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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자살한 이유


BY 노트북 2003-10-28

 

 

1992년 2월 4일

 

맹목성 보다 아름다운 것이 있다면 알고 싶다

늘 카페에서는 마늘빵과 흰우유를 시켜먹고,

핸드빽에는 불어 사전 하나와

담배 한갑

그리고 프랑스제 분 가루 통이 그녀의 일용 소지품의 모두 이던 그녀.

나보다 나이 어린 여자 상미.

 

그녀의 프랑스에 대한 맹목적인 신봉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늘 그녀의 두툼한 입술로부터 터져 나오는 불어는 온갖 물감의 색깔로 치장한 어감으로 내 주위를 감싸고 나는 늘 그녀의 불어를 들으면서 가슴이 두근거렸었다.

 

그 상미가 보고 싶어 전화를 했다.

그녀는 부재중이였다.

늘 바람을 안고 사는 여자.

 

프랑스로 갈 비행기 값을 마련하기 위해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던

자신의 인생을 책임질줄 알던 나이 어린 여자.

또 어느새 내가 손닿을수 없는 프랑스로 날아가 버린걸까?.

그녀는 없었다.

 

                    *

 

다시 독서를 시작했다.

몇일 동안 인지되지 못한 시간들…속이 매스껍다.

담배를 너무 많이 피운것일까?.

 

손가락을 하나 끝 머리를 길게 베었는데 글을 쓰는데나 작업을 하는데 무척 힘이 든다

오늘 그 술집 화장실의 쓰레기 통에서 < 전혜린 –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라는 책을 발견했다.

 

누렇게 탈색된 문고판의 오래된 책이였다.

누가 이런 잔인한 짓을 한걸까?.

 

그 여자 – 전혜린을 그렇게 사모하는 나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 시대를 천재로 살고 간 여자이자 작가이지 않은가?.

그녀는 정신의 아방가드로 였다.

 

그런데 그녀의 책. – 분명히 그녀의 분신일수도 있을- 이 화장실 휴지통안에 쓰레기 처럼 쳐박혀 있다니.

 

책을 살 돈. 늘 간단한 끼니조차 겨우 해결하는 나는 책을 많이 가진 자가 가장 부럽다.

나는 그 책을 아직 읽지 못햇던 터라 책을 집어 들고는 그 곳을 나왔다.

 

새벽까지 붉은 밑줄까지 쳐가며 읽어 내리고 있는 중이다.

   

< 본문 중에 >

나는 혼자 살고 싶었다.

내 인생을 인식에 바치고 싶었다.

자유롭게 ..그러나 운명은 아무도 예측할수 없는 곳으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우리의 의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처럼 자유롭지는 않다.

우리가 생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생이 우리를 형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기적 같은 희귀한 몇 개의 순간에서만 우리는 변신을 한다

헌신과 희생이 가능해지낟

그 순간이 지나면 생은 다시금 어두운 것.

무표정한 것으로 된다

그 속에서 아무 관련도 없이 제각기 인간은 산다.

 

*

그들의 테마는 예술이다. 어디선지 모르게 그림이 그려지고 잇다

조각이 만들어지고 있고 시가 씌여지고 있는 곳

감수성이 있는 사람들이 젊었을 때 누구나 가질 청춘과 보헴과 천재에의 꿈을 일상사로서 생활하고 있는 이곳( 중략).

이곳에서는 가난이 수치 대신에 어떤 로맨틱함을 품고 있고. 흩어진 머리는 정신적 변태가 아니라 자유를 표시한 것으로 되며……..

 

그녀가 자살한 이유를 알고 싶다.

이토록 천재인데….그녀는 인생에서 희망을 발견하지 못햇던 것일까?…그녀가 자살직전까지 찾아 헤매던 것은 무엇이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