 없이 찰싹 달라붙어 서로의 허리를 감싼데다가 남은 손은 또 등뒤로 돌려 깍지까지 끼구.... 흐미 난 부럽기만 하구만 .....

<저것들 저번에는 밤에 놀이터에서 보듬고 난리 치다가 경비한테 들켰다데?>

<진짜가?  오마  그래가지고 우찌 사네 ?>

<하옇튼 요새것들은.....>

<아이고 마~!  그래도 나는 부럽기만 하네 >

<저집 위 아래층은 시끄러워서 못산단다. 한밤중에도 노래 있는데로 틀고 난리라데>

 

그렇다고

이제겨우 3개월 살고 이사를 가나 ~!

젊은 사람들 취향이 이 오래된 아파트와 오래된 아줌마들하고는 안맞을테지 암~! 안맞고 말고 시시콜콜 나가는지 들어오는지 밥숟갈이 몇갠지 .... 오만것을 다 알아버리는 아줌마들의 초자연적 신통함을 이기지 못하리라...

설겆이와 청소를 대충 마치고 세탁기에 빨래 불려 놓고

앞치마 풀어 식탁의자위에 걸치고 슬리퍼 질질 끌고 10층 우진이네로 갔다

벨따위를 누를 필요는 없다.

예의나 뭐 그런걸 갖출 사이도 아니고 더구나 가족들이 없는 아파트는 아줌마들의 천국이

아닌가

< 똑똑!>

<영숙아 내다>

< 문 열렸다>

<커피 한잔 주라>

<나두 커피 안마셨다>

<지지배 우찌 이리 깔끔하노? 똑같은 살림살이인데 나는 맨날 어수선하고 비법이 있으면 좀 가르켜 주라 응?>

<비법은 무신?  아! 니는 애가 둘이고 나는 하나뿐인께 그렇제>

<낮에 뭐할끼고? 우리 미용실 한번 안갈래? 미용실 개업하는데 있더라 선물도 안 주겄나?>

< 지금 돈 없는데.... 월급때 될라모 일주일은 남았다>

< 아 그라모 내가 빌려 주께  머리가 그게 뭐고 파마도 아이고 생머리도 아이고 잔말말고

   점심 사 주꾸마>

<알았다  내 이리 살아봐야 알아주는 사람없고 까짓거 삼만원 못 쓰겄나!  그자?>

그렇게 그렇게 둘이 제법 김치냄새 안나는 옷들로 갈아 입고 {준} 헤어샾이라는 미용실로 갔다.  개업에 걸맞게 여자들도 많고 그 머시기 미용사들도 많고 에구 어쩠거나  이삐장한 남자 미용사들도 있고..   그래도 나는 마~~ 남자 미용사한테는 못하겄다. 어메 나 왜이리 촌스럽냐~!

몰려드는 아줌마들 통에 언제일지도 모르느 차레 기둘리며 한쪽 쇼파에 엉덩이붙이고 잡지책 뒤적이는데

옆에 쪼까 있어 보이는 마나님들 애기가 꼭 내가 아는 사람들 얘기 같아......

 

< 아~! 그럼 그 차대리 쫒겨 났겠네?>

< 아니래 저 남해쪽으로 쫒았대지 아마>

<그럼 김양은?>

< 아가씨가 유부남 하고 놀았으니 이 좁은 곳에 낯들고 못살지  사표내고 사라졌다더라>

<그런데 와이프가 어떻게 알았데?>

< 아~! 신혼인데 맨날 늦지 외박하지 몸에 흔적남겨오지 감시 몇일 하다가 수상해서 사람사    붙였대나봐  차안에서 그짓거리 하는것까지 다 찍혔데 차대리 완전 쪽박 찼댄다 위자료에 

  결혼비용까 지  깡그리 다 물어내야 한다더라

< 세상에  세상에 나쁜놈 그럼 결혼하지를 말던가 두손에 떡을 다 주무를려구...쯧쯧

   올봄에 결혼 했다며?..>

< 신부가 다행히 혼인신고도 안했었단다 학생때부터 그런 기질이 있었단다  어찌보면 이리   될려고 그랬나 보지 뭐>

 

시상에나 일이 그렇게 된 거였었나? 

그라모 그 쏟아지던 깨는?   풍기던 고소한 냄새는 뭐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