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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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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려지는 그림자 4-1


BY 푸른배경 200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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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nter><pre><font size=2 color=006666 face=휴먼옛체>

 

소영은 며칠동안 아무것도 먹지를 못했다. 먹는 것보다 채원을 생각하는 것이 훨씬 자신에게

 이롭다고 생각을 한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얼굴은 더욱 창백하게 변했지만 팔둑에 놓인

링거에 의존해 생명은 연장되고 있었다.


식사를 통하지 않는 소영을 보며 어머니는 속상하였지만 딱히 소영을 부추길만한 것을 찾지

도 못했고, 의사에게서 들은 얼마남지 않은 시간 그 것만이 머리에서 맴돌았다. 차라리 저 것

이 알고 있으면 속이 편할까 생각을 안한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너가 얼마살지 못하니

이 세상에 있는 동안이라도 맛있는 거 많이 먹으라고 말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다만 이 박사

만이 소영을 다그치며 식사를 할 것을 종용하였다.


"허허 식사를 거르면 쓰나. 가뜩이나 아파서 온 사람이 그렇게 의지가 약해서 쓰겠어?"


"맞아요 선생님. 저 것이 어떡게 되려고 저러는 것인지. 글쎄 떠난 남자친구만 찾더라구요."


"이보게. 산다는 것은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이라구. 떠난사람 붙잡는 다고 갈 사람

이 안 갈 것 같아? 남은 사람만 속상한 법이지. 그럴수록 정신을 더욱 바짝차려야 하는 것이

라구."


이 박사는 소영을 향해 인자한 미소를 보이며, 미음이 담긴 식판을 소영 앞으로 디밀었다.

그러나 소영은 외면할뿐 이 박사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자 이 박사는 소리를 쳤

고, 어머니는 의사 선생님의 말이니 어서 따르라며 소영을 추궁하였다.


"소영아. 선생님이 너에게 독이 되는 말씀을 하는 것이 아니잖니. 응? 어서 조금이라도 떠야

지. 사람이 어떻게 주사만 맞고 살 수가 있겠어? 어서. 응? 어서."


이 박사가 식판을 내밀었을 때는 눈을 마주치지도 않던 소영이 어머니의 말에는 눈을 들었

다. 그러나 눈이 마주치는 순간 식판을 병실 바닥으로 내동댕이치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흑흑흑. 이것을 먹어서 뭘한단 말이야. 이 것을 먹는 다고 채원이가 돌아오는 것도 아니잖

아. 참. 선생님이 채원이 아버지와 친구라고 하셨죠? 왜 예전에 채원이하고 있을 때 그러셨

잖아요? 네? 제발 채원이에게 돌아오라고 말씀 좀 해주세요. 네? 흑흑흑흑. 채원이는 그렇게

 떠날 아이가 아니란 말이여요. 잘은 모르지만 제가 잘 못한 것이 있어서 그런 것일거여요.

제발 제가 모든 용서를 빈다고 다시 돌아와 달라고 말씀 좀 해주세요. 흑흑흑흑."


소영의 말에 어머니는 어쩔 줄 몰라 바닥에 떨어진 음식물을 주워담았고, 이 박사는 코 밑으

로 내려간 안경을 올려쓰며 흠흠하고 헛 기침을 연속으로 내 뱉을 뿐 아무런 답변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소영을 안정시켜야 겠다는 마음에 입을 열었다.


"소영씨가 잘 못한 것이 무엇인데요?"


"네? 잘은 모른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다만 채원이가 아무 이유없이 떠나지는 않았을 거란

 말이죠. 어쩌면 제가 너무 오래 아파서 그런 것일지도 몰라요. 제 아픈 모습에 지쳐서요."


"그럼 그런 것일 겠네요. 그럼 어서 식사를 해야지 건강해지고 그래야 채원이가 돌아오던가

말던가 선택을 할 거 아닌가 말입니다."


"그것은 싫어요. 흑흑흑흑. 채원이가 제 앞에 나타나면 그때에 식사를 할 께요. 제발 채원이

에게 제가 용서를 구하니 돌아와달라고만 좀 해주세요. 흑흑흑흑."


"허허. 거 난감하게 우기는 버릇이 있군요. 아까 소영씨가 말씀했듯이 본인이 아파서 떠났을

지도 모른다고 했잖아요. 채원이가 떠난 것이 그것때문이 아닐 수도 있지만 소영씨의 생각처

럼 아프지 않아야 돌아오라고 말이라도 꺼내볼 것이 아닙니까? 네?"


"싫어요. 아무튼 싫어요. 채원이가 돌아오면 내 곁으로 와준 다음에……"


소영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구슬프게 소리내어 울뿐이었다. 이 박사는 같은 말을

 반복하며 건강이 먼저라고 말을 할뿐 더 이상 자신이 도울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이 녀석아. 고만좀 해라. 응?"


"엄마는 몰라. 내 마음을 조금도 몰르고 있다고. 내가 얼마나 채원이를 사랑했는 데. 왜, 그렇

게 사랑한 사람이 떠나야 했는 데?"


"그래 내가 모른다. 몰라. 하지만 너가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알아야지."


"건강해지면 뭐하는 데. 그럼 그러면 뭐가? 뭐가 더 좋아지는 데?"


소영의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왔다. 어머니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지금

까지 어머니의 말에는 "네"밖에 모르던 아이가 이렇게 변한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의 눈시울

이 젖었다. 그리고는 힘이 빠진 목소리로 말을 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다 부덕한 탓에."


이 박사는 난감한 표정으로


"왜! 어머니가 그런 말씀을 하세요. 소영씨가 지금 많이 아프고 힘이드니깐 그런걸요. 지금

까지 이런 환자를 많이 대했기에 그저 그러려니 할 뿐이죠."


"뭐가 그러려니예요. 전 채원이가 필요하다는 데."


어머니는 이 박사님을 밖으로 모셔나갔다. 더 이상 소영의 시야에서 보이지 않는 것이 좋을

 듯 싶었다. 밖으로 나온 이 박사는 어머니에게 좀 걷자고 제의를 했고, 어머니는 고개를 끄

덕이며 이 박사의 뒤를 따랐다.


병원의 가로수는 앙상한 가지가 어느 정도 들어나 있었고, 가을 오후의 햇살은 따스하게

 부서져 세상으로 내려왔다. 낙엽을 밟으며 걷던 이 박사가 벤취에 앉고는 한 개피 담배를

 입에 물고는 흐릿한 연기를 허공에 뿌렸다.


"혹시. 자제분한테 말씀 하셨나요?"


"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입니다."

</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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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나무새 중에서</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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